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제재 완화 당부, 프랑스는 북한과 미수교국 관계 개선되면 그 자체로 성과, 르피가로와의 인터뷰 통해 북한의 변화 근거 제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에 선제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5일 22시 프랑스 파리의 대통령궁에서 한프 정상회담을 갖고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통역을 대동한 채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전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경우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생산 시설의 폐기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끊임없이 취해 나갔으면 좋겠다. 현재 문 대통령께서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프랑스는 끝까지 지원하고 동반자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영감을 받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통해 국제사회의 공동 번영 및 평화 정착이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다자주의를 보전하고 공영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회담 뒤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우리 두 정상을 대통령 취임동기라고 한다. 평화에 대한 신념과 의지도 강하다. 올해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인 뜻깊은 해다. 프랑스는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쉼없이 전진해 왔다”며 “한반도에 남아있는 냉전의 잔재를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 했다. 양국은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의 역사적 의미에 공감하고 남북미의 진정성 있는 이행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 핵심국인 프랑스의 선구적인 역할과 기여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마크롱 대통령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밖에도 “최근 한국산 수입 철강재의 EU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우리 측의 우려를 (프랑스에) 전달했다. 양국의 관련 산업이 호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크롱 대통령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발표한 한프 공동선언은 △글로벌 현안 △외교·안보·국방 협력 강화 △과학·교육·문화·스포츠 교류협력 발전 등 3개 파트 26개항으로 구성됐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반도 정세에 프랑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조 위원은 “프랑스는 지금 이란·미국 핵 합의가 깨진 상태에서 이 핵 합의를 유지하는데 굉장히 전력하고 있다. 그래서 핵 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보니 제재 해지 내지 완화에 상당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2000년대 초에 냉전이 끝나고 영국, 독일, 스페인이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했는데 당시 프랑스는 북한 인권 문제를 내세워 수교 협상을 하다가 중단한 바가 있다. 어찌보면 북한 입장에서 프랑스와의 어떤 협상이라는 것이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하나의 돌파구이자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핵 보유 5개국이자 상임이사국(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 중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 적극적이고 프랑스와 영국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비핵화가 완료돼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중러의 말을 잘 안 듣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가 지지해 준다면 무게 추가 옮겨 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위원은 비핵화 국면에 프랑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bs)
조성렬 위원은 비핵화 국면에 프랑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bs)

EU의 대표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인데 조 위원은 “EU 창설 멤버가 바로 프랑스다. 제안했고 실제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EU의 주도 국가가 프랑스다. 설사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 재제 완화에 선두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와 북한의 관계 개선만 해도 북한이 유럽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뚫는 의미도 있다”고 풀어냈다.

무엇보다 “지금 북핵 문제가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움직이면 국제 여론을 움직이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이번에 문 대통령이 프랑스의 보수 매체인 르피가로와 인터뷰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부분 프랑스 진보주의자들은 문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시 말씀 안 드려도 되는 것 같고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권위 있는 르피가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의 보수 언론 그리고 지식인들을 움직이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5일 보도된 르피가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나는 지난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이 평화 번영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고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기꺼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 발전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고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국제적으로 여전히 불신받고 있는 것에 매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고 밝혔다.

즉 “김 위원장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게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테라스에 앉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북한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①4월 경제건설에 총력을 쏟겠다는 정책전환 단행 ②25년 남북미 협상 역사상 최초의 정상 간 탑다운 방식 ③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등 실천 ④9월 김 위원장의 직접 비핵화 발언 ⑤국제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비핵화 합의를 어길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받게될 보복을 감당할 수 없음 등 5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선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종전 선언을 발표한다면 평화체제 구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1차 회담의 선언적 합의를 뛰어넘어 큰 폭의 구체적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혁명의 진원지로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이 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보고서에서도 최근 한반도 긴장 완화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나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지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북한에 공식 초청했는데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가 깃들고 이러한 기운이 세계 평화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황의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를 당부하고 싶다. 김 위원장은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한다면 매우 환영할 것이라는 뜻도 내게 밝혔는데 그의 뜻도 교황께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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