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척점에 있는 한국당의 논리에 비판하면서도 포용적 제안, 진보정당 대표로서 수많은 제안 언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국 사회를 위해 필요한 제안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중당(1석)도 있지만 원내에서 유일한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정의당의 수장으로서 해야할 일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정의당의 이념은 6411번 버스를 타는 투명인간이다. 정의당의 좌표는 그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며 “을의 연대를 주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2015년 비정규직의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한 정의당은 중소상공인의 정당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 갑의 횡포에 짓눌려온 을의 권리를 지키고 약자의 공동체가 기득권의 카르텔에 무너지지 않도록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섭단체 정당 3개의 대표들 그리고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의 연설이 진행된 후 가장 마지막으로 10월에 연설을 하게 된 이정미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큰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남북관계 △경제 △선거제도 개혁 △젠더 정책 △농민 정책 △노회찬의 유산 등을 키워드로 11가지의 제안을 풀어놨다. 

먼저 이 대표는 “비핵화와 국가 안보에 대한 보수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북한과 함께 살아가고 번영해야 한다는 새로운 컨센서스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컨센서스는 한반도에 영구 평화를 가져오고 의견이 다르면 빨갱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의 분단선마저 무너뜨릴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3가지를 제시했다.

①남북 국회회담 추진과 판문점 선언에 대한 남북 ‘동시 비준’
②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국회 연설’ 추진
③평화 흐름에 맞도록 ‘국방 개혁 2.0’ 재검토

①과 ②은 말 그대로 명료하지만 ③은 국방 개혁 2.0이 “북핵 위기가 극대화된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고 북핵 시설을 직접 겨냥한 한국형 3축(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은 현시점에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판문점 선언 2항과 3항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방개혁의 플랜B가 준비돼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별다른 야유나 큰 목소리 없이 무난하게 진행된 이 대표의 연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관련 첫 번째는 흔들리고 두 번째는 규제완화로 귀결되고 세 번째는 너무 미온적인 것에 대해 거듭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 대표는 “왜 모든 개혁 정부는 경제 기득권의 백래시(반동)에 멈춰서는 것인가”라며 “기득권 집단이 소득주도성장을 흔들자 정부는 함께 흔들렸고 여당은 아예 출렁였다”고 역설했다. 그 근거 사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근로시간 단축 유예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후퇴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등이 있다. 

이 대표는 “원래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집단의 백래시는 약자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을 얻었을 때 터져 나온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지난 70년 한국 경제에 대한 반성문이다. 아래를 키워 모두를 위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를 반대하는 야당은 어떤 성장, 누구를 위한 성장인지 답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두고 정의당과 경쟁하자”고 거듭 강조하면서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④불로소득 근절을 위한 ‘부동산’ 정책
⑤‘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전환하고 강력한 사회안전망 구축
⑥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갑질과의 전쟁’
⑦소득주도 성장에서 '노동주도 성장'으로의 진화
⑧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민생 5대 법안부터 우선 처리

④과 관련 이 대표는 한국적 불문율인 ‘경자유전’의 원칙과 같이 ‘거자유택’의 원칙을 세우고 △선분양제 폐지 △분양원가 공개 △공공형 사회주택 공급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등을 촉구했고 무엇보다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공직자의 35%가 다주택자”라며 “국회와 정부 구성원의 자발적 1주택” 운동을 제안했다. 그것은 “그 어떤 정책보다 가장 확실한 부동산 개혁의 시그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⑥에 관하여 이 대표는 “지금 기득권 집단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통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는 “불평등과 양극화로 가장 고통받는 을들 간의 싸움판을 벌여놓고 기득권 세력의 갑질을 은폐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기득권 갑질과 맞서 싸우기 위해 △최고임금제 도입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 도입 △초과이익공유제로 하청 기업도 혜택보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등을 거론했다.

⑦은 일종의 헌법적 권리인 노동조합권을 강조하는 것이다. 갑의 탐욕에 을의 희생이 당연시 되는 것을 목도해 왔기에 이 대표는 갑의 의사결정 과정에 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독일의 ‘직장평의회’가 위에서 언급된 노동이사제와 같은 단계라고 했을 때 그 전에 노조 조직률이 현저히 낮은 한국의 현실부터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포스코를 비롯 IT 업계에 최초로 노조가 설립되는 현상, 노조 파괴를 일삼은 삼성그룹에 대한 법적 심판을 언급하면서 노조권을 강조했고 전체 취업자의 25%(687만명)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단체 결성과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가 공약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시급히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⑧과 관련 이 대표는 원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을 이끌고 있지만 가장 보수적인 한국당을 포용하는 차원에서 그들이 발의한 법률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그것은 △고용보험법 개정안(김성태 원내대표) △청년고용촉진법(신상진 의원) △고용보험업법(송희경 의원) △남녀고용평등법(나경원 의원) △이자제한법(김한표 의원)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송언석 의원) 등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교섭단체 대표는 40분 가량, 비교섭단체 대표는 20분 가량 주어지는 정기국회 연설 시간. (사진=박효영 기자)

⑨비동의강간죄와 낙태죄 비범죄화 등 젠더 정책

이 대표는 ⑨에 대해 “각 정당들이 제출한 비동의강간죄와 성폭력 처벌 강화,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스토킹범죄 처벌특례법과 같은 미투 법안들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자”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으로서 낙태죄 비범죄화 문제를 꺼냈다. 즉 “(임신 중절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비혼모 지원을 비롯 출산과 육아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등 국회가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⑩투명인간이 된 농민을 생각하는 국회

무척 중요하지만 가장 관심을 덜 받고 있는 ⑩에 대해 이 대표는 “1000원 짜리 밥 한 그릇에 쌀값 300원은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는 과한 것이 아니”라며 “물가와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80%에 달하는 우리 중소농민들은 농축산물 생산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전남 강진군에서 시행한 농민수당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입법도 촉구했다.

⑪노회찬의 유산 함께 실현하기

현재 국회에는 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43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대표는 이중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법 △고교까지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거론했고 “노회찬의 유산이 정의당만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 국회 전체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법안 처리에 협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의당의 포부를 설명한 이 대표는 “2020년 제1야당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겠다”며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는 정의당에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창원 성산은 정의당에는 고인의 마지막 숨결이 담겨 있는 더없이 아픈 곳이자 숙명을 마주한 곳(지역구)”이라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2019년 4월 재보궐 선거 승리 →2020년 4월 총선에서 제1야당 이룩 →2022년 5월 대선에서 진보 정당의 집권. 

원내 5석으로 지지율 10%대 2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정의당이 이 대표의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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