뉴욕에서 조기 종전 선언 강조, 남북미의 이해관계 일치,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발언 공개하며 신뢰 어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를 증언했고 거듭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7일 새벽 유엔 뉴욕본부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변화는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다. 특히 유엔은 북한에 평화로 나아갈 용기를 줬다. 유엔의 역할에 감사를 표한다.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와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며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유관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해 북미의 양보를 통한 1차 대타결을 주문했다.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10월 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차 방북을 하고 연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지만 그동안 북미는 비핵화 초기 조치와 종전 선언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핵물질·핵시설·핵무기 리스트를 먼저 신고하라는 미국의 요구와 종전 선언부터 이행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라 결국 교착상태를 맞았고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둘의 동시교환이 유력 시나리오로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줘야 한다.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며 1차 대타결을 재차 촉구했다.

25일 오후 문 대통령은 미국 외교협회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서 김 위원장의 비공개 발언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속임수를 쓰거나 또는 시간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만약에 그럴 경우에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하게 될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북미는 최약소국과 최강대국이지만 그동안 북한은 대내 선전용으로 미국 지도자를 맹비난해왔고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김 위원장이 미국의 보복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북한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와 유엔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여러 비핵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세계인들이 속임수, 시간 끌기라고 말하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진솔한 발언도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한 번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에 대한 의욕이 아주 강했다.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 북한 측에서도 IMF(국제통화기금)나 또는 세계은행이라든지 여러 국제기구에 가입함으로써 개방된 경제로 나설 뜻을 북한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진행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미의 비핵화 협상에서 3국은 모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북한은 비핵화가 완료돼야만 경제 제재가 완화돼서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완료돼야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 했던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아주 위대한 업적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나도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돼서 경제 제재가 풀려야만 남북 간에 본격적인 경제 협력이 가능하고 어려움에 놓여 있는 우리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요지다.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말이 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나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함에 있어서 전혀 손해볼 것이 없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약속을 어기면) 한미 양국이 취하는 군사훈련 중단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고, 종전 선언도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은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니 지금 하자고 미국에 말했다고 한다. 종전 선언의 취소는 전쟁 재개 아닌가. 평화는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인데 만들어 보고 불리하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캡처사진=폭스뉴스)
문 대통령은 남북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그런 의미에서 비핵화 협상은 3국이 손해볼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캡처사진=폭스뉴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어의 관련 질문을 받고 비핵화 →평화 →통일의 순서로 가야한다는 원칙을 천명했고 무엇보다 이렇게 가기 위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고 믿는다”고 치켜세웠다. 

19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 5조 2항을 보면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다”고 돼 있다. 

문 대통령은 그 상응조치에 대해 “싱가폴 선언에 거의 내포돼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을 약속했다. 미국은 북한에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 보장,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을 약속했다. 이 두 가지는 일일이 동시 이행 이렇게까지 따질 수는 없지만 크게는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면 할수록 미국 측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더라도 체제를 보장해줄 것이고 북미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 믿음을 북한에 줄 수 있다면 북한은 보다 빠르게 비핵화를 해나갈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 내에 비핵화를 마치겠다는 북한의 타임테이블도 결코 무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상응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구체적으로 △종전 선언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등 비정치적 교류 △영변 핵 시설 폐기될 경우 미국의 장기간 참관을 위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비핵화 이후를 대비한 경제시찰단 상호 교환 등을 제시했다.

한편, 최근 들어 보수진영에서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주한 유엔군사령부·미군의 존재 명분이 약화돼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은데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 주한 미군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 억지력으로서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도 한다”며 “한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미국의 세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반론했다.

더 나아가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심지어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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