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의원 윤창호법 서명해놓고 음주운전, 친구들의 참담함, 윤창호법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 잘못된 인지상정을 바꿀 수 있을까, 송희경 의원의 음주운전 경력자에 대한 예방 장치 법안, 문제의 이슈화를 위해 언론에 드리는 호소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친구들은 충격을 금치 못 했다.

“오늘 저희 친구들 모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음주운전 적발 소식을 듣고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음주운전 범죄 피해자인 윤창호씨(23세)의 친구들은 급하게 성명서를 써서 배포했다. 익숙치 않지만 뭔가 말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이 이용주 의원에게 보낸 감사 카드. (캡처사진=이용주 의원 블로그)
친구들이 이용주 의원에게 보낸 감사 카드. (캡처사진=이용주 의원 블로그)

이 의원은 10월31일 23시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 알콜 농도는 0.089%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이 의원은 여의도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혼자 자가용을 운전하고 15km나 이동했다.

혈중 알콜농도에 따른 음주운전 처벌 기준(도로교통법 148조의2)을 보면 이렇게 된다.

①0.05%~0.1%(100일 면허 정지에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➁0.1~0.2%(면허 취소에 6개월~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500만원 이하 벌금) 
➂0.2% 이상(면허 취소에 1~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1000만원 이하 벌금)

이 의원은 ①에 해당된다. 

혈중 알콜농도 0.05%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인 남성 기준 맞춤형 잔으로 봤을 때 소주·양주·포도주·맥주 2잔을 마시고 1시간이 지났을 때다. 이 의원은 소주 반 병을 마신 것으로 추측되고 뒷 차량의 운전자가 비틀거린다고 경찰에 신고했을 정도니 인명 피해를 충분히 야기했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영동대교를 지나는 중이었다. 도로 상황에 영향을 받더라도 비틀대고 전진 중이었으니 매우 위험했다고 볼 수 있다. 혹여나 교통 정체가 풀리는 기세였다면 시속 30~50km/h로 달리다가 자연스럽게 점점 속력을 낼 수 있고 대참사를 부를 수도 있다. 과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살상을 피했다고 볼 수 있지 예기치 못 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

이용주 의원은 스스로를 납득할 수 없다고 자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셨으면 운전을 안 해야 한다. “설마 괜찮겠지”라는 것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운전을 처음 해본 사람과 경력이 많은 사람의 격차는 매우 큰데 본질적 속성상 차량 운전은 복합적인 감각들이 동시에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운전이 몸에 익숙해지면 쉬운데 처음 할 때는 몹시 어렵고 두렵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도로 상황을 순식간에 인지해서 적절한 타이밍과 강도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고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BMW의 경우처럼 장치 오작동으로 열을 받아 화재가 나기 시작했을 때 그 타는 냄새를 코로 맡아 하차해야 할 때도 있다.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가 요구되는데 한 가지 감각만 잠시 소홀해지면 사고는 한 순간이다.

그래서 멀쩡한 상태에서도 교통사고는 빈번하고 현대 사회를 사는 인류에게 가장 많은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차량 운전의 기본 속성이 이러할진데 음주 상태라면 판단 능력과 운동 능력이 급격히 저하돼서 교통사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술먹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나와 타인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오직 운과 확률 게임이기 때문에 실수로 치부할 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이 의원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정말 죄송한 마음 뿐이다.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나.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드린다. 음주운전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다. 정말 죄송하고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충분히 음주운전의 위험성 그리고 범죄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 및 사망자 발생시 살인죄로 규정)에 서명한 국회의원 103명 중 한 명이다. 

이 의원은 10월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만 처한다는 초라한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에 동참한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이 살인 행위를 할 것이라고 9일 전에 예고했던 것이다. 검사 출신 이 의원은 도대체 왜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을까.

이 의원이 음주운전을 한 것에 대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고작 10일 전에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캡처사진=이용주 의원 페이스북)

윤씨의 친구들 중 한 명인 예지희씨는 급하게 성명서를 작성했는데 제목을 “이 의원의 음주운전 적발은 대한민국 음주운전의 현실”이라고 지었다.

그 현실이 뭘까. 

보통 차를 대동하고 술자리에 갔다가 파하면 Ⓐ소량 음주인데 괜찮지 않을까 Ⓑ타인에게 대리 운전을 맡기기 꺼려진다 Ⓒ대리 운전 비용이 아깝다 Ⓓ술이 잘 받아서 짧은 주행거리는 괜찮다 등 여러 인지상정을 떠올리게 된다.

문제는 그런 인지상정도 사회문화와 법 제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인데 한국은 음주운전을 실수로 보는 인식이 뿌리깊고 그러한 패러다임이 자리잡은 데는 처벌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범죄의 재범률이 타 범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45%)도 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 그렇다. 

음주운전에 대한 일반 여론이 최근 유치원 비리를 보는 국민 감정과 같았다면 정치권은 진작 윤창호법 보다 더한 법률을 통과시켰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국민 여론’과 ‘법 제도’는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같이 가는 것인데 친구들은 둘 모두를 바꿔내기 위해 발품을 팔며 전국을 다니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월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윤창호법에 대해서 이견이 전혀 없다. 지금보다 훨씬 더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기준을 높이자는 것 아닌가. 나도 법안을 따로 제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가 잘 되면 패스트트랙으로 빨리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홍 대변인은 1일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는 법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창호법과 궤를 같이 하는데 △음주운전만 2017년 약 2만건 △사망자수 439명 △부상자 3만3363명 등 하루 1.2명꼴로 사망하고 100명이 다치고 있는 실태이기 때문이다. 

홍 대변인의 법안을 좀 더 살펴보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 △피해자에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 유기 징역 △운전자가 음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할 것을 알면서 동승한 사람 처벌 등으로 구성됐다. 결과적 가중범의 원칙에 따라 처벌을 강화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윤창호법과 같은 취지의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을 발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윤창호법과 같은 취지의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을 발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앞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 흐름이 ‘음주운전을 하면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고 →나 자신도 무조건 감옥에 가고 →평생 전과자로 살게 된다’ 이렇게 전개될 수 있다면 ⒶⒷⒸⒹ는 인지상정이 될 수 없다. 술 먹는 날에는 차를 집에 두고 오거나 어쩌다 차를 가지고 왔다가 술을 먹게 되면 무조건 대리 운전을 부르게 된다. 이게 인지상정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친구들의 입장이자 목표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정의로운 청년 윤씨를 위해 친구들이 발벗고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윤창호법에 담긴 사회적 함의가 이것이다.

이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이 시점에서 앞장 서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일을 했다는 데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나도 그 법안에 동의한 상태에서 창피스럽고 잘못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의 말이 진심이기를 바라지만 사과와 반성 이후에는 책임지는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 

예씨는 성명서에서 “이 의원은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윤창호법 제정과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10월30일 국회에서 친구들이 직접 준비하고 토론자로 나선 관련 세미나.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친구들은 처벌 강화 외에도 예방의 대목에서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예방 효과가 보장되고 유력하게 제기되는 방안은 음주 상태를 감지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 장치를 자동차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끔 하는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 출시될 모든 신차에 그걸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수급과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이라서 실질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관련해서 송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017년 2월28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44조의2 및 152조 1호의2 신설)을 발의한 바 있다. 

골자는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다시 운전면허를 받아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은 날부터 일정 기간 동안 음주운전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만을 운전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음주운전 범죄의 초범을 예방하는 효과는 없지만 그럼에도 재범을 막는 효과는 확실해 보이고 전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시행되는 강제 조치이기 때문에 현실성도 있고 법률 통과 가능성도 낮지 않다.  

추후 법률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장치를 설치하는 비용 문제(너무 비싸면 법 위반 요인이 있음)나 공인된 장치를 어떻게 지정할 것인지의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이 법률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친구들이 10월30일 세미나를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총장을 찾아 윤창호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며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소위(안전 및 선거법 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보면 이 법안에 반대하는 논리로는 이런 게 있다.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타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운송업자들에게 생업을 중단하게 만들어 과도한 규제 소지 △당사자가 직접 설치하게 하는 점 △장치 제조업자나 자동차 보험사의 사업적 활용 가능성 

송 대변인은 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음주운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모든 차에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우니 내가 단계적으로 제안했다.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호법에 대해서도 “나는 당론으로 채택하든지 세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의 얘기는 이런 거다. 윤창호법과 그런 맥락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문제는 양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다른 큰 이슈들로 논의조차 안 되고 통과가 미뤄지는 현상에 대해) 그래서 언론도 자주 다뤄주고 나도 논평을 할테니 불을 지펴보자. 나도 우리 아들 군대갔다가 제대한지 얼마 안 됐다. 내 아들과 같이(윤씨는 사고 당시 군복무 중이었음) 느껴졌다. 이거는 정말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적극 공감했다.

이어 “기계 장치도 사실 준비가 다 돼 있다. 내가 작년에 직접 찾아다니고 그랬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 추진 중인 것과 관련) 비대위원장을 만나면 내 법도 같이 세게 추진하자고 말씀 전해달라”고 밝혔다.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윤창호법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송희경 의원실)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윤창호법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송희경 의원실)

송 대변인이 말한 지점처럼 결국 이슈화가 중요한데 친구들을 이끌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진씨도 이날 호소문을 배포하고 아래와 같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장문이지만 있는 그대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저희는 법을 바꿀 힘이 없기에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을 찾아 다녔다. 그 과정이 평탄했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겨우 국회의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중 적극적으로 답변해준 의원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저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윤창호법 소관 상임위)를 움직이기 위해 언론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희는 그저 국민이 보호받고 의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싶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저희는 그저 학생일 뿐 아직 나라를 바꿀 힘이 없다. 그러니 기자 여러분들, 국회의원, 정부 모두 힘을 써줘야야만이 이 사회가 바뀐다.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일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간의 경험을 통해 기자들께서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믿는다. 저희는 앞으로 제2의 창호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마음에서 윤창호법을 제안했고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앞으로 윤창호법의 제정을 위한 국민의 동의 서명을 받는 오프라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고 그간의 음주운전 피해자들을 기리고 앞으로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뱃지를 판매할 계획에 있다. 뱃지는 오프라인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후원금 형식으로 사용될 예정이고 추후 금액이 남게 되면 관련 시민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다. 저희는 지금 현실적으로 마주한 어려움 앞에 절대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갈 것이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20대로서 힘이 없을지라도 내딛지 못 한 발걸음보다 내딛은 발걸음이 몇 갑절의 힘을 가진다는 걸 아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저희가 목소리를 내는 데에 기자들께서 도와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이제는 펜으로써 사회를 바꾸는 데 앞장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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