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와 개헌 이야기
3당은 지역구 축소의 비현실성과 한국식 3가지 비판
천정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 촉구
정치개혁공동행동도 양당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선거제도 안에 대해 4당이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말할 것도 없이 자유한국당도 각각의 관점으로 볼멘소리를 표출했다.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소위 회의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200석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인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을 위한 제안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 민주당 안은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를 피해가기 위한 면피용이자 협상용이다.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도 “3당이 의원정수 300명 동결에 합의하면 일보 나아가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수를 200석으로 어떻게 축소할지 밝히면 그 부분을 전향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1소위 회의에 모인 여야 의원들. 장제원 의원이 웃으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정상적이지 못 한 것이고 이렇게 연동제를 채택하면 초과 의석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300석으로 정한다는 말 자체가 틀린 말이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은 현행 300석에서 의원정수 증원없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200석)대 1(100석)로 맞추는 것이다. 8.5대(253석) 1(47석)에서 그렇게 하려면 53석의 지역구를 없애야 하고 전체 지역구를 다시 획정해야 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 당은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민주당 안에 동의하고 저희 당도 그 면에서는 똑같은 입장”이라면서도 “53석이나 되는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 소선거구제로 가능한 것인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53석을 줄인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겉포장만 하는 것 아닌가. 도농복합제(10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 농촌은 소선거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명백히 말씀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분권형 개헌을 바로 진행해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는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의 도입없이는 연동형을 도입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제도의 정확성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즉 총리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이 어떤지를 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53석 지역구 축소 방안 △내각제적 요소 도입 △총리추천제 등 3가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한 답이 나와야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지난달 5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에는 연동형 도입을 위한 검토를 서둘러 마치고 1월 안에 본회의 통과를 완료하고 직후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지난달 12일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달 12일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정개특위 소속인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현실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연동형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진 한국당을 설득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총리추천제는 2018년 2월부터 평화당과 정의당의 당론이다. 당초 국무총리 선출제를 고수하던 한국당의 입장이 총리추천제를 전제로 하는 연동형 도입으로 바뀐 것은 전향적”이라고 해석했다.

천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당선 직후 5당 원내대표와 회동(2017년 5월19일)한 자리에서 선거제 개편이 같이 논의된다면 대통령제가 아닌 다른 권력 구조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권력 분산을 위한 총리추천제 정도는 받아들이고 민심 그대로 선거제를 도입하는 것이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거제 개혁 방안”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했다.

장 의원 전에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던 정유섭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53석이라는 지역구 의석을 줄여야 되는데 이것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고 지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 “과소 대표되고 있는 농촌 지역의 지역 대표성이 과도하게 훼손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이 연동형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초과 의석 문제 △프랑스·영국·미국·일본 등 주요 민주주의 국가 미채택 △나치즘 일당 독재를 겪은 독일만의 제도가 연동형이라 한국식 대통령제와 부적합 △선거 과정에서 정당 간 이합집산의 방지 장치 부재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여성 50% 공천·전문가 영입·다양한 목소리 대변) 훼손 문제 △과다하게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지역구를 축소하는 문제 등 6가지 화두를 던졌다. 

1소위 회의는 그동안 수 차례 열렸지만 합의된 안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초과 의석 문제는 이런 거다. 네덜란드나 북유럽처럼 전면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른다면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확보해주더라도 초과 의석이 발생하지 않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연동형은 초과 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득표율을 상회하는 정당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을 내고 “현행 300명을 유지하고 연동형을 도입하고 초과 의석이 발생할 경우 300명에 대한 예산 내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 16석을 늘리되 초과 의석을 인정하지 않고 300명에 대한 예산 내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고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13일 보도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연동형 도입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문제도 독일식 권역별이 아닌 뉴질랜드식의 전국별로 할 경우 해결된다. 전국 단위 연동형을 도입하면 의원정수나 비례와 지역구 의석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작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농촌 격차 문제에 대해 “253석을 200석으로 줄이는 협상을 단 시간에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면적이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지역구 획정에서는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면 곧 지방과 농촌의 의석이 없어지고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5~6개 군을 묶는 게리멘더링(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이 일어나게 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은 사라진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 대비해서 이들의 권역별 비례대표 출마를 보장하거나 석패율제(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에 아깝게 패배한 후보들을 비례대표로 당선)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렇게 될 경우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로서 다양성을 보장하거나 여성 공천 50% 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선거제도 안.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은 자칭 민주당의 한국식 3가지 모델(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에 대해 꼬집었다. 

정개특위 소속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1소위 회의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개특위를 열었던 이유는) 온전한 연동형을 위해서였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2015년)의 핵심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민주당이) 지역구 200명과 비례대표 100명을 강조하는 것은 핵심을 반영하지 못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 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2대 1이 핵심이 아니라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게 핵심이라는 취지다. 

이어 “민주당 안은 연동성을 약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3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안은) 대단히 후퇴되고 왜곡된 내용이자 무늬만 연동형이고 가짜 연동형”이라고 규정했고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가 연동되도록 하는 연동형을 대단히 왜곡해 소위 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이라고 하는 이상한 연동형으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석으로 지역구 의석을 53석이나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있게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안은 회피하고 있다. 과연 지역구를 한 석도 줄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온 한국당의 수용성을 고려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2015년) 선관위의 권고안을 기본으로 그 취지를 정확하게 반영(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수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민주당의 안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한국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당론을 모으지 못 했다면 선관위 권고안을 모델로 해서라도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당시 선관위 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나왔다”고 환기했다.

회의 진행을 하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종민 1소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도 민주당의 한국식 3가지 모델을 꼬집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연동형의 원칙을 비껴가는 안”이라며 “소위 준연동제는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 우선 인정하기 때문에 절반짜리 연동형이고 복합연동제는 정당 득표와 지역구 득표를 합쳐서 비례대표 선출 비율을 정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정연동제는 사실상 현행 병립제 방식에서 소수 정당에게 떡고물을 더 주겠다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협상용 안이자 면피용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한국당이 할 말은 아니다. 한국당에는 이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당이 하루 빨리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소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 선거제도가 연동형이라는 전제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에 협상용 차원에서 안을 제시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개특위 소속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1소위 회의에서 “지역구 의원 의석수를 53석 줄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의석을 더 늘리는 것도 부정적 여론이 커서 쉽지 않다”고 말했고 1소위원장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민주당 안을 보고하고 내일까지 3당이 정리된 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내일까지 안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고 당의 입장을 전체회의에서 보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의원정수 확대 대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협상안”이라며 “논의에 탄력이 붙기를 기대한다. 각 당이 24일 정개특위 전체회의 이전까지 조속히 당론을 확정짓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인 4월15일(2020년 총선 1년 전) 이전에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원내외 7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시민사회와 원내외 7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시민사회의 논의를 이끌고 있는 정치개혁공동행동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 안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안들을 제출한 배경에는 선거제도 개혁의 가치와 명분이 아니라 정당의 유불리를 우선 따졌다는 데 있다”며 “민주당이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국회를 어떻게 개혁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지 스스로 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여론을 핑계로 의원정수 현행 유지를 내걸고 있는 것 또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득권과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들을 늘려서는 안 될 일이지만 한국 사회의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국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국회 개혁과 함께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전히 어떠한 당론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당의 태도는 그 어떤 비난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며 “양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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