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특감반원 김태우의 앙금있는 폭로인가, 청와대는 강력 부인, 우윤근과 청와대의 해명 불일치, 청와대와 특감반의 사생결단, 야당의 강력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분명 전직 특별감찰반원(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인 김태우 수사관(검찰 소속)은 청와대에 앙심이 있을 만한 배경이 있다. 김 수사관은 지인의 뇌물 사건 수사 동향을 청와대 업무로 위장해 캐물었고 이로 인해 특감반에 대한 책임 추궁과 사상 최초 특감반원 전원 원대 복귀 조치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김 수사관이 SBS와 조선일보에 제보를 한 것도 적극성과 의도성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김 수사관의 폭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이에 대한 우윤근 주한 러시아 대사와 청와대의 해명이 불일치하는 등 현재까지 한 쪽으로 상황 판단이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 왼쪽부터 김형연 법무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국 민정수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수사관은 1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우 대사에 대한 비리 첩보를 청와대 윗선에 보고했으나 결과적으로 이것이 무마되면서 자신이 보복 차원으로 쫓겨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명예 회복을 위해 언론 제보를 감행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와 우 대사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수사관은 2017년 8월 작성된 감찰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내용은 ①우 대사가 기업가 장씨의 채용 청탁을 받고 1000만원을 수수했다가 돌려줬다는 점 ②변호사 조씨가 2012년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해 우 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정황이 있다는 점 등 2가지다. 

14일 SBS <8시 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특감반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에게도 이 내용을 보고했고 임 실장이 녹음파일을 듣고 사실로 판단해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특감반장에게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수석과 임 실장이 감사를 무마했고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직무를 고의로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과 박형철 비서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첩보 보고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이 수사해서 무혐의 처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우 대사를 임명했던 2017년 10월 인사 검증을 통해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렸음을 천명했다. 

임 실장은 15일 단식 중이었던 두 당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수사관 본인이 비위가 있는 것을 감추고 오히려 사건들을 부풀리고 왜곡해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도 이날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고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곧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다.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다.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그대로 전했다.

이어 “2017년 8월 김태우가 공직 후보 물망에 오른 인물 우윤근에 대한 첩보를 올린 적이 있다”며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윤근은 야당 의원이었다. 2017년 8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이 김태우의 첩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던 것”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입장문도 그대로 올렸다.

즉 “김태우가 1년도 더 전에 작성한 첩보 때문에 갑자기 돌려보냈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김태우의 말이 맞다면 2018년 11월이 아니라 2017년 8월 쫓아냈을 것”이라는 해명의 결론이다.

추가적으로 김 대변인은 “임 실장 운운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 사건은 민정수석실 자체적으로 종결한 것이지 임 실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대사와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둘 간의 해명이 불일치하는 점도 있다. 우 대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윤근 대사와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둘 간의 해명이 불일치하는 점도 있다. 우 대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 실장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마무리됐고 임 실장 본인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5일 보도된 <8시 뉴스>에 따르면 우 대사는 이런 문제로 임 실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우 대사는 “대사 내정자 시절 임종석 실장이 연락이 와서 관련 의혹을 물어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①과 관련 김 대변인은 “2015년 3월3일 한국일보의 기사도 포함돼 있다. 그 당시 검찰도 저축은행 사건 및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고도 주장했는데 권지윤 SBS 기자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2017년 9월 새로운 증거로 녹취파일을 첨부해서 윗선에 보고했다.

그 녹취파일은 우 대사 측근이 장씨에게 2016년 4월7일 1000만원을 돌려줬다는 내용이다. 측근은 권 기자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검찰이 2015년 당시 확인하지 않은 새로운 녹취파일을 참고했는지 여부 △녹취파일 내용과 측근의 진술이 엇갈리는데 교차 검증을 했는지 여부 △이 두 과정을 거친 뒤 우 대사에 대한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는지 등 3가지 지점에서 추가 해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환기해봐야 할 점은 청와대가 김 수사관의 경찰 접촉 이후 특감반원의 기강 해이를 감지하고 역 감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특감반원 일부가 근무시간에도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접하고 이들에게 휴대폰 제출을 요구했지만 집단 항명에 버금가는 강한 저항에 부딪쳤고 갈등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특감반원들이 성 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특감반의 사생결단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분명 이 점을 감안해서 김 수사관의 주장을 걸러서 살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박 비서관이 국회에 출석해 임종석 실장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야당은 청와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우 대사의 비위 첩보 묵살 의혹의 당사자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제출했다는 거래 내역과 녹취파일 등 증거자료를 국민과 언론에 빠짐없이 공개해서 비리 묵살 의혹을 남김없이 해명해야 한다”며 “만약 김 수사관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임 실장과 조 수석은 허위사실을 통한 명예훼손으로 김 수사관을 검찰에 즉각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청와대가 진흙탕 같은 진실게임 뒤에서 첩보 묵살 의혹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대한다면 결국 국회가 나서 특검과 국정조사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 2년 차에 불거진 십상시 문건 파동이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데칼코마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지라시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고 국기 문란이라고 했지만 2년을 넘기지 못 했다”며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그 물이 똥물이 아닌가 혀를 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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