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연속 남양 유업…갑질 논란 이어 '곰팡이 주스'까지
‘곰팡이 주스’ 판매 중단 선언…패키징 문제?
소비자들, 남양유업 사태에 “또 책임 전가냐”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몇 년 간 갑질사태에 이어진 불매운동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남양유업이 아동용 음료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 대형 식품사고가 터지면서다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남양유업은 제품의 판매 중단을 밝히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한층 차가워졌다. ‘갑질 사태’와 비슷하게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와 늑장대응이 문제였다.

한편, 남양유업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갑질 논란으로 위축됐던 매출 축소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논란의 연속 남양 유업…갑질 논란 이어 '곰팡이 주스'까지

남양유업의 '곰팡이 주스'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1월14일, 온라인상에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해당 제품은 친환경용기인 종이캔(카토캔)을 사용한 아동용 주스였다. 사태는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네티즌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문제의 제품이 아동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이번 일로 남양유업의 경영상황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남양유업은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2013년 대리점주들에 대한 '밀어내기식 영업'에서 촉발된 '남양유업 사태' 때문이다. '갑의 횡포' 내지는 '갑질' 문제가 처음으로 사회 이슈화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사태로 인한 불매운동으로 남양유업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201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적자(174억원)로 전환됐고, 2014년에는 적자폭이 261억원으로 더욱 커졌다.

사태 전년인 2012년 남양유업이 637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매운동의 얼마나 거셌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남양유업 기피 경향은 지금까지 지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에 '브랜드 숨기기' 등 편법으로 대응한 점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제품 로고에 스티커를 붙여 남양유업 상품임을 숨기는가 하면, 마트나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자체브랜드(PB) 제품에는 아예 남양 로고를 누락시키는 식이었다. 2014년 론칭한 디저트카페 브랜드 '백미당1964'에는 남양의 사명과 로고를 아예 드러내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사태 이후 계속된 경영난에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전체 노동자의 10% 이상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저출산 기조로 국내 유제품 시장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 진출에 공을 들였지만 사드 악재로 판로가 막혔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창립 이래 첫 외부출신 최고경영자(CEO)로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이정인 전 남양유업 대표를 영입했지만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남양유업의 아동용 음료인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며 소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사진=커뮤니티 캡쳐)
남양유업의 아동용 음료인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며 소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사진=커뮤니티 캡쳐)

‘곰팡이 주스’ 판매 중단 선언…패키징 문제?

남양유업은 최근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었다는 소비자 제보 이후 해당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지난18일 밝혔다.

회사 측은 "카토캔 자체가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내구성이 부족해 배송 및 운송과정 중 제품 파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면서 "위해 요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전면판매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곰팡이 사태가 주스 생산 과정 자체 문제보다도 용기인 카토캔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특수 종이 소재로 생산됐다고 해도 내구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배송 및 운송 과정에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용기 내구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심은 카토캔 제조사인 삼양패키징으로 옮아가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글로벌 특허권을 가진 독일 회라우프(HORAUF)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6월부터 국내 최초로 카토캔을 독점 생산해왔다.

카토캔은 종이로 만들어진 카토캔은 무게가 가벼워 휴대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생산과 재활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았다.

삼양패키징은 아셉틱 무균 충전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알루미늄 캔에는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담을 수 있는 카토캔을 생산해왔다.

삼양패키징은 현재 남양유업 이외에도 다양한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카토캔을 공급하고 있다. 다른 식음료 업체에서 남양유업 제품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카토캔 용기로 만든 제품 판매 중단에 나설 경우 삼양패키징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삼양패키징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카토캔 판매 중단 사태와 관련 "카토캔은 여타의 종이재질 용기들과 유사한 수준의 내구도를 갖고 있다"면서 "카토캔 재질 강화 및 강화 포장박스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홈페이지에 1월18일 올라온  공식사과문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남양유업 홈페이지에 1월18일 올라온 공식사과문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소비자들, 남양유업 사태에 “또 책임 전가냐”

남양유업은 1월18일 공식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 하겠단 방침을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사태는 진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일단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와 늑장대응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남양유업은 제조 과정에서는 어떤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곰팡이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의 늑장대응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1월14일 온라인에 글이 올라오기 전에도 다른 소비자들의 비슷한 피해가 남양유업에 접수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소비자들은 갑질 논란과 아이꼬야 이물질에 대한 남양유업의 대응 방식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발생한 후 나흘이 지난 후에야 사과문을 게재했고 이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이 벌어진 2013년 이후 매출이 매년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여였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2014년 1조1517억 원, 2015년 1조2150억 원, 2016년 1조2391억 원, 2017년 1조1669억 원을 기록했다.

갑질 논란 이후 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급기야 분유업계 1위로 군림해 왔던 명성도 2016년 매일유업에 내줘야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곰팡이 논란이 된 ‘아이꼬야’의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갑질 논란으로 위축됐던 매출 축소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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