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조직범죄에 최종 책임자
직접 주도한 정황 상당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개입한 흔적 많아
박병대 전 대법관도 영장 재청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드디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정에 서게 됐다. 

한동훈 3차장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수사팀장)는 18일 오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알려지기로는 이미 소환하기 전부터 영장 청구 방침을 세워뒀고 총 세 번의 소환 조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청구했다. 

사법농단은 단순히 개인 판사들의 일탈이 아니고 양 전 대법원장이 전임 대법원장들에 비해 업적이 없는 것에 강박관념을 갖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결탁한 조직범죄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재판거래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비자금 조성 △헌법재판소 불법 비밀수집 등 모든 것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최종 책임 하에 자행됐기 때문에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과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휘 통제를 철저히 따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미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같은 날 한 검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관계인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했다. 추가 수사를 통해 서기호 전 판사(전직 국회의원 및 현 변호사) 재임용 탈락 무효 소송에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추가됐기 때문에 충분히 재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가 소명되지 못 했다는 영장 기각 사유를 집중적으로 보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파장이 큰 인사의 경우 형사소송법 70조 1항과 2항에 따라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전제 하에 사안의 중대성이 있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결재 서명, 재판거래 차원으로 김앤장 로펌 소속 변호사를 만났다는 점 등 명백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후배 판사에게 책임을 떠넘겼기에 충분히 영장을 청구할만하다고 보고 있다. 직접적인 개입과 지시가 있었다고 보이는데 무작정 부인한다면 증거인멸의 징후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 전 대법원장도 변호인과 함께 10시간 넘게 조서를 검토했다. 신문 시간보다 조서 검토 시간이 더 길었을 정도다. 최고 법관 출신으로서 신문 조서가 재판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거래가 역시나 핵심이었다. 

김앤장 변호사를 만났다는 것도 그렇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킨 혐의들을 봤을 때 박근혜 정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주도적으로 통제했다는 것이고 이미 검찰은 진술과 여러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이 행정처를 기반으로 정식 보고라인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따로 보고체계를 만들어 사법농단의 주도적 행위자로도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왼쪽부터 박범석(사법연수원 26기), 이언학(27기), 허경호(27기),
왼쪽부터 박범석(사법연수원 26기), 이언학(27기), 허경호(27기) 판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5명(박범석·이언학·허경호·명재권·임민성)은 모두 양 전 대법원장의 까마득한 후배다. 무엇보다 명재권·임민성 판사를 제외한 3명은 전부 대법원이나 행정처 경력이 있고 양 전 대법원장과 직접적인 업무 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3명은 그동안 사법농단 영장심사에서 압도적인 기각률을 보여 “방탄 판사들”이란 조롱을 들었다.

무작위 전산 배당에 따라 누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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