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 시한 제시,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명시해서 결렬의 여지 남겨, 한국당과 민주당 모두 연동형을 받기 어려운데 핑계 명분만 만들어, 청와대의 입장도 국회 논의 개입에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 3당은 문 대통령의 적극성 주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사활 모드에 답을 내놨다.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못박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12일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3가지 공식 입장을 확정했다.
①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고 하루 빨리 5당이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②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고 2019년 1월 중으로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모델에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의결한다.
③5당의 합의를 위해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새로 구성된 한국당 원내 지도부와 적극 협의할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7일차에 접어들었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3당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향후 큰 틀에서 이행 스케줄을 담은 5당 합의문 발표 △12월 임시국회 개최 △정개특위 활동 시한 연장 △2019년 초 공직선거법 본회의 의결 등인데 일단 ①②에 상당 부분이 포함됐다.
문제는 ③이다.
지난 5일 오전 이미 양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3인(홍영표·김성태·김관영)은 예산안 처리 합의문과는 별도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합의문에 거의 타결을 이뤘음에도 막판에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때문에 결렬됐다.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하고 시골은 소선거구제로 하는 것이 도농복합형인데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 당시 원내 지도부의 입김으로 이걸 논의할 수 있다는 문구를 꼭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굳이 도농복합형만 명시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양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지 않으면서 도농복합형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농복합형을 포함한 그건 논외로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논의를 하더라도 한국당이 그 논의의 틀에에 들어와야 한다. 논의를 하면 3당과 민주당이 함께 한국당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석수를 늘릴지 안 늘릴지 연동형을 어떠한 식으로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된다. 연동형이라는 큰 방향성이 정해졌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여야 5당이 같이 모여서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나가면 된다. 저희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농성 중인 3당과 협의를 했었다. 거기서 (민주당이) 시간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해서 2월말까지 시한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6일 저녁 정론관을 찾아 “민주당은 도농복합이 들어가서 합의할 수 없다. 한국당은 그게 들어가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 그렇게 양당이 서로 짜고 치는 게임을 해서 모두 부결시켰다. 하지만 합의문 초안을 보면 도농복합형으로 합의한다가 아니다. 이걸 포함해서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합의해간다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이 괄호를 핑계삼아서 선거제 합의를 비토하고 대신 예산안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③의 진의가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논의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철회해야 5당 합의문이 타결될 수 있다는 민주당의 계략일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줄기차게 도농복합형이라는 문구를 고집했기 때문에 한국당의 반대를 예상하고 애초에 타결되기 어렵도록 ③을 명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전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교섭단체 3개 정당이 합의하려면 한국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도농복합형을 반드시 명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었다. 한 달 전부터 계속 얘기해왔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사실 도농복합형이 한국당 내에서 일치된 여론도 아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농복합형을 누가 얘기를 하는가. 아무도 안 한다. 김 전 원내대표도 이번에 욕 많이 먹었다. 왜 자기가 의원총회에서 한 번도 논의 안 된 얘기를 하고 다니냐고. (도농복합형을 원하는 의원들은) 별로 없을 걸? 대부분의 지역에서 도농복합형이라는 게 100만명 이상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한다는 것 아닌가? 근데 또 도농복합형은 민주당에서 또 도저히 받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의 지적처럼 이 원내대변인도 현실론을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
“(민주당의) 한국당 물고 늘어지기 작전이자 물귀신 작전이다. 엄밀히 따지면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 받을 수 없다. 소수당에게 너무 유리한 제도다. (민주당의 로드맵 발표에 대해서는) 정의당과 평화당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속마음은 그게 아니다. 한국당이 반대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전혀 진정성이 없는 얘기다. (민주당 입장에서) 호남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못 얻는데. 그리고 대통령 중심제에서 비례대표는 1당이 많이 가져가도록 돼 있다. 그니까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이) 받을 수 없는 것인데 그 두 당을 끌어안고 가려고 하니까 한국당을 물고 늘어지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의총 열어가지고 연동형을 안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재차 “나경원 원내대표가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볼 때 민주당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큰 틀에서 합의한다? 어렵다고 본다”고 비관했다.
실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선(11일)되고 하루가 지난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 단식 중인 두 당대표를 차례로 예방한 뒤 기자들을 만나 “너무 속도가 안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내가 지금 확답을 드리는 것은 어렵고 당내에서 의총을 빨리 열어서 속도를 내겠다. 무조건 합의를 해주기에는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못 물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12월 임시국회 문제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논의했다. 모든 게 일단 단식을 어떻게 해결해드릴까가 급한 문제라서 좋은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나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논의하기 전에 ①이라도 돼야 할텐데 이 원내대변인의 관측처럼 의총을 열면 한국당의 연동형 반대 입장만 공식화 될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양당의 핑퐁 게임을 3당도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측면이 있는데 마침 이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두 대표를 방문했다.
한 수석은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 “선거제도 관련된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미 문 대통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셨다. 대통령 당선되기 전에도 말씀하셨고 2015년에도 객관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안을 발표했는데 그렇게 합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긍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말씀을 이미 전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제도가 저희도 안타까운 것은 사실 여야가 모여서 차이를 극복하고 합의의 산물로 나오는 것은 국회의 영역이다. 뭔가 의견을 조율해서 빨리 합의안이 (만들어지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제도가 반영된다면 대통령께서도 만약 좋은 안이라고 생각된다면 얼마든지 국민을 설득할 의사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즉 3당은 국회에서 양당의 핑퐁 게임으로 합의가 도저히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데 한 수석은 이미 충분히 문 대통령의 역할은 있었고 여야의 합의사항이라 청와대가 개입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반면 3당은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환기하고 있고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을 이뤄내기 위한 권모술수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역사적인 과업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문 대통령이 더욱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29일 대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연정 말하니까. 이것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대연정 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 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 선거제도는 고치고 싶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건 꼭 하고 싶다. 그런 뜻을 말씀드린 것이다. 그래서 대연정 제안은 소위 말하는 반대급부의 내용이고 진정으로 제안한 것은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 이 제안이다. 그걸 중심에 놓고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3당의 총력전, 문 대통령의 액션 여부, 양당의 핑퐁 게임 등 갈수록 선거제도 개혁의 정국이 복잡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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