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위반의 악의성 충분, 자유한국당은 열심히 주판알 튕기는 중, 심상정이 보는 한국당의 상황과 선거제도 개혁의 정국, 의지만 있으면 하룻밤에 뭐든 하지만 의지없으면 뭐든 안 할 이유 내밀어, 국회의장의 결단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의 선거제도 손익 계산이 길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시켜야 하는데 사실상 법률까지 위반해가면서 모든 핑계를 총동원하고 있다. 

10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관계 법률을 살펴보면.

①국회법 48조 4항은 “특위의 선임은 특위 구성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날(7월13일)부터 5일 이내(7월18일)에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특위는 아직 구성되지 못 했음 

②공직선거법 24조 1항은 “국회의원 지역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해 다음 총선(2020년 4월15일) 18개월 전(10월15일)부터 지역구의 명칭과 구역을 확정해 효력을 발생하는 날까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고 돼 있지만 그러지 못 할 가능성이 큼 

③공직선거법 24조 4항은 “선거구획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특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명하는 1명과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8명을 선정해 선거구획정위 설치일 10일 전(10월5일)까지 선관위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그러지 못 했음

관련해서 장진영 변호사는 1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무유기 고발은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 성립요건이 된다. 일단 법적으로 성립 안 되는 것을 고발하면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성립요건이 충분히 된다. 그런 법규정이 있고 하루 이틀이 아니라 장기간 위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있는 것 아닌가. 정의당이 정개특위에서 빠져라는 것은 정당한 사유도 아니”라고 밝혔다.

물론 ②과 ③에 따른 절차 규정은 원내 교섭단체 정당들이 정치적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을 명백하게 묻기 어렵다. 하지만 ①은 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정당이 한국당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비교적 명확하다. 

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법은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정당에게 책임이 있다. 국회법상 악의적으로 안 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7월10일 원내 4개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정의)가 타결한 합의서 5항을 보면 “비상설특위 위원은 여야 동수의 18인으로 한다”고 돼 있다. 

7월10일 5항에 명백히 특위의 여야 동수 구성이 명시돼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한국당이 명백한 문서 합의를 고의적으로 깨고 지속적으로 불이행하고 있다는 악의성을 판단해볼 수 있을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아침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6개 특위를 패키지로 합의하기로 해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 (정개특위에서) 빠지려면 정의당이 빠져야지. 청와대 직할정당 정의당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의당은 분명히 교섭단체가 아니다. 정의당이 자신들만의 입장을 가지고 너무 국회를 좌지우지 하고자 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여야 합의도 깨고 국회법 48조 4항의 법 위반 상태를 만들게 된 구실을 들어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 구실들은 아래와 같이 수두룩하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배제
Ⓑ범여권이니 민주당이 양보
Ⓒ정개특위를 포함 6개 특위 일괄 구성
Ⓓ사법개혁특위의 경우 비교섭단체 1석 어디에 줄지 미결정
Ⓔ남북경제협력특위에 입법권 부여 여부 미결정
Ⓕ당내 선거제도에 대한 입장 불일치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일 열린 초월회(국회의장 주재의 5당 대표 월례 모임) 때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명단 제출과 관련) 살짝 뒤를 흘리면서 한 얘기가 당 안에 너무 다양한 생각들이 있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9일 KBS <정준희의 최강시사>에서 “정개특위 구성 협상이 다 마무리됐고 6개 특위를 일괄 처리를 해야 되니까 또 거기에서 사개특위 경우에 비교섭단체 한 사람을 어느 당에 주느냐(Ⓓ) 또 뭐 남북특위 입법권을 주느냐 마느냐(Ⓔ)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 하여튼 국회라는 데가 의지가 있으면 그냥 새벽에라도 1시간 만에라도 모든 걸 다 만들어내는데 이제 의지가 없기 때문에 안 돼야 될 이유가 계속 생기는 것이다. 그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샛길' 개관식에서 귀속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샛길' 개관식에서 귀속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10일 아침 국회에서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사실상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가 없고 여기에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민주당은 지금이 좋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에 전혀 의지가 없다.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서 근본적인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명백한 입장이다. 이미 지난주 금요일 사실상 끝난 협상에 (민주당이) 추가 요구를 해서 최종 타협에 가지 못 하는 것인데 책임을 (한국당에) 전가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되려 책임을 돌렸다.

이에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정개특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민주당 몫을 일부 양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밝힌다. 한국당과 김 원내대표는 당리당략을 위해 가짜뉴스까지 생산하고 지난 원내대표 간 합의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정도면 한국당에 대한 법적 직무유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악의성이 충분해 보인다. 심 의원은 이런 한국당의 태도를 “국회농단”으로 규정하고 “이렇게 법이 있어도 대한민국 교섭단체 거대 정당들이 그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이 농단부터 개혁돼야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이렇게까지 악의성을 드러내고 정개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진짜 이유가 뭘까.

심 의원은 “글쎄 뭐 아직까지는 (한국당이) 워낙 오랫동안 지금 현행 단순다수대표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 때문에 그 무기를 쉽게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그 무기가 나한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으나 오히려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활용했던 화려한 봄날 이걸 복원해볼 수 있지 않을까에 더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도 “(그렇게 다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수혜자를 바라는 한국당에 대해) 그게 한마디로 헛된 망상이라는 것”이라며 “112명이 112개의 생각들을 갖고 있는 당이 그 당”이라고 비판했다. 

11일 국정감사장에서 만난 김 원내대표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국정감사장에서 만난 김 원내대표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즉 주판알을 열심히 굴리는 중이지만 그게 당론으로 결정될 만큼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는 요지다. 정치적 셈법의 결론이 아직 나오기 어려울 만큼 고려 요소가 많다. 

㉠국정농단과 탄핵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우호적인 29명의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더라도 현재 평균 지지율(12~20%) 이상의 정당 득표율을 2020년 총선에서 기록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에 대한 우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나 민주당의 몰락을 전제하고 그 반대급부가 한국당에 올 것이라는 희망고문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의회의 경우처럼 정당 득표율 25%를 얻고도 확보한 의석수는 5%에 불과한 상황을 우려하는 관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확보할 의석수와 현행 승자독식 제도로 확보할 의석수에 대한 치밀한 저울질

심 의원은 “한국당도 선거제도 개혁에서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 여론도 그렇지만 한국당의 처지가 지금 자체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차기 총선에서 40석 얘기도 나오는 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필요한 정당 중에 하나”라고 거듭 한국당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만약 한국당이 끝까지 명단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이 위원 위촉의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도 살아 있다.

하 변호사는 “국회법을 보면 잘 안 될 경우 의장의 선임 권한이 있다. 3당 원내대표들이 의장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던 것도 의장의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절차대로 구성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니까. 위원 위촉권은 최종적으로 의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국회법 48조 4항은 “특위의 위원은 제1항(이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음)과 제2항에 따라 의장이 상임위원 중에서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고 이에 근거해 9월11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들은 “본회의에서 의결된지 무려 두 달이 다 되도록 위원조차 선임되지 못 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의장께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 의장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개특위 공전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심 의원은 7일 방송된 한겨레 TV <한겨레 THE 정치 Interview>에서 이번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만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여러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심상정 의원은 한국당의 속내를 적확하게 짚어냈다. (캡처사진=한겨레 TV)
심상정 의원은 한국당의 속내를 적확하게 짚어냈다. (캡처사진=한겨레 TV)

Q: 한국당이 명단 제출을 하겠다고 했는가?
A: 나를 만났을 때 김 원내대표가 이번주까지는 내겠다. 그 다음주에도 이번주까지 내겠다고 해서 다섯 차례 약속이 어긋나고 있다. 명단 제출을 하겠다고 약속한지 5주가 지났는데 일단 최종 합의가 됐기 때문에 오늘이라도 제출하면 다음주에 출발은 된다. 오늘까지 제출 안 되면 국정감사(10월10일~29일) 이후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된다. 

Q: 한국당의 속내는 뭐라고 보는가?
A:
선거법이라는 게 가장 첨예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리는 것이니까 자신들의 판단이 됐을 때 준비됐을 때 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당은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0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아주 부정하진 못 하고 있다. 지금 문제는 국회는 촛불 이전의 국회가 아닌가. 그러다보니 대통령 탄핵도 되고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지만 국회 안에서는 힘도 쓰고 아직 뭐 좀 살만한 것 같다. 이제 평가를 받으려면 1년 반이나 남기도 했다. 아직은 양당 체제 시절의 봄날을 회복하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정개특위가 구성되면 당내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상태로는 한국당의 경우 동상 한 112몽쯤 되지 않을까. 이건 이해관계만을 가지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리더들의 결단이 필요한데 그 점에서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Q: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할 것이라고 보는가?
A:
반대를 못 한다. 왜냐면 보통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나라들은 비례성이 2대 1 범위 내에 있다. 우리나라는 5~4대 1이다. 이렇게 비례성이 어긋나는 나라가 없고 객관적인 사실로 뒷받침 된다. 결국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선거제도 안을 내놓지 않겠나 싶다. 자기 의원들 한 분 한 분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도 한국당이 조금 깊은 성찰을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이유는 있다. 지방선거의 참패가 특수한 상황이라고 외면하고 싶겠지만 2020년에 그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화려한 봄날은 이제 갔다. 이제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당의 미래를 개척해가야 될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가 됐다는 걸 받아들이도록 저희가 설득을 할 생각이다. 

Q: 선거제도 개혁이 완수되면 어떤 형태로 될 것 같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 형태는?
A:
문제는 이런 입장을 양당에 얘기했는데. 여러 좋은 안들이 배출될 수 있겠지만 모로 가든 서울을 가야한다.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두 번째는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합할 정도의 변화의 폭이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다 될 것처럼 얘기하다가 최소화돼서 용두사미가 되는 이 결과가 가장 우려된다. 비례와 지역구가 최소 1대 2는 돼야 한다. 

Q: 특위의 활동기간이 올해 12월31일까지인데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나?
A:
아무래도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에서 마무리를 전망하는 것은 어렵다. 내년 4월까지 법적으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한다. 최대한 2월 임시국회까지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사실 선거제도 방안에 대해 검토할 만큼 (충분히) 검토가 됐다. 결국 이해상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인데 결국 결단의 문제다. 일단 특위가 구성되면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각 당의 지도부 라든지 중진들 초재선 의원들 두루두루 만나면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존중하되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서 행사하는 국민 대표자라는 소명감과 자존감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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