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간 일자리 늘리는 데에 야당의 대증요법이라는 비판, 대내외 경제 요인이 너무 나쁘다는 정부의 자체 판단, 유류세 15% 인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결국 경제다. 아무리 남북 문제로 국정 난맥을 풀어보려고 해도 경제가 어려우면 민심은 떠날 수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연말까지 5만9000개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김동연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종합 대책 4가지 중 단기 일자리 창출 방안(Ⓓ)도 포함된 것인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투자활성화(투자 프로젝트 시작·15조원의 금융지원) 
Ⓑ혁신성장(규제혁신) 
Ⓒ분야별 애로 해소(업종별 지원·유류세 15% 인하·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일자리 창출

매달 발표되는 부정적인 고용 지표로 인해 국정 운영에 타격이 되는 점, 겨울이 오면 채용 시장이 더욱 악화될 거라는 불안감 등 여러 위기 요인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인데 철저히 단기 일자리라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일자리 지표를 높이기 위한 나쁜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반복된 것으로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닌 임시방편 일 뿐이고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청년고용할당제 확대는 아예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지금 정부 대책에 필요한 것은 좌고우면이 아니라 일관성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좋은 일자리 정책을 중단없이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는 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는 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늘리기로 한 일자리는 ①대국민 경제 지원 차원의 공공서비스 확대 업무 담당 ②30일~180일짜리 단기간 등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예컨대 아래와 같다.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정부부처 공공기관 지원 인력 △제품안전 라돈 측정 서비스 △전통시장 화재 감시 △드론을 통한 토지이용현황 조사 △공공시설물 내진 사례 전수조사 △빅데이터를 통한 국유재산 총조사 △자영업자 상권 분석 △스마트공장 구축운영 지원 △소상공인 제로 페이 홍보 △신업재해 소규모 사업장 가입 지원 △외국인 불법고용방지 집중 계도 △농촌·영농·해양·환경 개선 지원 △지역 환경정비 및 행정정보 실태조사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일자리를 “임시 알바”로 규정하고 “고용 회복이나 일자리 대책으로서 근본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취업자 증가폭이 8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이고 실업자가 9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기 일자리는 정부가 고용 지표 수치의 반짝 개선만을 위해 내놓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단순히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경제 성장을 통한 일감을 늘려서 자연스러운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언발에 오줌누기식 땜질 처방이다. 꼼수 일자리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규직이 아닌 체험형 인턴 5300명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행정업무 도우미 2300명 등 채용기간이 1개월에서 1년 남짓인 단기 임시직 일자리들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시직 일자리라도 양산해 재난 수준의 고용통계 참사를 덮고 실업률을 감추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항구적인 일자리나 또 기업에서 만든 일자리면 더 좋겠지만 아주 급한 경우에는 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비판이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단기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불경기 상황이란 뭘까.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걸까.

정부는 한국 경제의 여러 부정적 요인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료 정리=박효영 기자)

윤 대변인의 지적처럼 “언발에 오줌누기식 땜질 처방”이라도 해야 했던 말 그대로 응급 상황이라는 정부의 자체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너무 많다고 분석됐기 때문에 제한된 예산으로라도 급한 불을 끄려는 문재인 정부의 소화기가 과연 화마를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이날 발표된 대책들 중 단기 일자리 창출 외에도 Ⓒ의 측면에서 △유류세 15% 인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도 이목을 끌었다. 

유류세 15% 인하는 수송용에 한해 한시적으로(11월6일~2019년 5월6일) 실시되는데. 정부는 소규모로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계층에 약 2조원의 유류세 부담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두 번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세 번째) 등이 참석해서 회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탄력근로제는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일이 많을 때는 초과해서 하고 없을 때는 확 줄여서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즉 3개월에 676시간(52시간 x 13주) 이하라는 총 제한 시간만 지키면 되지 첫째 주에 80시간을 하든 둘째 주에 30시간을 하든 그것은 자체적으로 탄력 운영을 하는 것이다. 그 허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고 연내 노동계와 타협해서 확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일감이 몰리는 게임업계, 연구개발, 시즌업계 등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이긴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사 합의로 탄력근로제 적용을 결정하게 돼 있음에도 사실상 지위가 동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가 어쩔 수 없이 사업주의 과로 요구를 반강요받는 현실이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업체에서 노동자가 사업주와 협의해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대 의사를 표하더라도 바로 해고 위협이나 여러 불이익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반대는 당연하다. 

거시경제는 나쁘지 않아도 민생은 어렵고, 대책은 긴급하고, 여러 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는 첨예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이번 종합대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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