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에서 어김없이 선거제도 개혁 강조
3당의 당대표, 정개특위 위원, 원내대표 9인 회동 제안
시민 의회와 패스트트랙 등 플랜B로 투쟁 방안 논의
세비 절반 삭감, 비례대표 정당 공천 전당원투표 법제화, 국민소환제 도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 8월 당권을 잡았을 때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올인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런 정 대표가 다시 한 번 플랜B를 모색하고 있다. 

정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 식당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방안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며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의 9인 회동을 예고했다.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가장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가장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9인 회동은 3당의 당대표(손학규·정동영·이정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김성식·천정배·심상정), 원내대표(김관영·장병완·윤소하)가 모이는 것으로 오는 20일까지 정개특위 1소위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고안됐다. 

우선 정 대표는 “어떻게든 1월 말 합의안 도출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봐야 한다”면서도 이게 불발될 경우 이미 제안했듯이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시민 의회’와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등을 포함해 플랜B에 대한 3당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 선거제도 개혁 상황실을 만들고 △3당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을 주창하고 △연말 정국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통과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국회의사당 앞에 선거제도 개혁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힘은 약한 4대 약대 집단(비정규직·청년·농민·자영업자)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발굴하고 △‘내 표 어디갔소’ 운동을 전개하고 △링컨 대통령이 추악한 짓을 동원해서 노예해방이란 역사적 대업을 이뤄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정 대표는 “평화당의 역사적 소명은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최우선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완성한다는 것이 우리 당 강령의 제1조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 지도부가 모두 모인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연동형의 대원칙으로서 결국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증원해야 하는데 이날 정 대표는 이를 위한 국회 개혁 방안으로 △국회의원 세비를 현재의 50% 수준으로 삭감(2019년 4인가구 중위소득 월 461만3536원) △정당 비례대표 공천을 전 당원 투표로 선출하도록 공직선거법에 명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20일까지 합의안이 도출되도록 “3당 연대를 다시 2단 기어에서 3단 기어로 가속하겠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의 별도 회동도 계획하고 있다. 3당이 선거제도 개혁의 동력을 신년에 다시 살려내서 국민과 함께 어떻게든 결실을 내겠다”면서도 그게 어렵다면 시민 의회와 패스트트랙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대표는 “시민 의회 방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가부간 의사를 밝혀달라”며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10일)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언론의 질문이 있기를 기대했는데 질문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은 언론인 여러분께서 많이 도와줬는데 새해에도 더 많이 도와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대표는 플랜B를 논의하기 위해 9인 회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20일 데드라인이 있는 만큼 협상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플랜B에 대해 아직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은 상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7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는 플랜B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1월20일까지 합의안 초안을 만들어내겠다고 그래도 시한을 얘기한 1소위의 결정에 대해 존중하고 그때까지 정개특위의 논의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합의주의적 신중한 면모를 보여줬고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16일 오후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지금은 정개특위 내 합의 도출에 집중할 시기라 플랜B까지 얘기할 때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손 대표와는 (플랜B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정치개혁공동행동 쪽(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공식적으로 패스트트랙 제안)에서도 손 대표께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환기했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330일 소요)이나 시민 의회(숙의 기간) 모두 최소 올해 말까지 시간이 걸릴텐데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을 적어도 4월15일까지 마쳐야 하는 점도 있고 그런만큼 새로운 선거제도 룰이 2020년 총선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정 대표는 “법을 지키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선거구 획정의 날짜를 지킨 것이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일 좋은 것은 1월 말에 합의안을 도출하고 2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시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본질인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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