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모임에서 초청, 나경원·유기준·김영우·유재중 정견 발표, 친박 청산 보다는 친박 눈치보는, 당원권 정지 형평성, 황교안과 김무성의 당권에 미칠 영향, 홍준표는 대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 달도 안 남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잔류파)과 비박(복당파)의 경쟁이 시작됐다. 현 김성태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11일까지라 그 안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질 예정인데 2019년 2월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구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친박 잔류파는 나경원(4선)·심재철(5선)·유기준(4선) 의원이 있고 비박 복당파는 강석호·김영우·김학용·유재중·홍문표(3선) 의원이 차기 원내 사령탑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22일 오전 당내 초재선 모임 ‘통합과 전진’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몇몇 원내대표 주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나경원·유기준 의원과 김영우·유재중 의원 4명이 참석했다.

김영우 의원, 나경원 의원, 유기준 의원, 유재중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로서 정견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의원은 정견 발표 시간을 통해 “시골 흙수저 출신인 내가 선출되면 그 자체로 이미지 변화가 되고 서민과 청년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 의원은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을 하겠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준 의원은 “기소되면 바로 당원권이 정지되는데 해당 의원들(한국당 윤리위원회 규정 22조에 따라 최경환·이우현·원유철·홍문종·권성동·김재원·염동열·이현재·엄용수 의원 등 9명 주로 친박계)은 당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의원 개개인이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재중 의원은 “단순히 현역의원 몇 명 바꾸는 인적 쇄신으로는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없다. 친박 핵심 의원이 있다면 당을 떠나달라. 친박의 핵심으로서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의원이 있다면 당을 떠나달라. 그래야만 보수가 희망을 가지고 결집할 수 있다”고 친박을 몰아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통합과 전진 모임에 참석한 초재선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친 박근혜계와 비 박근혜계는 ‘반문’이라는 공감대로 뭉쳐있지만 아무리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들어 50%대와 30%대로 떨어졌더라도 그게 곧 한국당의 지지로 넘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는 80%에 육박했다. 다만 이후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급전직하 중인데 그렇다고 탄핵당한 세력이 버티고 있는 한국당이 대안으로 국민 선택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전국민적인 촛불 민심은 친박 청산을 완료하지 않은 한국당에 지지를 보내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 의원은 “탄핵에 찬성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권이 지금의 무한 정당성을 얻고 문재인 정권의 무한 폭주의 근거를 만들어 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탄핵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게 아니고 친박에 대한 지지가 살아난다고 볼 수 없는데 나 의원의 이런 발언은 결국 당내 친박 세력과 바깥에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나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이 한 평생을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며 친박에 대놓고 구애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중도로 스펙트럼을 확장시키지 못 하고 지지율은 전혀 오르지 않고 있는데 전국민의 15%(약 750만명)가 친박이라고 했을 때 이들의 확고한 지지를 포기하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는 불안감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점이 과감하게 중도로 세 확장을 꾀하지 못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무릎을 꿇고 뼈를 깎는 혁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계파 갈등이 심각하고 ①정책적 비전 제시 ②대여 투쟁 ③친박 청산 중에서 오직 ②에만 치우쳐졌던 게 사실이다. 투쟁 전문가를 자처했던 김 원내대표의 임기 1년은 ②으로 점철됐다. 물론 김 원내대표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과감한 ①을 제시한 바 있지만 ②에 대한 몰입이 너무 강렬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무릎꿇은 한국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7월16일 부임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해서 ③을 추구했지만 예상치 못 한 전 변호사의 친박적 행보로 해촉 사태를 맞이했고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당 하면 김 원내대표만 떠오를 정도로 존재감이 강했는데 신임 원내대표는 2019년 연말까지 한국당의 이미지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다. 2020년 4월 총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작년 원내대표 선거 국면을 보면 △친박계 홍문종 의원(36표) △비박계이자 친 홍준표계 김성태 의원(55표) △중립지대 한선교 의원(17표)이 경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 의원은 당시 친홍 견제를 목적으로 단일화 과정(이주영·조경태)을 이끌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비박 복당파 진영에서 강석호·김학용 의원이 단일화를 위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비박계에 대항하기 위해 나경원·심재철·유기준 의원의 단일화 행보도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비공개로 전환된 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인적 청산 문제 △당 화합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 △후보 단일화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권 정지나 바른미래당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정리된 입장이 발표됐다.

간담회가 끝나고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민경욱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원권 정지에 대해서는 단일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당원권이 정지된 9명과 달리 바른정당 소속일 때 기소된 이군현·홍일표·황영철 의원은 현재 당원권 정지 당규를 피해갔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똑같이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11일까지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조속히 결정해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도 정했다”며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복당과 같이 공정한 원내대표 선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일체의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전 총리와 김무성 의원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친박을 옹호하는 전 변호사가 내쳐진 이후 친박계 의원들의 활동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미 이들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당권 도전을 공식 요청했다. 황 전 총리는 대권이냐 당권이냐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 정치에 들어와 본 적이 없는 황 전 총리는 관료이자 온실 속의 화초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당내 잔존하는 친박계의 펌프질로 힘을 받고 있다.  

유기준 의원이나 나 의원의 친박 잔류파가 원내 권력을 차지하게 되면 황 전 총리의 당권 장악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반면 비박계인 강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에게 힘이 쏠릴 수 있다. 

강 의원은 2015년 7월13일 방송된 YTN <오준석의 뉴스인>에서 김무성 당시 대표의 새누리당 체제 1년에 대해 “공천개혁과 완전국민경선제를 당론으로 이끌어냈고, 두 번의 재보선에 대한 승리 그리고 당 재정투명성에 관한 시스템을 확립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뤄냈다. 짧은 기간 동안에 가장 어려운 부분을 상당히 성과를 잘 냈다고 그런 평가를 하고 싶다. 95점은 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과 가깝냐는 질문에) 그분의 정치적 이념과 스탠스를 상당히 존중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렇게 심리적 거리가 가깝다 보니 김무성계의 지지가 비박계이지만 잔류파인 TK(대구경북) 출신 강 의원에게 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차기 유력 원내대표로 떠오른 강석호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최근 정치 복귀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가 당권에 다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오히려 당권 보다는 대권을 노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2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홍 전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당대표 나오면 떨어진다는 것을 아는데 나오겠는가. 이렇게 키워가지고 대구(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로 갔다. 거기서 국회의원 돼서 다음 대통령 후보를 노릴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지금은 대선 행보이고 차기 총선의 발판을 굳히는데 (주력할 것이고) 또 자기가 중앙정치를 하는 데에 존재감을 그런 식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