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입당식 가진 황 전 총리
친박 이미지와 계파 문제에 대해 무조건 통합 당위에 기대
반성없이 뭉치자는 논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정치권에 첫 발을 디뎠다. 기존 법무부장관·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등도 고위 정무직이지만 정당인으로서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황 전 총리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식을 갖고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정식으로 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15일 정식으로 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한국당은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정말 한 마음으로 단합해야 한다. 지금은 통합과 화합 그리고 단합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황 전 총리가 정치권 등판의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 △보수 대통합을 내건 것이다. 어찌됐든 황 전 총리는 2016년 12월9일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로 차기 대권 주자로서 지금까지 10% 대 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정치의 꿈을 키워온 것이 아니고 결국 이낙연 현 국무총리와 함께 전체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등판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힘들고 어렵다는 고통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할 수 있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해서 입당했다”며 국민적 요구와 국가적 위기 상황에 응답했다는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황 전 총리는 “(나는) 자유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지금 정부에서 고쳐야할 것은 시장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면 시장이 기능할 수 없다. 근로시간에 관한 문제, 최저임금 문제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이런 것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해서 이 부분을 고쳐달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정말 문재인 정부가 소통을 앞세우고 있는데 정책 불통이 심각하다. 국민적 합의없이 밀어붙이는 선거판 정책들이 경제도 안보도 사회도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황 전 총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 전 총리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 일부에서 무혈입성해서 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오늘 입당 첫 날이다.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없고 여러분에게 들을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면서 “밖에서 당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음으로 성원하고 할 수 있는 협력을 같이 해왔다. 당 밖에서 우리 우파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다”고 항변했다. 

물론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친박계 좌장으로서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홍 의원이 사실상 친박계 스피커로서 황 전 총리의 등판을 환영하면서도 겉으로는 “페인트 모션”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기자들은 황 전 총리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통합과 화합이라는 말로 모든 답변을 대신했다. 부담스러운 질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비토하는 입장을 밝히면 그 자체로 내외부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출발하면서 계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 당 안에는 그런 계파는 없어야 한다고 했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것으로 안다. 나는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 되는 것이 첫 과제라고 생각한다. 계파 싸움을 할 시간도 없다.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다. 나도 당에 들어가면 계파와 관계없이 많은 분과 만나 소통하고 함께 일할 각오로 정치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지금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우파가 주력하고 힘을 쓰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다.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통합해서 할 일들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밖에도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박근혜 시즌2 아니냐는 문제제기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과의 보수 대통합 △탄핵에 앞장섰던 인사들 △탄핵이 잘못됐다는 인사들 △탄핵의 원인으로서 국정농단 등에 대해서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봐야 한다는 보수 대통합의 당위만을 되풀이했다. 

특히 “(입당 전에) 친박과 비박 구분 없이 연락드렸다. 이미 당에 계파 이야기도 거의 없어졌고 저도 누가 친박인지 누가 비박인지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다.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당에 들어왔다. 어떤 제한을 둘 일은 아니”라며 “얼굴에 계파 이름이 써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국정농단이란 말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혼자 할 일은 아니지만 당과 함께 잘 한 것과 잘못한 것을 잘 판단해서 잘못된 부분은 정리해가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고 잘 한 일은 평가를 받아야 하고 여기에 더 확고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만약 황 전 총리가 2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다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정농단과 탄핵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는 없고 입당해서 무조건 뭉치자고 하는 황 전 총리의 메시지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가령 이승만 대통령이 실각했는데 이기붕(이승만 정부의 2인자)이 예를 들어 정치를 하겠다. 다음에 나오겠다. 이러면 누가 그걸 받겠는가. 물론 황 전 총리가 이기붕 정도의 국정농단 세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순실(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몰랐을 리가 없지 않는가. 본인이 직접 농단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같은 그룹 특히 총리라면 2인자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 행보라면) 진짜 박근혜 부활이다. 그러니까 내가 볼 때는 나 같으면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온 다음에 (정치)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같은 편의 논리로 보더라도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이 추운 감방에서 고생하는데 너는 따뜻하게 출세하고 싶냐? 나는 이렇게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 오히려 친박들이 이렇게 좋아하니 나는 이 집단의 속성을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입당식을 거쳐서 들어왔고 한국당에서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했는데 본인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대해 황 전 총리는 “보직이나 직분에 관계없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당원과 국회의원들 당협위원장들과 지혜를 모으고 국민 속에서 답을 찾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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