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상공인 업체 66만6000여곳 중 2만여 곳 가맹신청
공동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소상공인 서비스수수료 0%, 소비자 소득공제율 40%

영등포지하쇼핑센터의 '제로페이존'시범 운영 (사진=신현지 기자)
영등포지하쇼핑센터의 '제로페이존'시범 운영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서울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제로페이 결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제로페이’는 말 그대로 소공인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추겠다는 서울시의 취지로 시작된 새로운 결제방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제로페이 시범 운영의 20여 일이 경과한 지난 13일 ‘제로페이존’으로 지정 된 영등포지하쇼핑센터를 찾았다. 

“제로페이요? 그게 뭔데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글쎄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핸드폰으로 물건 결제는 기존에 있는 것 아닌가요?”

“아이고 요새 보이스피싱이다  뭐다 겁나는 세상인데 그것은 또 뭐대요? 늙으면 머리복잡한건 딱 질색인데, 그냥 현찰 있으면 그거 내고 아니면 말면 되는 것이지 돈 생기는 일도 아니고...” 

“제로페이요? 그거 월급 안 받고 무급으로 일한다는 거요?”
“제가 알기론 소비자들은 별 잇속 없고 상인들한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하는 것 같던데요.”

기대 밖이었다. 하루 수십만 명의 유동 인구가 운집해 있는 영등포지하쇼핑에서 ‘제로페이’를 알고 있는 시민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서울 1호선의 영등포 역사를 내려와 롯데, 신세계, 타임스퀘어 등을 연결하는 영등포지하쇼핑센터 출입구에 ‘제로페이존’이란 홍보 스티커가 도배되어 있었고 또 지하상가 내 점포들 대부분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외부와 내부 벽에 나붙어있었지만 제로페이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은 타임스퀘어 방향에서 내려오는 한 무리의 학생들 중 이 모(고2년)양이 전부였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스마트폰에 앱 깔아서 매장내 QR코드 찍고 물건값 입력하면...

 이날 불특정인 20여명 대상 중 유일하게 제로페이에 대해 설명한 이 모(고2년)양은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가 되고 상인들은 수수료 절감해주는 것이라고, 그냥 현금처럼 쓰는 것이라고 하던데요. 핸드폰에 제로페이 앱 깔아서 매장의 비치된 QR코드를 촬영하고, 물건값을 거기에 입력하면 결제된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양 역시도 제로페이 결제는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곳이 제로페이 시범 운행 중인 제로페이존이라고 말하자 그제야 “어머 정말요?” 라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쇼핑객들과 마찬가지로 영등포지하상가 내 상인들의 반응도 각각 달랐다. 구두점의 직원은 제로페이 결제할 수 있느냐는 말에 안내하던 걸음을 휙 돌려 대뜸 기자냐고 물었고, 언론을 의식한 듯 “제로페이 결제됩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장님이 자리를 비워서 바쁘니 뭘 물어볼 거면 옆에 가서 물어보라며 급하게 옆 점포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여성복 판매점은 구두점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현금 결제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직원의 말에 티셔츠를 골라 제로페이 결제를 신청하자 2천원 할인이 된다며 계산대 앞의 비치된 QR코드 앞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직원은 결재 대신 매장 내 동료를 불러 도움을 청하는 자세였다.

방법은 알고 있지만 아직 결제 시행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복 매장에 QR코드를 비치는 해놨지만 제로페이 결제를 묻는 손님도 아직까지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행히 그녀의 손짓에 다가온 직원은 스마트폰에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이 먼저 깔렸는지 확인을 하고는 QR코드를 찍어 2천원이 할인된 가격을 입력하라고 했다. 이어 결제완료 메시지가 확인이 되자 그녀들은 마주보며 살짝 웃는 표정으로 결재가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그 모습으로 봐 처음 시도가 분명한 듯 보였다.

제로페이 아직 연동이 안 됐어요

다음은 여성 쇼핑객들로 붐비는 화장품매장이었다. 마찬가지로 매장 입구에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이곳 매장은 아예 제로페이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를 확인하고 들어왔다고 말하자 매장 직원은 “사장님이 제로페이 연동이 안됐으니 좀 기다리라고 했다” 며 “제로페이를 묻는 손님도 아직까지는 한 사람도 없었는데 꼭 제로페이로 결재를 해야만 하냐”고 되물었다. 

연세 지긋한 노인 상인들은 제로페이를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도 나왔다. 의류 소모품을 판매하는 노인 부부 상인은 “요즘 이곳 사장님들이 결재 방법이 뭐가 어쨌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고, 장사하는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대체 그게 뭐대요?”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물어오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 노인 부부의 매장 맞은편 긴 계단에는 제로페이 홍보 스티커가 온통 도배를 한 모습이었다.

영등포지하상가 쇼핑센터 '제로페이존' (사진=신현지 기자)
영등포지하상가 쇼핑센터 '제로페이존' (사진=신현지 기자)

취지는 감사한데, 사용법 복잡하고 어려워서 현실성이 있을지...

반면 제로페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그냥 지켜보겠다는 대답도 나왔다. 아동복 매장의 상인 ㅁ씨였다.

그는 “시장님이 상인들 도와주겠다는 취지는 고마운데,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사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장사하기도 바쁜 우리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배우기도 그렇고 모든 게 어려워, 더구나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도 미적지근하고, 그러니 과연 이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이러다 마는 것인지. 아무튼 지금은 결재 방식으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이 어려워...세금감면 결재 상인들이 먼저 유도해야!

하지만 여성복 매장의 K 상인은 “처음 실시할 때 서울시에서 사람들이 나와 상가를 돌며 일일이 사용방법을 알려주었는데도 나이 많은 사장님들은 워낙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아서 손님들이 와도 권유하지 못하고 사용을 꺼리는 것 같다.”며"처음이 어렵지 나중엔 아무것도 아닌데 더구나 영세상인들 세금 감면해주겠다는 제도를 상인들 스스로 저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 제로페이 결제 시범 운영 24일 지난 현재의 모습에서 제로페이 갈 길은 사뭇 멀게만 느껴졌다. 

한편 제로페이는 수수료 0%를 목표로 시도 된 간편 결제 방식으로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은 면제,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소상공인 업체 66만6000여곳 중 2만여 곳이 제로페이 가맹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영등포역지하도상가에 마련된 제로페이 존은 60여개 입점업체 가운데 53개가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 확산 유인책으로 신용카드ㆍ체크카드보다 높은 소득공제율(40%)을 내놓았다.

즉, 소비자들은 현금 없이 간편하게 서울 3만여 곳의 점포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고 연말 소득공제 40%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서울시가 운영하는 문화·체육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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