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모두 등록 절차 완료하고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김종석·정용기 공개, 김영우와 유기준은 완주 공언했지만 끝내 불출마, 홍준표는 나경원 저격, 정책저항운동 표방한 정용기 의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 구도가 김학용 의원(3선) 대 나경원 의원(4선) 2파전으로 정리됐다. 당초 완주를 공언했던 김영우(3선)·유기준(4선) 의원은 계파의 벽을 실감했다면서 끝내 출마를 포기했다. 이로써 김 의원의 비박계 복당파와 나 의원의 친박계 잔류파 일대 일 구도가 완성됐다. 

김 의원과 나 의원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각각 김종석 의원(초선)과 정용기 의원(재선)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공식 발표했고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 절차도 마쳤다.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구도가 완성됐다. 왼쪽 하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학용 원내대표 후보와 김종석 정책위의장 후보,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구도가 완성됐다. 왼쪽 하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학용 원내대표 후보와 김종석 정책위의장 후보,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는 11일 국회에서 이들의 정견 발표와 상호 교차질의를 진행한 뒤 향후 1년간 한국당의 원내 지도부를 결정하게 될 선거를 치르게 된다. 

김 의원은 “국방위원장 출신이자 30년 정치 내공을 가진 내가 안보를 책임지고 최고의 경제 전문가인 김종석 의원이 경제를 책임지고 멋진 협업을 이뤄내겠다”며 포부를 밝혔고 나 의원은 “최장수 당 대변인을 시작으로 치열하게 싸워온 4선 원내대표와 재선 구청장이자 재선 의원의 경험을 가진 정책위의장이 만나 경륜과 실력으로 품격있는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나 의원은 정론관 밖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희 후보의 조합 자체가 당 통합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통합이 당의 통합을 넘어서 보수의 통합과 반문연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김종석 의원은 “나와 같은 초선 의원이 지역 안배나 선수와 계파를 초월해서 정책위의장 후보로 지명됐다는 것 자체가 한국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보수 가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대안임을 설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국당의 정책 컨트롤 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석 의원은 자신의 정책통 이미지를 부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기 경력에 대해서는 “30년 경제학 교수 생활을 마치고 2015년에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우리 당에 영입됐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 당 정책팀과 함께 일해 왔다. 2016년 4.13 총선은 물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당의 공약을 마련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일에 항상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최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한국당의 경제 비전 아이노믹스(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화시키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의 작성에도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내가 우리 당에서 역대 선거의 주요 공약과 당 정책의 흐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정책통이라 자임한다”고 밝혔다. 

김종석 의원은 “정당은 비전과 정책의 세일즈 조직”이라며 “소비자인 국민에게 어느 정당이 자신들의 비전과 정책을 더 잘 판매할 수 있는가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한국당이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좋은 물건을 가지고도 소비자인 국민에게 제대로 비전과 정책을 세일즈하지 못 해서라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노믹스와 아이폴리틱스(계파와 보스 중심이 아닌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살리는 방향)라는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께 우리의 가치와 비전을 소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국방 문제를 맡아 대여 투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김종석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서 △경제를 비롯 정책 전반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이 제시됐다.

현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동 노동자 이력을 강조하면서 중산층 서민을 대변하기 위해 부자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했었는데 김 의원도 3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보수와는 다른 정말 따듯한 보수를 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노동자의 90%는 노동 3권의 보장을 받지 못 하는 치외법권 지대,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분들을 따듯하게 어루만져 나가는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데 웰빙 정당, 귀족 정당의 이미지를 가지고서는 저희 한국당이 야당으로서 표를 확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당선되면 김종석 의원의 보수적 경제 철학을 기본으로 다지되, 최근 출산주도성장의 기조 아래 보편적 복지 차원으로 현금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의 방향성 전환을 그대로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용기 의원은 정책저항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쟁자인 정 의원은 “28년간 정치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사람 중심의 계파 활동을 하지 않았다. 재선 구청장(대전 대덕구)과 재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늘 국민 편에서 생각하고 일해 왔다”며 나 의원의 중립 이미지에 호흡을 맞췄다. 

물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 의원의 중립 표방에 대해 “중립이란 세가 유리한 쪽으로 이쪽에 붙었다가 저쪽에 붙었다가 하는 소신 없는 기회주의자를 이르는 것인데 한국당에는 그런 의원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선거가 좋기는 참 좋다. 내내 당내 총질만 하다가 선거철이 되니 대여 전사로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젠 의원 대부분이 계파없는 비박이다. 몰락한 친박에 붙어 봐야 정치적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계파를 떠나 싸울 수 있는 용장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라”고 저격했다.

비박계 잔류파이자 친홍계의 수장인 홍 전 대표는 재임 시절 나 의원의 우당 모임(중진 의원들이 모여 홍 전 대표를 견제)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겼었는데 명백히 나 의원을 비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 의원은 “정책위원회의 결정이니 따라 달라는 식으로 정책위를 운영하지 않겠다”며 “의원들 한 분 한 분의 정책적인 의지와 아이디어를 잘 받드는 것이 정책위의장의 책무라는 초심을 결코 잊지 않겠다. 의원들의 지역 공약 하나 하나가 모두 당의 소중한 정책이다. 그동안 당의 정책과 의원들의 지역구 의정 활동이 별개로 유리되어 왔다면 나는 그것을 연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표는 현장에 있고 지역에 있다”며 “17대 총선 당시 탄핵(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풍 속에서 낙선의 아픔을 맛보고 원외위원장으로서 지역을 누벼봤고 재선 구청장으로 구민과 함께 현장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다.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정책에 담긴 정치적 맥락과 표의 이동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정책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빠르게 읽어내 당을 살리고 우파를 재건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다듬어 내는 데에 내가 가진 능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반문연대를 내세우고 친박계의 표심까지 끌어안겠다는 나경원 의원의 전략. (사진=연합뉴스 제공)

눈에 띄는 점은 “정책저항운동”인데 정 의원은 이에 대해 “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탈원전 정책 등이 국가를 얼마나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지 국민들께 낱낱이 밝히고 이를 통해 국민과 함께 투쟁하는 정책저항운동을 벌이겠다”며 “여기서 한국당은 계파적 이해를 넘어 우파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나 의원이 최근 들어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자주 하고 반문연대를 천명했는데 이런 방향성에 부합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끝으로 정 의원은 “다양한 정책 분야에 일이관지(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음)하는 가치 지향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투명한 보수 △유능한 보수 △따뜻한 보수 △로하스(건강과 환경 등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고려하는 소비자의 생활 패턴) 보수 등 4가지 “우파의 길”을 제시했다.

2019년 2월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에서의 세력 경쟁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누구의 승리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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