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은 개혁 보수 단일 노선 주장
반작용으로 민주평화당과 통합론
진보 정당도 아니지만 보수 정당도 아니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20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다시 한 번 진로와 노선을 두고 끝장 토론을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 했다. 

지난 8~9일 경기도 양평 쉐르빌 호텔에서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렸다.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딱 1년 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창당됐고 현재 그나마 평화당은 분열 조짐이 일고 있지는 않지만 바른미래당은 근본적인 당의 아이덴티티를 놓고 고민이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에 기본 뿌리를 두고 있었던 ①국민의당과 ②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일단 ‘중도’를 내세우는 것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문제는 ②은 중도를 아우르는 “개혁 보수”의 기치를 확실히 내걸자는 것이고 ①은 중도는 몰라도 개혁 보수만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특히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하고 이학재 의원까지 탈당하는 등 정치적 위기감이 감돌자 일부(김동철·박주선) ①은 다시 평화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군불을 지피고 있다.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인 유승민 의원은 8개월 만에 당 공식 행사에 참석했는데 개혁 보수로 당의 컬러를 확고히 해서 자유한국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외교안보에 대한 철학이 너무 달라 평화당과의 통합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 연찬회 첫 자유토론 주자로서 “개혁보수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제대로 된 보수 재건을 주도하자. 특히 낡고 썩은 한국당을 대신해 문재인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① 중 다수는 유 의원의 개혁 보수 단일 노선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거나 판단 보류의 분위기지만 이언주 의원과 권은희 의원은 달랐다.

이 의원은 통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로서 “바른미래당은 창당 당시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했다. 우리는 그 정신에 입각해 나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의원은 연일 보수적으로 강경한 주장을 펼치고 있기도 하고 그런만큼 한국당 합류가 예상됐었다. 그런 이 의원이 개혁 보수 노선으로 가자는 주장을 한 것은 예측 가능했다. 

다만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권 의원이 “유승민표 개혁 보수 노선을 지지하고 이 노선으로 광주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힌 점은 의외로 평가됐다. 전남 광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권 의원의 과감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 의원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당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아직 ①의 주류는 유 의원과 맞서고 있다. 

국회부의장인 주승용 의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적폐 정당인 한국당으로부터 탈당했고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친노 패권주의인 민주당으로부터 탈당해 왔다. 그래서 나는 바른미래당이 좌우가 아닌 가장 정중앙에 있는 중도개혁 세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유승민 전 대표는 우리당의 정체성에 대해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나 역시 바른미래당이 온전한 보수 정당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낡고 썩은 보수에 머문 한국당과 경쟁해서 경제를 더욱 잘 챙기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바로 잡는 강력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는 유 전 대표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바른미래당이 보수 정당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미 언론 지면상에서 원내 5당의 국회 상황을 점칠 때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함께 보수 야당으로 묶이곤 하는 게 현실이다.

①인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진보”라는 단어가 들어가더라도 그 의미는 단순히 출신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맥락으로 풀어냈다.

장 전 최고위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양 날개로 나는 중도개혁 정당이 국민의당 강령이었다. 합리적 진보를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보수 출신과 진보 출신이 만나 중도개혁 정당을 추구하자는 것”이라며 “이분들의 정체성과 출신을 부정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진보를 하자는 것이 아닌데 진보 출신이라 말하는 것을 마다할 무슨 실익이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의 개혁 보수 단일 노선에 대해 이견을 드러낸 것인데 물론 “바른미래당 구성원들 간에는 생각의 거리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거리가 아무리 멀더라도 아직도 박근혜 탄핵을 가지고 싸우고 있고 5.18을 폭동이라고 하는 한국당과의 거리보다 멀 수 있겠는가. 중도와 개혁 보수 간의 차이가 한강이라면 개혁 보수와 수구가짜 보수와의 거리는 태평양 아니겠는가”라며 화합 가능성을 강조했다.

반면 ②인 권성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여전히 진보를 포용하겠다는 ①의 주장을 전제한 뒤 비판적인 입장을 논리적으로 피력했다.

권 전 대변인은 9일 페이스북에서 “진보를 아우르겠다는 것은 허구”라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바른미래당이) 6% 밖에 되지 않는 지지율이지만 이념 성향으로 봤을 때 보수와 중도 지지층이 전체 지지율보다 높거나 비슷하다. 반대로 진보 지지층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더욱 주목할 것은 극우로 치닫고 있는 한국당 보다도 진보층 지지를 받지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보를 아우르는 정당이라고? 그냥 총선 앞두고 지역주의라도 다시 내세워 호남 정당으로 회귀하겠다는 게 솔직한 것 아닌가. 정의당보다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데 의원수가 적어서 세를 키워야 한다느니 그런 부끄러운 농은 그만해야 한다.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 동서 영호남이 함께하는 정당. 그것이 유승민과 안철수의 바른미래당 합당 정신이었다. 그 합당 정신과 창당 정신에 동의하지 못 한다면 무엇 때문에 이 당에 함께 했는가”라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의원 연찬회에서 토론을 하기 위해 모인 손 대표와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대한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손학규 대표 입장에서는 이런 자리 자체가 의미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지난 6.13 지방선거 직후 열린 의원 워크숍이나 수 차례 국회 토론회가 이미 진행됐었음에도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을과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①②의 공천 갈등이 있었던 만큼 다가오는 총선에서 유 의원이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무슨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를 두고 상호 견해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작년 12월18일 폴리뉴스 칼럼을 통해 “애당초 안철수 전 대표가 원칙도 없이 무리하게 통합을 밀어붙인 후과를 두고두고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상식과 신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통합을 했다. 서로 간의 정체성에 대한 공감대도 부재한 묻지마 통합이었다”고 지적했다.

유씨의 지적대로 급하게 통합을 밀어붙였던 후과를 치르고 있는데 향후 바른미래당 내 두 세력이 어떤 엔딩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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