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4당 스크럼 제안, 심상정 위원장은 한국당 고립에 반대, 3당은 결국 예산 연대한 양당이 합의해오라 압박,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일요일(16일)까지 입장 밝혀달라 요구, 속도 중요, 의원정수 증원이 어렵다는 핑계 꼬집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정의당)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역할을 촉구함과 동시에 한국당을 제외한 4당 압박을 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심 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말까지 두 대표(손학규·이정미)의 단식을 풀 수 있는 명분과 원칙이라도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그것은 이미 한국당까지 포함된 그동안의 논의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것이 오늘 말씀드린 취지다. 나 원내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한국당의 결단을 이끌어내서 단식 농성을 해제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위원장은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쇼의 말을 인용하면서 “민주주의는 지루한 성공만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나는 늘 이 말을 새긴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충분히 지루한 시간을 거쳤다. 이제는 결단만이 남아있고 결단이 성공으로 가는 큰 산을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한국당을 압박하는 힘부터 키워야 한다. 5당의 합의를 이끌어 선거제도 개혁에 성공하려면 기본 방향에 동의하는 4당이 먼저 연대를 회복하는 것이 순서다. 이를 통해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는 것이 두 번째이고 한국당을 압박하고 승복시키는 것이 세 번째”라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 내에 선거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한국당에 대한 합의 도출을 시도하겠지만 만약 여의치 않으면 3당과 민주당만이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선거법 개정에 대해 정개특위를 가동해서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거듭 4당만의 합의를 하고 한국당을 압박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거듭 4당만의 합의를 하고 한국당을 압박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민주당의 기류에 대해 심 위원장은 이제 막 당선된 나 원내대표의 “입장이나 의견을 들어보기도 전에 4당이 압박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한국당이 나서지 않을 명분만 생긴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날(12일)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명시한 선거제도 로드맵을 공식 발표했고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한국당과의 대원칙에 합의해서 5당이 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역할을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한 차원에서 심 위원장은 나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단식 중인 이정미 대표를 방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경우 그나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만큼 예산안 정국이던 지난 5일 선거제도 합의문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었지만 나 원내대표의 견해가 김 전 원내대표의 철학과 부합한다고 볼 수 없고 당내 여론도 회의적이다.   

어찌보면 거대 양당 입장에서 비례대표 의석수의 손해라는 인식틀을 전제하고 있는 한 민주당은 한국당이 연동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해주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로드맵 발표에 대해) 정의당과 평화당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속마음은 그게 아니다. 한국당이 반대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전혀 진정성이 없는 얘기다. (민주당 입장에서) 호남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못 얻는데. 그리고 대통령 중심제에서 비례대표는 1당이 많이 가져가도록 돼 있다. 그니까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이) 받을 수 없는 것인데 그 두 당을 끌어안고 가려고 하니까 한국당을 물고 늘어지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의총 열어가지고 연동형을 안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민주당은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도 있고 당론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연동형을 찬성한다는 스탠스지만 한국당은 김 전 원내대표 개인의 공식 발언 외에 한 번도 연동형에 대해 당론으로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오히려 대다수가 회의적이라는 낌새만 풍기고 있다. 

심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당이 응답해야 한다. (나 원내대표의)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그 뜻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표의 단식 상황이 엄중하고 그동안 한국당의 정치 일정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당은 주말까지 큰 틀의 기본원칙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한다.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라는 보도를 봤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원내대표는 개인이 아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감하고 공감한다는 말씀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다. 그래서 정개특위가 본격 논의를 앞두고 3가지 토론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안이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고 토론해서 만든 안이다. 정개특위는 원점에서 논의를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수년 간 정개특위를 통해서 논의해오고 공감해온 토대 위에서 이번에는 대단원의 결실을 맺자는 것이 이번 정개특위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거듭된 논의를 거쳐서 가장 큰 대의는 비례성 강화라는 것에 합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안으로 2015년 제시한 바 있고 이때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수년 간의 논의를 (나 원내대표가)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할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위원장은 한국당에게 16일까지 입장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 원내대표가 전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 여야 지도부를 예방한 뒤 기자들에게 내놓은 메시지는 크게 △의원총회를 통한 조속한 당내 논의 진행 △개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변화를 연계하지 않으면 정치체제 전반적으로 조화롭지 않다 △단식 농성을 풀도록 노력 등 3가지였다.

심 위원장은 개헌과의 연계 문제에 대해 “(선거제도 개혁이) 권력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개헌과) 선거제도를 함께 논의했던 헌정특위(20대 국회 전반기 헌법개정 및 정개특위)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대결 구조의 국회 하에서 막중한 무게를 갖는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 정개특위를 처음 구성할 때 여야가 합의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에 먼저 합의하고 잘 합의되면 개헌 논의를 여는 문이 될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선 합의 후 개헌 논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3당이 너무 각 당 지도부의 탑다운만 요구하고 정개특위를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양당에서 들려오고 있는데 심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은 당론 대 당론만으로 안 된다. 정개특위의 논의만으로도 안 된다. 모든 상임위가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교섭단체 지도부의 의지가 실리지 않는 상임위의 결정이 이뤄질 수는 없다. 정개특위의 논의와 당 지도부의 논의 투트랙으로 하겠다고 처음부터 말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비공개로 내가 정개특위 간사와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에 여러 차례 연석회동을 했었다. 그 과정에서 큰 원칙적인 방향과 정개특위의 논의 속도를 조율해왔다. 그런 과정 속에서 3가지 안을 압축해서 논의를 시작하려고 했던 게 지난주의 상황이었다. 이게 흔들리다 보니 대표들이 농성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위원장은 의원정수 증원에 대해 국민 핑계만 대는 민주당 의원들을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의 로드맵은 3가지다.

①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고 하루 빨리 5당이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②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고 2019년 1월 중으로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모델에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의결한다. 
③5당의 합의를 위해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새로 구성된 한국당 원내 지도부와 적극 협의할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는데 넘어야 될 가장 큰 산 지역구 의석수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것을 줄일 것이냐 아니면 전체 의석수를 늘려서 지역구를 현재 의석대로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것이냐. 이 둘 중 하나에 대한 타결이 있어야 된다”며 “결국 거대 양당 사이에서 이 문제를 어떤 수준에서 합의할 것인지를 가지고 와서 5당이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정개특위에서 그것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조정해 갈 것인지 논의해 가는 것 여기까지 되면 저희들이 요구하는 1단계 요구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①②의 데드라인 합의로는 부족하고 핵심 쟁점인 의원정수 문제까지 양당이 타협해서 5당 합의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단식을 풀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결국 의원정수를 늘리든지 지역구 의석을 줄이든지 두 가지 중 하나를 결단해야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를 하겠다는 말이 진정성을 갖는 것이다. 3당은 의원정수를 확대하고 세비 조정을 포함한 과감한 국회 개혁 방향을 내고 국민들에게 엎드려서 좋은 안을 받아주라는 입장이지만. 정수 확대를 하지 않고 비례성 강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걸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겠다. (다만 양당이) 지역구 축소에 대한 결의를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김해영·설훈·우상호 등)이 △정수 확대는 국민 반대가 심해서 안 되고 △지역구 의석 축소는 의원 생존권이 걸려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결국 연동형 도입에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심 위원장은 “거꾸로 묻고 싶다. 국민들을 닮은 국회를 개혁하라는 것을 (국민이) 반대하는 게 아니다. 비판적인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지 그걸 묻고 싶다”며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변화를 약속한다면 국민들이 마음을 열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했는데도 국민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국민 핑계대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로 삼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양당이)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위원장은 선거제도를 확정하기 위한 시한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를테면 진짜 하려는 의지와 신념이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이 2005년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것처럼 그걸 뚫어가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의지가 없다면 안 할 핑계거리를 찾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심 위원장은 속도의 중요성에 대해 “4월까지 선거구획정이 마무리돼야 한다. 어제 선관위으로부터 선거구 획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빨리 결정해달라는 촉구문이 와 있다. 아무리 늦춰져도 2월 임시국회까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12월 중에는 큰 틀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는 아주 디테일이 많다. 연동형 하나만 가지고 보면 논의의 시작이고 정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비례대표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권역으로 할 건지 전국으로 할 건지 석패율제 도입 여부, 소선거구제를 할 건지 도농복합을 할 건지 수많은 논의가 남아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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