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친구들 대법원 양형위원회 만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공감, 양형 기준 준수율이 90% 이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가 국민 여론을 반영해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을 통과시킨 이후 사법부의 양형 잣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창호법의 한 파트인 특정범죄가중법은 음주운전 치사에 대한 형량을 징역 3년 이상으로 규정했는데 문제는 판사가 아무 무리없이 바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가 입법부의 한계라면 이제 음주운전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무거운 양형이 중요해졌다.
故 윤창호씨(23세)의 친구인 김민진씨와 이영광씨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천대엽 상임위원(6기 양형위원회/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을 만났다.
이날 면담은 윤창호법을 대표발의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성사됐다.
천 위원은 “2019년 4월에 7기 양형위가 조직된다. 조직되면 그때 우선 과제로서 양형 기준 설정을 하는데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국회 입법이 있었으니까 그걸 반영해서 기준을 강화하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6기가 7기 양형위 최우선 과제로서 선정했다. 양형위원 전원이 의견을 일치시켜서 결의했다. 4월 말에 조직되면 바로 일정을 잡아서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 설정을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기준에 부합하는 연구 경향도 분석하고 관련 이해단체나 시민단체와 의견을 교환하고 그런 절차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양형위는 대법원 산하 기관으로 행정처와 별 관련이 없다. 행정처장으로서도 양형위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 독립된 기관”이라고 강조했는데 천 위원은 “저희들이 (음주운전 문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양형위원 12명 중 8명이 비법관이다. 변호사, 시민단체, 교수 등 다양하다. 그만큼 독립적인 시민들의 합리적인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사실 판사는 법률에 규정된 형량 범위에 구속되지만 양형위의 양형 권고 기준에 대해서는 구속될 필요가 없다. 판사는 기준을 넘어서서 선고할 수 있고 판결문을 통해서 그 사유를 적시하면 된다. 하지만 기준 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판결이 내려지는 게 현실이다.
천 위원은 “우리나라 법관들의 양형위 준수율은 90%가 넘는다. 미국은 법관의 양형위 기준 준수율이 45% 밖에 되지 않는다. 저희는 90% 이상이 되는데 너무 높아도 문제가 있다. 중간 영역에 들어오도록 해서 넣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가능성이 높은 것은 기준을 넘어서서 엄히 처벌해야 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며 아닌 건데. 이탈이 20~30% 되는 게 정상인데 우리나라는 (양형위 기준이) 법과 같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음주운전 치사에 대해 국민 법감정과 괴리된 가벼운 양형 기준을 문제 삼았다.
이를테면 “양형 기준으로 보니까 치사는 기본 징역 8월에서 2년까지 설정돼 있고 최고가 4년6개월인데 3년동안 데이터를 보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된 비율이 53.7%다. 절반이 감옥에 안 가는데 감형 사유를 보면 자동차종합보험이 나오더라. 우리나라 운전자의 98%가 가입돼 있는데 이게 감경 사유가 아니라 안 들었을 때 가중 처벌의 사유가 되면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음주운전을 과실로 보면 한계가 명확하지 않을까 싶다. 피해자 유족이나 일반 국민은 그걸 과실로 볼 수 없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갈 수 있는 무기는 자동차 말고 없다. 술먹고 운전대를 잡으면 그때는 자동차가 편리한 운송수단이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살인 무기라고 봐야한다.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생각해서 윤창호법을 발의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 위원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한다고 하면 고의라고 하는 기본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법관들은 고의범에 준해서 처벌해야 한 다는 것을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정상적인 신체 능력과 반응 능력이 떨어지니까 그건 상식이다. 본인이 그럴 가능성을 감수하고 운전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고의범에 준하는 성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요즘 젊은 법관들의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사실 무척 힘들다. 윤씨의 친구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2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천 위원은 “형법이나 특별법 개정은 국회에서 정식 절차를 거쳐서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대부분은 중간에 좌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 의원이나 친구들이 노력해서 이렇게 해준 것에 대해 저희들도 존경심을 보내고 싶다”며 “다만 선진국 사례를 보니까. 엄벌주의 보다는 필벌주의. 문제 있으면 반드시 처벌하는 이런 게 있으면 사회 전체적으로 규범력으로 확 따라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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