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원구성 여야 동수 합의 깬 한국당, 故 노회찬 의원 이후 비교섭 배제, 당리당략적 태도를 지양하며 한국당 입장에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정책위원회)이 20대 국회 후반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명단 제출과 관련 “왜 제출 안 하나 때되면 하는 거지”라며 선거제도 개혁은 당리당략적 태도로 임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함 의장은 28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단 제출은 선거제도를 고치는데 자기 당 유리한 것만 갖고 그걸 해달라고 하는 것은 안 맞는다. 자한당(자유한국당) 입장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줘야지”라며 “어느 당에서 지네들이 주판 틀려가지고 계산이 좋으니까 그걸로 하자. 그건 지네 당 얘기지. 그것은 공정하고 새로운 틀을 짜는 거니까”라고 거듭 정략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2017년 12월12일 김성태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7월 여야는 후반기 국회 원구성 합의를 이뤄냈고 이에 따르면 후반기 정개특위 구성은 여야 동수를 원칙으로 9명 대 9명이 돼야 한다. 즉 교섭단체별 의석수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9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와정의(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 1명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17개 상설 상임위원회와 5개 비상설 특위의 위원장 몫에 대한 배분 협상 결과 정개특위는 평화와정의에서 맡기로 했다. 따라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낙점됐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에 따른 22개 상임위와 특위 배분. (자료=더불어민주당 제공) 

하지만 7월23일 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변고로 평화와정의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자 한국당은 입장을 바꿔 비교섭단체 몫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포함시키려면 민주당에서 1명을 양보하라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정의당이 친여 성향이기 때문에 10대 8(6+2)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민주당이 1명을 양보해서 정의당 몫을 감당하기 전까지는(8대 7대 2대 1) 정개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그런 판단이라면 노 전 원내대표의 변고 이전에도 10대 8이었지만. 어찌됐든 한국당은 상황 변화에 따라 비교섭단체를 배제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에 180도 태도를 바꿨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권 반 야권 반 이렇게 하자는 것이고 (평화와정의의 교섭단체 지위가) 깨졌으니까 범여권이 비교섭에 한 석을 주고 즉 민주당이 줘야 협치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전반기 정개특위가 구성될 때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심 의원이 포함됐었다. 전반기 정개특위는 <민주당 9대 한국당 5대 국민의당 2대 바른정당 1대 정의당 1>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한국당의 당리당략적 판단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올해 들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자주 거론했는데 그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한국당과 달리 선거제도 개혁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소수 정당으로서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속이 탈 수밖에 없고 연일 한국당의 명단 제출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함 의장과 김 원내대표가 향후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지도부 중 한 축인 함 의장의 발언은 의미심장 할 수밖에 없다.

함 의장은 “(정개특위 명단을) 왜 제출 안 하나 때되면 하는 거지. 지금 그게 국정감사 준비기간 중이니까 그렇다”며 “(기존 한국당의 입장과는 전향적으로 바뀐 것인가) 우리는 항상 전향적이다. 내로(남불)하지 않고. 뭐 우리는 그런 것 관계없이 잘못된 제도나 관행이 있으면 국민적 입장에서 바꿀게 있으면 바꿔야지. 근데 그게 지극히 당리당략적인 측면만 생각해가지고 쭉 설명드린대로 누구 당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건 모든 개혁이 다 마찬가지고 그건 아니지”라고 분명히 말했다. 

한국당이 명단 제출을 안 하고 있어서 후반기 정개특위 구성이 안 되고 있는 지점을 재차 콕 짚어서 물어봤을 때 함 의장은 “(그게) 아니다. 제출 안 하는 게 아니고”라며 다른 정당들의 선거제도 당론에 대한 문제제기로 발언을 이어갔다.

함 의장은 의원 정수 증원을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이 선거제도 개혁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후술했고 석패율제·도농 복합형 중대선거구제·의원들의 경쟁 체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함 의장은 어떤 제도 개혁이 됐든 내로남불적 당리당략은 지양돼야 하고 특히 선거제도 개혁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명단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한국당의 태도와 관련 전향적인 입장을 낸 함 의장의 목소리가 향후 어떤 변화를 불러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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