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위한 친구들의 노력, 여야 정치권의 관행 뛰어넘어야, 윤창호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수 있는지 쟁점 사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음주운전 피해자인 윤창호씨(23세) 친구들은 서울로 급하게 올라왔다가 당일치기로 내려가야 했다.

오늘(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창호법과 음주운전 근절방안> 세미나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미나를 마치고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실에서 기자와 만난 친구들은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자와 친구들이 테이블에 앉아 여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성중 하태경 의원실 비서관)
기자와 친구들이 테이블에 앉아 여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하태경 의원실 김성중 비서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이소연씨는 “초반에 jtbc 카메라가 왔다가긴 했는데”라고 말했고 예지희씨는 “우리가 홍보를 너무 안 했나?”라고 묻자 김민진씨는 “포스터를 많이 붙였다. 기자들이 나름의 우선순위를 생각했겠지. 그걸 우리가 어떻게 그 사람들을 끌고 올 수도 없고”라고 화답했다. 

윤씨는 9월25일 부산에서 음주운전 차량으로 인해 큰 범죄를 당했다. 인도에 서 있었을 뿐이었는데 차량이 덮쳤다.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고 현재 윤씨는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윤씨의 친구들은 누구보다 슬퍼했고 분노했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활동을 다방면으로 전개했다. 가해자인 만취 운전자는 20대 보험설계사였고 현재는 병원 치료 중이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 스토리는 언론에 많이 알려졌고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하 의원의 도움을 받아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 결과 103명의 국회의원들이 서명한 윤창호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22일 발의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지는 홍수 속에서 친구들은 윤창호법에 대한 관심이 식을까봐 걱정스럽다. 국회에서 올해 안에 윤창호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국회는 매번 주요 쟁점 이슈로 여야가 싸우고 그렇게 경색된 분위기에서는 의사일정이 합의돼서 본회의가 열리기도 어렵다. 덩치가 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현재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상호 요구하면서 대치 중이다. 어찌보면 국회는 원래 이견이 모이는 곳이니까 싸우는 게 당연하지만 쟁점 이슈와 무쟁점 이슈가 분리되지 않고 연동된다는 것이 문제다.

친구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런 지점이다. 

윤씨와 대학 동기인 김씨는 기자에게 “여야가 여러 이슈로 싸우더라도 윤창호법은 꼭 통과시켰으면 좋겠다. 윤창호법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법률은 국회가 바로 처리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동기인 이씨와 예씨도 “국회의원들이 싸우느라 윤창호법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하 의원도 “국회의원 3분의 1이 공동발의한 법안마저 채택되지 않으면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올해 안에 윤창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서 국회가 살아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기존 관행과는 달리 뭔가 다른 조짐이 보이기는 한다.

지난 21일 친구들이 국회를 찾아 법안에 서명해준 의원들에게 일일이 감사 편지를 써서 전달했는데 이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친구들을 만나서 “한국당은 더 이상 음주운전자들에게 (베풀어진) 관용과 관대함이 되돌이킬 수 없는 아까운 생명을 앗아가는 것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여러분들의 처절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 윤창호법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의원총회에서 이번에 거룩한 뜻을 받들어서 윤창호법이 꼭 처리될 수 있도록 당론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감사 카드를 전달받으면서 당론 추진을 약속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관련 질문을 받고 “윤창호법에 대해 저희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나도 서명했다. 그런 법안들 정말 민생과 관련된 이런 법안들은 여야가 빨리 좀 처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제안하겠다. 내가 발의자 중에 하나인데 빨리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민주당 지도부는 윤창호법을 다루는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홍영표 원내대표와는 일정상 만나지 못 했지만 감사 카드를 전달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친구들은 홍영표 원내대표와는 일정상 만나지 못 했지만 감사 카드를 전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의원을 필두로 바른미래당은 당연히 당론으로 윤창호법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면 이제 원내 교섭단체 중에는 한국당만 남았다. 

마침 이날 14시 한국당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개최되기 전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창호법이 의총에서)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이 소식을 듣고 원래 약속됐던 김도읍 한국당 의원(법사위 간사)의 비서관 면담을 마치고 급하게 의총장으로 갔지만 이미 의원들이 입장하고 난 뒤였다. 한국당 지도부를 만나서 당론 결정을 호소할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것이다.

실제 의총에서도 다른 정치 현안에 밀려 윤창호법이 거론되지 못 했다. 

의총장 앞에서 윤창호법 현수막을 들고 있는 친구들. 왼쪽부터 김민진씨, 이소연씨, 예지희씨. (사진=박효영 기자)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저녁에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그 얘기는 안 나왔다. 우수 국정감사 의원들 평가하고 용역 보고서 발표하고 그러느라 안 나온 것 같다. 그게 당론으로 의총에서 거론되지는 못 했다. 하지만 한국당도 그걸 마다할 일이 아니다. 반대할 일이 전혀 아니다. 내가 윤창호법은 원내수석부대표나 원내대표에게 확인해서 아직 상임위 준비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 우리 당이 반대할 일 전혀 없다. 나도 윤창호법과 관련된 다른 법률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관심갖고 지켜보겠다. 내가 그런 논평(윤창호법 당론으로 우선 처리)을 낸다 하더라도 원내대표나 수석에게 한 번 확인하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배현진 한국당 대변인도 “나도 당연히 동의한다. 이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회의 때 말씀했다.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국민들 중에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당대표로서 한국당 원내에 힘을 실어서 조속히 처리되도록)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실제 김 비대위원장은 22일 한국당 비대위 회의에서 “윤창호 청년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해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도 있다. 계속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처벌이 너무 미약한 거 아니냐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우리 당에서도 과연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때 음주운전자는 없었는지 그리고 음주운전 경력 배제 조항이 약한 것은 아닌지 다시 모두 살펴봐야 하고 이번에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 당무감사위원회에서도 반드시 이것을 다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친구들은 서로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윤씨를 매개로 인연이 됐다.

신도고등학교 동창인 이씨, 예씨, 손희원씨, 박주연씨, 진태경씨, 손현수씨, 윤지환씨, 이영광씨가 있고. 해운대 중학교 동창인 김주환씨. 그리고 고려대 동기인 김씨가 있다.

친구들은 기자회견, 세미나, 토론회, 서명운동, 개별 의원 접촉 등 대국민 음주운전 인식 개선과 윤창호법 제정을 위해 자주 서울로 상경하고 있다. 의원실에서 교통비를 지원받는 경우도 있지만 사비를 지출할 때도 많다. 

김씨는 두 친구에게 “매번 서울에 오면 좋은 곳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는데 일만 하다가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 세미나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처음 들었는데 법률적으로 논의해야 될 것들이 많았다”며 “우리는 최대한 윤창호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창호법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친구들과 하태경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윤창호법은 친구들이 직접 연구해서 법안의 틀을 만들었고 하 의원이 그걸 그대로 발의했다.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음주운전 가중처벌의 기준 현행 3회 위반을 2회 위반으로/음주수치 기준을 현행 최저 0.05% 이상~최고 0.2% 이상에서 최저 0.03% 이상~최고 0.13% 이상으로/음주수치별 처벌 내용 강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면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살인죄처럼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실형으로 처벌하도록 함)

하 의원은 세미나에서 3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①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해 한국과 해외의 처벌 강도
➁법원의 양형 기준
➂음주운전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갈 경우

①에 대해서는 미국, 캐나다 등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사망하면 살인죄처럼 강력하게 처벌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있어서 한국의 형법 양형이 어느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➁은 윤창호법이 통과되기 전이더라도 법원에서 나름의 양형 기준에 따라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대해 엄하게 선고할 수 있는지 그 여부다. ➂은 윤창호법이 통과된 뒤 음주운전 사망 사건을 일으키고 도망갔을 때의 상황이다. 즉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살인죄로 최소 5년 이상의 처벌이 확정되지만 만약 도망까지 가면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사망 사건을 살인죄와 같이 징역 5년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다른 죄목들과의 양형 형평성 논란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의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2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형을 어느정도로 하느냐는 딱 그 범죄 하나만 가지고 볼 수는 없다. (윤창호법의) 양형을 정하려면 다양한 범죄들과의 균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있다. (지금 상황에서 윤창호법의 원안을) 수정하겠다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다른 죄목들의 양형과) 검토해봐야 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우리는 최대한 될 수 있는 가장 높은 형벌을 원한다”며 원안 그대로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친구들의 간절한 바람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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