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 회계 이원화를 해서 학부모 부담금은 행정 처분으로 남겨놓자는 한국당, 회계를 일원화하고 보조금 전환을 하지 않되 처벌규정을 따로 신설하자는 바른미래당,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제안 수용 가능하지만 한국당은 반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논의를 시작한지 1시간 반이 지나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국 참지 못 하고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처벌할 생각이 없는데. 보조금으로 전환해서 뭘 하겠는가.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여기 와서도 이야기했고 기자회견장에서도 뭐라고 했냐면. 사유재산이라고 그랬다. 사유재산이라고 한 게 뭐냐면. 학부모들이 나한테 준 돈이 내 개인 돈인데 그거 가지고 뭘 사든 무슨 상관이냐고 얘기를 했다. 그 대형 유치원 몇 군데가 우리 유아 교육을 흙탕물로 만들어놓고 있는데 그 사람들 처벌하자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처벌 못 하게 하면서 뭘 처벌을 하나? 그 사람들 그렇게 너무 뻔뻔하게 얘기하지 않았는가.”

유치원 이슈를 최초로 제기했고 3법까지 발의한 박용진 의원은 결국 연내 처리가 어려워지자 크게 상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6일 10시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렸고 여기서 유치원 사태에 대한 입법 논의가 진행됐다. 10월 초 국정감사 직전 박용진 의원이 사립 유치원 감사 결과를 폭로하면서 일부 유치원장들의 비위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고 이에 따라 제정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금방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법안소위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지만 이날은 자유한국당이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생중계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의 상황을 보면 연내 통과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12시25분에 정회될 때까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합의하지 못 했다. 

당초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교육위 간사)이 내놓은 중재안(세 가지의 사립 유치원 지원금을 단일 체계로 유지하되 횡령죄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상징적인 처벌 조항은 명시)으로 양당이 타결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끝내 한국당 의원들(곽상도·김현아·전희경)이 불수용함으로써 난망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3법의 핵심인 유아교육법 개정안(에듀파인 회계 시스템 도입하고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을 원내대표 간에 정치적 타협이 이뤄진다면 어느정도 양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다. 

소위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 역시 회계를 일원화하되 최소한의 처벌 규정을 두자는 임 의원의 중재안에 찬성 의사를 명확히 표했고 법안소위위원장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중재안으로 중지를 모으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렇지가 않았다. 

핵심은 ①누리과정 정부 지원금 ②유치원생에게 들어가는 각종 부수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금 ③학부모 부담금(교비) 3가지 중에 ①②은 에듀파인에 유입되도록 하되 ③은 자율적인 일반 회계 시스템으로 놔두는 것 즉 회계를 이원화 하자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의 회계 이원화 논리를 가장 앞장 서서 주장한 전희경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전희경 의원은 “저희는 경중이 있고 사립 유치원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받는 돈은 형사처벌로 그리고 학부모들이 부담금으로 호주머니에서 내는 돈은 학부모 자율 감시와 통제 및 공개 그에 따른 행정 처벌로 하는 것이 옳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반환 청구와 시정명령을 하는데 이걸 투명하게 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에 대해 다 공감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당 안은 국가 지원금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옳다. 다만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안은 다 통틀어서 교비 전체에 대한 형사처벌을 하자는 의견인 것”이라고 정리했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비영리 학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 의원도 동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초중고등학교의 일반 교육 법인과는 달리 사립 유치원 업계에는 대부분 개인 운영자가 많다는 실정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관점은 이런 거다.  

공적 교육기관인 학교라면 기부금을 비롯 모든 수입은 공적으로 회계처리 및 관리돼야 하고 따로 법률적 근거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되 그 급여를 개인이 맘대로 쓰는 것은 상관없지만. 유치원의 경우 ③ 자체를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로 쌈짓돈으로 유용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초중고등학교는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명백히 비영리 법인으로서 그렇게 관리 운용되고 있지만 유치원은 법적 미비로 허점이 있었고 그게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이번 일을 중재하고자 애쓴 임재훈 의원(오른쪽)과 한국당 안을 고수한 전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일을 중재하고자 애쓴 임재훈 의원(오른쪽)과 한국당 안을 고수한 전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 의원들도 ③을 맘대로 쓰도록 두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다만 학부모들이 주가 되는 유치원 운영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자는 논리를 고수했다. ①②과 ③을 따로 분리해야지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일원화하면 안 된다는 관점이다.    

전 의원은 “학부모들의 힘을 믿어야 될 때는 믿어야 한다. 내 자식들이 다니는 유치원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그걸 내가 호주머니에서 낸 만큼 철저하게 감시하겠다. 그래서 자문 받아서 쓰고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돼 있다. 정부 돈은 정부 돈대로 감시받고 학부모 돈은 학부모 돈대로 특색을 살려서 의논해서 쓸 수 있도록 그렇게 돼 있는 이 법률 자체가 상당히 절충해서 내놓은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회계로 돼 있는 건 사적 목적으로 써도 되는 것이냐고 우려를 하는데 임 의원이 말한 것처럼 지금 유치원은 현행 사학법을 적용받는 학교로 돼 있다. 사학법이 교육 목적의 용도로 (학부모 부담금을) 쓰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회계 감사로 비리를 적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행 사립 유치원의 허술한 시스템 Ⓑ유치원 수입의 두 개만 에듀파인 적용 Ⓒ초중고등학교 수준의 에듀파인 시스템 이렇게 3단계가 있다고 하면 이번 기회에 Ⓐ에서 Ⓒ로 간다는 차원에서 3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고, Ⓐ에서 Ⓒ로 가기에는 실정상 무리이고 Ⓑ가 현실적이라는 게 한국당 주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례적으로 법안소위 회의를 전체회의장에서 열었고 생중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형사처벌의 수위를 놓고 절충을 시도한 것이 임 의원의 중재안인데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면 바로 횡령죄 적용이 가능해서 너무 엄격해지는 부분이 있고 그런만큼 지원금 체계로 일원화하되 최소한의 처벌규정만 두자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당은 ③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두는 게 맞다는 관점을 끝까지 고수했다.

전 의원은 ③에 대한 사적 유용이 일어났을 경우 적발되면 형사처벌은 아니더라도 강제 폐원 조치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은 제재 수위라고 강변했지만 박용진 의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비위 사실에 대해 단순 경고와 주의 조치로 가볍게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발언을 자제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현아 의원은 “기존에도 행정처분이 잘 안 돼서 형사처벌로 가자는 것이 민주당 주장인데 교육부가 행정처분을 제대로 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자는 것으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6년간 동결된 누리과정 지원금 액수를 늘리되 그러려면 이번에 법 개정으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은 “당근과 채찍을 주는” 차원의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급하게 뭔가 논의하고 있는 박찬대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급하게 뭔가 논의하고 있는 박찬대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아무리 토론을 벌여도 예정된 2시간 안에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잠정적으로 회의 시작 2시간 반만에 정회됐다. 

조 의원은 끝끝내 양당 의원들의 합의점이 모아지지 않자 산회를 선포하지 않고 꼭 이번 정기국회 안에 유치원 입법 정비를 마무리하자는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간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정회 상태에서 오후 소위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선택을 했다. 

박용진 의원은 회의장을 나와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국민들이 비판하고 지적했던 걸 생각하면 교비에 대해서는 학부모 부담금이든 국고 지원금이든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에 당연히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정을 만들자고 하는데 그걸 그렇게 반대하면 한유총의 주장과 똑같은 거다. 학부모들의 부담금은 유치원 원장들의 개인 재산이고 명품백을 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분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주자는 어떻게 그런 법을 만들 수 있는가”라며 거듭 한국당을 규탄했다.

이어 “합의를 안 하면 안 했지 어떻게 국회가 교육위가 유치원 원장들 장사하는데 법 만들어주는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어떻게 저런 법을 만들고 와서 왜 처벌을 못 하냐고 하니까 결국은 사유재산이라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 사립학교 체계가 만들고 있는 공공성의 영역 국가 교육의 영역 그 법 자체를 부인하고 흔들겠다는 것 아닌가. 나는 분노가 치밀어서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지금처럼 잘못 쓰면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데 저 법 만들어주면 유치원 원장들이 학부모들이 우리한테 준 개인 재산인데 법으로 처벌 안 해 상관없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회의장을 나와서 박 의원은 쌓였던 답답함을 기자들에게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회의장을 나와서 박 의원은 쌓였던 답답함을 기자들에게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들에게 계속 분을 풀던 박용진 의원은 “국기문란이다. 대한민국 교육체계에 대한 도전이다. 사립학교법의 근간을 흔들자는 얘기다. 납득이 안 된다. 입으로는 회계 투명성을 얘기하면서 사립학교법 전체를 흔드는가.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국회에서 무슨 일이 저질러지고 있는지. 왜 그동안 유치원들이 마음대로 해도 아무런 처벌을 안 받았는지 정치인들이 왜 꼼짝도 못 했는지 교육당국은 왜 꼼짝도 못 하고 당하고만 있었는지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한유총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국회가 자기 일 안 하니까 이런 것 아닌가”라고 쏟아냈다.

박용진 의원의 이러한 긴 하소연을 압축하는 표현은 이미 회의 중간에 나왔었다. 

“(한국당 의원들에게) 처벌을 안 하겠다는데. 보조금으로 전환해서 뭐 하나. 차라리 사립학교법에서 유치원 제외하는 법을 내달라.”     

(사진=박효영 기자)
김한표 의원이 기자들에게 원내대표 간 합의 보다는 교육위 자체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마지막 방법일 수 있는 원내대표들 간의 탑다운 합의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15시 즈음 정론관을 찾아 “당연히 저희들이 이 문제를 짚고 있고 고민하고 있고 낮밤을 지새면서 토론과 깊이 있는 연구를 거쳤기 때문에 저희들 생각은 원내대표단에 넘겨서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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