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은 결국 통과됐고 남는 건 선거제도 개혁 뿐, 3당의 강력 투쟁 모드, 민주당의 역할이 더 중요, 선거제도 개혁이 어려운 배경 정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6일 15시에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예산안 합의 소식이 타전됐고 이후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미 5일 오전 예산안 합의문과 별개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합의문 초안이 작성됐지만 갑자기 도농복합형 선거구제가 비토 명분으로 떠올랐다. 

7일 14시가 당초 예정된 본회의 개의 시간이었지만 16시로 19시로 계속 밀렸다. 19시 즈음 본회의가 열려 윤창호법(도로교통법) 등 민생 법안을 처리했지만 양당 원내대표는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의 선거제도 초안 작성을 위한 협상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21시 협상은 결렬됐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만 참석해서 의결 절차가 이뤄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8일 새벽 4시27분쯤 다시 본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끝내 2019년도 예산안 469조6000억원(9000억원 순감)과 부수세제 법안들이 통과됐다. 3당은 불참했다. 새벽에 열린 본회의 이전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부수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의결 절차가 있었는데 3당 의원들은 항의 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는 등 사실상 양당이 그대로 강행했다.  

이로써 9월3일 시작된 ‘정치의 계절’ 정기국회(대정부질의·인사청문회·국정감사·예산안)는 막을 내렸다. 정확하게는 9일 일요일이 회기 마지막 날이지만 이날까지 초안이 작성돼 3당의 농성 모드가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6일 오후부터 단식에 돌입했고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청와대 1인 시위, 오프라인(신촌과 광화문) 특강 등 발로 뛰고 있다. 

기재위 앞에서 피켓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는 3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성호 기재위 위원장 앞에서 항의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 김성식 의원, 유성엽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정미 대표는 당장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오후 본회의 개의 시간이 계속 연기되던 때 로텐더홀을 찾아 단식 중인 두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손 대표 : 내가 나이도 들고 힘도 없지만 내 몸 하나 바쳐서 그게 조금이라도 자극이 되고 충격이 된다면 그렇게 선거법이 개정되고 그것이 민주주의 발전의 조금이라도 계기가 된다면 그렇게 하자. 그래서 여기 나와 있다. 거대 양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면 작은 정당들이 뭘 하겠나. 길을 막는다고 막아지겠는가. 다만 그 전에 그렇게 그런 강행 처리를 하기 전에 선거법 개정에 대해 확실한 방향과 시한을 확실히 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줬으면 한다.

홍 원내대표 : 3당이 합의한 안에 대해서 우리 당은 100% 동의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도농복합형 선거제도를 논의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저희가 수용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도농복합형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런 경우가 없다. 그건 신중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그걸 전제해서 논의하자는 한국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이다. 

손 대표 : 그랬으면 민주당이 3당과 합의한 것을 가지고 예산안을 통과시켜야지.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도에 대해 완전히 합의를 못 하는데 예산안만 하자 그게 지금 우리가 당면해 있는 정치 과정에서 맞는 얘기인가. 민주당이 한국당과 정말 이런 표현을 쓰기 싫지만 꼭 적폐 연대를 해야 하는가.

홍 원내대표 : 손 대표께서 단식을 풀어주시고..

손 대표 : 그런 얘기 하지 말아달라. 단식을 어떻게 푸는가. 

7일 오후 손학규 대표를 찾아온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원내대표는 이정미 대표의 섭섭함을 들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정미 대표 :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렇게 단식 농성을 할 수 있을지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민주당의 정치개혁 과제 중에서 핵심 공약이다. 사실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해놓고 나가지 않으면 이제 예산안 다 끝났고 12월 국회 개점 휴업 상태이고 내년 하세월이고 4월 획정위(선거구 획정위원회) 지나고 나면 이러다가 19대 국회처럼 어영부영 하고 그때처럼 개악(비례대표 의석수를 되려 축소)이나 안 되면 다행인 이런 상황으로 갈까봐 지금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끝났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앉아있다.

홍 원내대표 :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게 3당이 합의를 해서 우리한테 이걸 좀 동의해달라고 해서 하지 않았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겠다. 문서로 썼다. 그리고 나머지 문제 5항까지 다 합의했다. 그래서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빼면) 반대하기에 그러면 민주당과 먼저 하는 게 좋지 않느냐 했는데 그걸 (3당이) 거부하면서 이게 무슨 적폐 야합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이게 사태 해결에 모슨 도움이 되는가. 

이정미 대표 : 홍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선거제 개혁이 의원 밥그릇 지키는 일이다 이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글을 올려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느냐. 국회의원 밥그릇은 정말 섭섭하다.     

홍 원내대표 :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의가 국회에서 몇몇 사람이 앉아서 사인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지도부가 해도 의원들이 다 동의를 해줘야 하고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면 지도부 몇몇이 합의한다고 해서 의원들이 따라줄지도 모르는 게 선거법 아닌가. 

이정미 대표 : 그래도 그걸 국회의원 밥그릇이니 국민 밥그릇이니 그렇게 얘기하는가. 이때까지 그래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그러니까 지도부들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의 약속인데. 

홍 원내대표 : 지도부가 결단을 해도..

심상정 의원(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 정개특위에서 합의한 안은 없다. 다만 지금 정개특위 상황상 완벽한 합의는 어려우니 큰 원칙에서라도 합의가 이뤄져서 3당이 예산안 처리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 : 다투러 온 게 아닌데 사실이 잘못 알려지고 선거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노력을 안 했다는 것도 유감스럽다. 아무튼 우리가 더 노력하겠다. 적극 대응하고 가득을 잡도록 하겠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서 똑같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3당이 제안한 안을 우리가 수용을 했다. 100%. 그래놓고 그 안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한국당이 주장하는 도농복합형을 수용할 수 없다. 우리는 나머지는 다 한다. (초안) 발표를 하지 않았는가 언론에. 그 안이 아무 것도 아닌가. 우리 서명하겠다. 이 제안까지 했다. 그러면 한국당이 정 안 하려고 하면 우리라도 서명을 할테니 4당 의견으로 만들자. 그것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거부한 것 아닌가. 그래놓고 우리한테 역할을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두 대표를 찾아서 “(단식이) 오래 가면 안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 부분은 여러분들의 고통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막판에 좀 큰 결심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 좀만 더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식을 하는 것은 건강을 생각 안 하는 결심을 한 것이기 때문에 좀 그렇지만 장기화 안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3당은 원내외 7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 및 시민사회와 함께 총력을 다해 선거제도 개혁 관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단 초안을 보면 이렇게 돼 있다. 

①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확대한다. 
②의원 정수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도농복합형 선거구 포함)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위임한다.
③석패율제 등 지역 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④선거제도 관련 법안은 2019년 1월 임시 국회에서 최종 확정 의결한다. 
⑤정개특위 활동 시한(~12월31일)을 연장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양당을 움직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7당과 시민사회. (사진=박효영 기자)

그러면 지금 양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손사레를 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농복합형이 들어간 ②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 차이 
Ⓑ의원정수 증원에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어렵다
Ⓒ지도부의 결단만으로는 안 되고 의원들 모두가 합의해야
Ⓓ3당이 밥그릇 차원으로 투쟁하면서 양당을 비난만 한다
Ⓔ예산안 통과 이후에라도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된다

Ⓐ와 관련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6일 저녁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도농복합이 들어가서 합의할 수 없다. 한국당은 그게 들어가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 그렇게 양당이 서로 짜고 치는 게임을 해서 모두 부결시켰다. ②을 보면 도농복합형으로 합의한다가 아니다. 이걸 포함해서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합의해간다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이 괄호를 핑계삼아서 선거제 합의를 비토하고 대신 예산안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반대하면 배제하고 ②을 뺀 뒤에 4당이 합의하면 됐는데 되려 그걸 김관영 원내대표가 걷어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당이 촉구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것이고 지역구 선거 방식을 어떻게 결정할지의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하고 시골은 소선거구제로 하자는 도농복합형은 그리 중요한 쟁점이 아닌데 이를 명분으로 양당이 “짜고 치는 게임”을 했다고 보는 게 박 수석대변인과 김관영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우상호 의원은 3당의 정치적 이익 차원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캡처사진=tbs)
우상호 의원은 3당의 정치적 이익 차원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캡처사진=tbs)

Ⓑ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7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을 한 40~50명 늘리는 것을 받아 주겠느냐. 가뜩이나 정치 불신이 심한데. 저희 민주당의 고민은 바로 여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안 하고가 저희 당의 의석수와 크게 연동되는 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되는데 이걸 받아 주겠느냐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국민이 과연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걸 받아 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건데 적폐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국회의원 수를 안 늘리면 적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희는 그 문제에 대해서 솔직히 국회의원 정수를 50명 확대하는 것을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의 당론이 분명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의원정수 증원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서 국민에게 어필할 수가 없다는 명분인데 심 의원은 11월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니들 하는 게 뭐 있는데 또 늘리냐고 한다. 국민들의 반응이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밥값 잘 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지지한다. 밥값 잘 하는 국회의원을 많이 만드는 개혁을 가로막는 방패막이로 이 논리가 이용되는 것은 안 된다”며 양당의 정수증원 회의론에 대해 반박했다.

특히 3당은 국회 예산을 동결한 채로 증원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반면 양당은 이번 예산안에서 국회의원 수당을 182만원(연봉 1억472만원)이나 인상했다.

이정미 대표는 11월5일 열린 초월회(5당 대표와 국회의장 월례 회동)에서 “민심 왜곡 300석이냐 민심 그대로 360석이냐 국민들께 그걸 잘 설득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정 대표도 11월12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숫자가 줄면 줄수록 귀족원으로 변한다.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평민원으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3당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동영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홍 원내대표는 의원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선거제도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큰 틀에서 2012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못박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월22일 트위터를 통해 “가장 좋은 방안은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이 그것을 총선 공약으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2월24일 당시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늘 국회의원 선거에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와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가 제안한 근본 취지와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하고 큰 틀에서 환영한다. 이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우리 당이 도입을 주장해왔고 문재인 당대표가 대선 당시 공약을 했던 내용이다. 20대 국회의원 총선부터 이러한 제도들이 적용돼 승자독식의 정치가 개선되고 지역주의가 완화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명백히 당론이었던 만큼 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큰 틀에서 방향성을 못박고 논의해 갈 필요가 있다.  

Ⓓ에 대해 이정미 대표가 홍 원내대표에게 섭섭함을 표했는데 사실 정청래 전 의원·김경협 의원·우 의원 모두 그런 식으로 3당을 폄하했다. 

우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게 극한적으로 투쟁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왜냐하면 어차피 그분들이 저렇게 싸우는 이유는 자기 당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자기 당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서 싸우는 건 기득권이 아닌가. 마찬가지다. 서로 사실 자기 당 이해관계 때문에 싸우는 건데 다른 정당을 나쁜 정당 만들면서 자기 의석수를 늘리겠다고 하면 늘려지는가. 서로 좋은 대화를 해서 풀어 봐야지”라고 비판했다.

어차피 소수당의 밥그릇 문제이면서 양당의 기득권적 행태만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 하다는 취지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5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설혹 비례 의석 몇 석을 못 가져간다 하더라도 그게 이 제도의 취지라는 점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한다는 점에서 무지하다 아니할 수 없다.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얻지 못 할 정도로 지역구 의석을 얻었다는 건 지역구에서 대량 사표가 발생했고 그 사표들이 다른 정당에 가야 할 의석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걸 정당하게 의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당신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것도 모르는 채 그동안 이야기해왔다면 자신의 무지를 먼저 내놓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태양 위원장은 민주당이 누려온 것은 부당한 이익이자 편취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위원장은 민주당이 누려온 것은 부당한 이익이자 편취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우리미래 상임위원장도 5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촉구대회에 참석해 “민주당은 계산하려면 똑바로 하라.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의석 몇 석이 줄어든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손해는 정당한 이익을 침해받았을 때 손해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 십년간 양당이 독식해온 투표 이익은 부당한 이익이자 편취였다. 이런 오랜 관행을 놔두고 손해를 운운하는 것은 마치 도둑이 자신이 훔친 물건을 내놓으면서 내가 손해라고 하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도 6일 방송된 정의당TV <당원과의 대화>에서 “유불리라고 하지만 불리함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정당하게 보장됐던 것이 아니고 선거제도에 의한 부당한 특권이었기 때문에 내려놓는 것이 맞다. 정의당에게 유리하다는 게 아니고 우리가 노력한 만큼 국민의 지지 만큼 실력만큼 평가받도록 만드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밝혔다.

분명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3당에게 상대적으로 의석수 차원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동안 부당하게 누려온 양당의 부당함을 바로잡는 측면이 있다. 3당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 너머 대의에 부합하기 때문에 격렬한 투쟁을 하더라도 정당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3당의 주장이다. 

심 의원도 부당한 특권이기 때문에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정의당TV)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와 관련 “안타까운 것은 손 대표와 이정미 대표가 선거제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단식에 들어갔는데 이제부터라도 정개특위에서 본격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에 관한 논의를 빨리 빨리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25일 모든 3당 지도부가 모여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동시 처리를 공식 천명했던 것은 그동안 양당이 시간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개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었고 민주당은 △개헌 권력구조와 연계 △의원정수 문제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거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손해 등 여러 명분을 들면서 머뭇거렸다. 

3당은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했었고 이미 20년 전부터 논의돼왔기 때문에 이제는 결정만 하면 되고 이번 정기국회 안에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지 못 하면 물건너 간다고 보는 절박함 때문에 예산안을 걸고 실력행사에 나섰다. 

사실 민주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외쳤는데 현재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치적 현실을 보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결코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이번 정기국회에서 좌초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만 하더라도 한국당의 무조건적 반대에 부딪쳤다.

심 의원은 <당원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비협조자가 국회다. 국회를 바꿔야 하는데 어떻게 바꾸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의 가장 큰 모델이냐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도 현재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어떤 생산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배적인 1·2당 체제가 계속되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 제1야당을 어떻게 교체하느냐의 문제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온건 다당제 하에서 정부여당이 제도에 의한 연정을 책임있게 추진해서 한국당을 제압할 수 있는 결과를 2020년에 만드는 것이 정부여당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하다. 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나 의원들 한 분 한 분의 유불리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되지 않겠나 그런 충정에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분명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캡처사진=한겨레TV)

사실 한국당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의 결단이 더욱 필수적이라는 게 3당의 요구다. 

정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힘을 쥔 정부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여당의 말은 다 나와 있다. 그 말에 합당한 실천과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끌기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예산안 표류하고 12월 넘어가면 유야무야 뭉개고 가겠다는 것인데 그건 안 된다. 현재 정개특위에서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전혀 개혁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월19일 방송된 한겨레TV <법발의바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나뿐만 아니라 저희 당의 당론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고 어떻게든 할려고 한다. 꼭 저희가 한국당 핑계만 대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정말 박 의원의 말대로 민주당이 실천에 나설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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