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밝혀낸 박용진의 용기, 기자들에게 당부, 언론의 보도, 회계 조작 부정을 알고서 감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론사 사장들과 간부들이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문자주고 받은 게 보도돼서 다 알고 있지 않는가. 어두운 이면이다. 대한민국은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고 하는 근대 민주주의 철학 위에 서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그리고 제4의 헌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게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언론이라고 본다. 4개의 견제와 균형 기관이 삼성 혹은 재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이라면 하루빨리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아까도 같이 용기를 내줬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해줘야 할 몫이 많다고 본다. 난 여기까지다. 여기까지가 내 몫이다.”

박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가치를 자체 평가금액 3조원보다 거의 3배인 8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은 엉터리 자료임을 이미 알고도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했음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의 폭로 기자회견에 수많은 기자들이 찾아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용진 의원의 폭로 기자회견에 수많은 기자들이 찾아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은 삼성의 내부 문건을 통해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던 삼성물산과 삼바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여기서 합병 비율을 이재용 일가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했다”고 역설했다.

큰 틀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인수합병을 추진해야 하는데 전자의 주식 가치가 훨씬 낮아서 이를 조작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일모직이 대주주로 있는 삼바의 가치를 회계 조작으로 끌어올렸고 이를 그동안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알고도 묵인했다는 정황이 있는데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 체제 이후 이것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삼바의 분식회계를 짚어냈지만 상위 기관인 금융위의 증권선물위원회는 사실상 1차 평가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 

여기서 박 의원은 삼성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을 확보해서 폭로하게 된 것이다. 

사실 구체적인 내용은 상당히 복잡하다. 

바이오젠(미국 제약회사)이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의 자회사)에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미래에 확보할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실제 이것이 행사되지 않았음에도 행사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가격을 뻥튀기해서 장부에 기록했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바가 자본잠식에 빠지는데 박 의원은 삼성이 이를 알고 대응하기 위한 3가지 시나리오까지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콜옵션이 행사된다는 가능성을 부각해서 에피스를 삼바의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구조를 변경했고 이를 통해 2000억원 적자 기업을 1조9000억원 흑자 기업으로 둔갑시켰다.

그래서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려 우량기업인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모색했다는 취지다. 

현재 2016년 10월 이후 국정농단 정국 때부터 지금까지 SBS 등 여러 언론의 보도에 따라 밝혀진 것은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이 손해볼 것을 알면서 제일모직과 합병 결정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승마용 말 지원 △제일모직(에버랜드) 보유의 용인 땅값 부풀리기 △삼성 고위 간부들의 차명 부동산 소유 등 모든 퍼즐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모든 것이 삼성 총수 일가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행됐다는 신빙성 짙은 대가정을 강화해주고 있다.

박 의원은 증선위의 재심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인정될 것 같냐는 질문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질의를 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자신은 관여하지 않는다. 나는 모른다. 알아서 하겠다는 입장이더라. 유치원과 (삼성을)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유치원의 회계 과정이 애매하기에 대법원에 가면 무죄로 판결났었다. 우리(유치원장들)는 죄가 없다고 한다. 근데 유치원은 아니지만 어린이집 횡령 건은 2심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횡령죄로 판결했다. (국민 여론과 관심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다. 증선위가 (국민과 언론이) 관심없고 무시하고 지나가면 (1차 결론 때처럼) 자기 맘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분(기자들)이 보도하고 이 사실을 잘 알게 되면 증선위도 이 문제를 바르게 잡아서 가져온 금감원을 구박하지 않고 결론을 낼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기대섞인 메시지와 달리 현장에서 여러 기자들은 박 의원에게 작은 틈을 비집고 삼성의 고위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재차 질문했다. 

“삼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다가 상임위가 바뀌었다. 그런데도 삼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는?”

“회계사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시장평가액에 8조원 이상이라도 되는 게 안진에서 평가한 8조라고 말한 건데 회계법인이 평가하는 것은 시장평가액이라고 안 하고 자체 평가액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박 의원은 유치원 비리, 삼성 경영권 문제 등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과 싸우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은 유치원 비리, 삼성 경영권 문제 등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과 싸우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렇게 정치권, 언론계, 공공기관 등 삼성이 대한민국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대관 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박 의원은 정론관 옆 백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 장소에서 거듭 법적인 문제에 걸릴까봐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이 실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기능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사전 공부를 하고 와서 최대한 (소송전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했다. 

故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 X파일 떡값을 폭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던 전례를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더욱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담당 상임위원회를 정무위(주로 금융 문제 담당)에서 교육위로 옮기게 된 박 의원은 유치원 비리 문제를 폭로해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정무위를 떠났음에도 계속 삼성 문제를 다루는 배경에 대해 박 의원은 “내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 것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다. 대한민국은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법률을 무시하고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내야 한다. 상임위가 두개라 생각하고 정무위와 교육위 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겠다. 정무위 소속이 아니지만 하고자 했었던 일들을 꾸준하게 국회의원으로서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의 비위 의혹이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고 이를 통해 사건을 접할 국민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