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표의 노동주도성장 주장, 정부여당과 소득주도성장 경쟁 제안, 박주현 대변인 정의당은 우리와 경쟁하자, 미취업자도 신경써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의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더욱 진보적으로 과감하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도 있다. 

원내에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진보적 의원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경제민주화 조치로 뒷받침해서 더욱 확실히 추진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경제정책 모델을 두고 건설적인 경쟁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한다. 두 당은 평화와 정의의 모임(공동 교섭단체)을 구성하고 석 달간 협력해본 적도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일 비교섭단체 본회의 연설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아닌가. 확신을 잃고 페달을 멈춘 자전거는 넘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단지 경제지표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정책의 대담함과 과감함을 경제 정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과거 70년처럼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고 기득권과의 싸움을 미루는 정부에 실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바란다면 정부여당은 이제 정의당과 논쟁하자. 과거 회귀 세력과 힘겹게 타협할 것이 아니라 정의당과 미래를 두고 경쟁하자. 소득주도성장에는 최저임금 이상의 비전과 정책이 있다는 것을 시민 속에서 입증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의당과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더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에서 노동주도성장으로의 진화를 기획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사회 정의의 실현 조건이 좋은 노동(Decent work)이라고 말한다”며 “노동조합을 할 권리가 제대로 세워질 때 좋은 노동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ILO 협약 비준 △산별교섭 제도화 △전체 취업자 25%인 자영업자의 단체결성권과 교섭권 보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철폐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입법 등을 제시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의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노동주도성장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확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저항에 부딪히고 비효율을 초래한 이유는 정부의 민간 개입 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임금주도성장으로 풀어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주도성장 차원의 정부 일자리안정자금(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자영업자에 노동자 임금 지원)은 그나마 추가 고용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취업자에 대한 지원(고용보험 가입을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으로 귀결되고 양극화 해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며 “예산과 정책으로 양극화 해소와 소득재분배를 최대화 함으로써 국내 소비를 높이는 내수주도성장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대변인은 취업자에 국한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대변인은 “정의당이 향후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두고 평화당과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비례대표로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 내에서 정동영 대표·천정배 의원과 함께 가장 진보적이다. 평소 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방향이 취업자에 국한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청년 수당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더불어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만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면서 정작 소비를 늘리는 데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불경기니 아무리 정부가 예산으로 일자리 기금을 지원해도 기업들은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 결국 막대한 예산만 투입되고 취업자는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취업 시장에서 밀려난 모든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이것이 바로 소비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 대변인의 입장에서 이 대표의 노동주도성장은 취업자에 국한된다는 측면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다를 바가 없다.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차원의 노동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박 대변인이 문제제기를 하는 게 아니고 다만 그걸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동주도성장에 대해 기존에 노조에 가입돼 있는 사람들만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보는 건 좀 이해를 협소하게 한 것”이라며 “좋은 노동 없이 경제민주화의 주요한 주체 형성없이 소득주도성장은 한계적이다.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김 의장은 박 대변인의 문제의식에 일견 공감하면서도 그런 점은 “시장 밖의 실업은 실업부조의 도입이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다. 포인트는 강력한 사회안전망 구축이고 취업 대상이 되지 못 하는 분들에 대한 보장은 그렇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용신 의장은 노동주도성장 정책과는 별개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따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이 대표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같은 말이다. 이제 재정의 목적은 세수 대비 균형이 아니라 시민의 필요가 돼야만 한다. 시장 밖으로 밀려난 가난한 시민들에게 돈을 푸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더 과감하게 고통받는 아래를 향해 재정을 풀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구체적으로 △청년·비정규직·자영업자를 위한 실업부조 △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 △병원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 △복지 증세 등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소득주도성장은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가 강조했던대로 경제민주화 조치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당 내부에서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주현 대변인. (사진=박효영 기자)

박 대변인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과 임금주도성장을 섞어버리니까 지적하는 것이다. 그걸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노동 정책을 열심히 하는 게 좋은데 그 부작용도 세심히 살펴야 하고. 정부가 주되게 해야 하는 것은 이쪽(확장적 재정정책)인데 정부가 임금주도성장에만 주로 (치중)하다가 이 사단이 났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대표의 노동주도성장도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임금주도성장이나 마찬가지다. 임금주도성장으로 가서 실패했는데 그것의 조금 다른 버전인 노동주도성장을 들고 나오니까 그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의당과 평화당의 생산적인 경제정책 경쟁으로 정국이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소득주도성장 ‘폐기론’과 정부여당의 ‘엄호’ 두 흐름에 지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반대하는 야당은 어떤 성장과 누구를 위한 성장인지 답해야 한다. 반대의 이면에는 독식·약탈과 불로소득이라는 경제 기득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본심이 있지는 않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소모적인 힘겨루기에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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