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두 번 회동, 단식 중인 두 대표를 풀게 할 내용은 공표 안 해, 유치원 3법과 선거제도 개혁이 핵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두 번이나 모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아무 합의를 이루지 못 했다. 다가오는 월요일(17일) 임시국회 개최에만 뜻을 모았고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일임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5당 원내대표들은 14일 오전 오후 문 의장의 중재로 두 번이나 만났지만 언론에 공표할만한 소식은 없었다. 사실상 빈손이나 다름 없었다. 유치원 3법과 선거제도 개혁 등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만큼 시급한 의제가 많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인식 격차를 좁히지 못 했다. 

5당 원내대표들은 두 번이나 회동했지만 두 대표의 단식을 풀기 위한 해법을 도출해내지는 못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9일째 단식 중인데 이를 멈추게 할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 한 것이다. 

물론 기자들 앞에서 아무 보따리를 풀지 못 했을 뿐이지 실제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을 가능성이 있다. 오후 회동은 16시 반에 시작됐는데 이례적으로 1시간이나 대화를 나눴고 선거제도 문제로 양당을 압박하고 있는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들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일임해서 해줄 말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뭔가 해법이 논의됐을 수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시국회는 하기로 했다. 문 의장이 17시에 일정이 있어서 나가야 된다고 해서(충분히 내용적인 논의를 하지는 못 했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는 다 가는 것이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이나 그런 것은 기본 동의는 돼 있는데 나머지 디테일은 수석들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핵심인 선거제도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고 답을 내보자고 해서 입장 조율해서 오늘 안에 해결해보자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존의 회의적인 자유한국당 분위기와 달리) 쳐버리지 않고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아주 극단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며 나 원내대표의 해결 의지가 있었음을 증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로드맵(2월 임시국회 처리)을 발표했다. 하지만 과연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전제로 놓고 그 로드맵에 동의해줄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당선 직후 나 원내대표는 12일 단식장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로텐더홀의 상황을 풀어드릴 수 있을지 서둘러 논의하겠다”고 말했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 점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회의적인 상황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동 직후 단식장을 방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고 16일까지 한국당의 입장 정리를 해달라고 촉구했는데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답을 못 드리는 거다. 답을 못 드리니까 빨리 (단식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단식을 풀고 정개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내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고 정권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면 그걸 받아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개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에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나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인데다가 특히 연동형에 대해 둘 다 회의적이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경우만 한국당 내에서 이례적으로 연동형에 대해 동의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셈법이 달라졌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당 의원들은 비례대표 의석수 획득에 손해이기 때문에 연동형은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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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수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나 원내대표는 △단식을 풀기 위한 해법 모색 △12월 임시국회 개최 △의원총회 소집해서 의견모으고 당론 결정 △개헌과 선거제도 연계 등 이 정도 선으로만 언급하고 있지 연동형에 원론적으로 찬성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로드맵 발표 이후 3당은 사실상 연동형에 대한 원칙적인 동의를 뛰어넘어 핵심 쟁점인 의원정수까지 양당이 합의해서 5당 합의문을 발표해야 하고 그래야 단식을 풀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 첫 단계도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해줄 수 없는 게 있다. (연동형은) 민주당이나 한국당이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며 “근데 민주당은 속으로는 한국당이 반대해주기를 바란다. 한국당은 너네가 책임져라 왜 우리한테 폭탄 돌리기를 하는가 이런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 이날 논평을 통해 △선 단식 해제 후 정개특위 논의 △의원정수 증원 규모에 대한 대국민 설득 과정을 3당에 주문 △개헌과 선거제도 연계 등 3가지를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정작 이해가 필요한 곳은 국민이 아니라 한국당”이라며 “한국당이 원체 불통인 것은 알지만 자신의 말만 하지 말고 타인의 말도 듣고 정치하길 바란다. 그간 논의에 귀를 닫고 있었으니 자꾸 논의를 도돌이표로 돌리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의당, 정개특위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인다면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선거제도 개혁이 곧 국민을 위한 개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정개특위 여야 간사(김종민·정유섭·김성식)들은 지난 3일 그동안 논의된 것을 토대로 3가지 선거제도 모델을 발표한 바 있고 여기서 C안은 의원정수 330석을 명시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3당은 360석과 380석 등 증원 규모를 제시해놓은지 오래다. 

다만 양당 입장에서 연동형 도입 자체를 정치적 손해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의원정수 증원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 △개헌과 연계 등 이러한 요소들을 명분으로 안 되는 방향으로 이끌거나 논의 자체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위원장은 16일까지 한국당의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나마 민주당은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에 큰 뜻을 갖고 있었던 만큼 공식적으로 연동형을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당은 김 전 원내대표 개인의 발언으로만 연동형에 동의했지 단 한 번도 당 차원으로 동의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이렇게 충고했다.

“한국당이 응답해야 한다. (나 원내대표의)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그 뜻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표의 단식 상황이 엄중하고 그동안 한국당의 정치 일정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당은 주말까지 큰 틀의 기본원칙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한다.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라는 보도를 봤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원내대표는 개인이 아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감하고 공감한다는 말씀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다. 그래서 정개특위가 본격 논의를 앞두고 3가지 토론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안이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고 토론해서 만든 안이다. 정개특위는 원점에서 논의를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수년 간 정개특위를 통해서 논의해오고 공감해온 토대 위에서 이번에는 대단원의 결실을 맺자는 것이 이번 정개특위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거듭된 논의를 거쳐서 가장 큰 대의는 비례성 강화라는 것에 합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안으로 2015년 제시한 바 있고 이때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수년 간의 논의를 (나 원내대표가)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할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도 1966년생으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당장 손 대표는 1947년생으로 단식이 다음주를 넘어가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 선거제도에 대한 5당 합의문이 성사되기 위해 양당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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