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대 보이콧 철회
오세훈의 출마 결심
나머지 4인 사퇴
김진태 의원 당 윤리위 징계 주목
친박 대 비박 싸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2월27일)와 겹치면서 그 명분으로 후발 주자들이 연기를 요청했다. 황교안 대세론에 스타일을 구기고 싶지 않은 홍준표 전 대표까지 불출마를 선언했다. 빅3 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결단이 궁금했는데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고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한국당 당권 구도가 3파전(황교안·오세훈·김진태)으로 짜여졌다. 

지난 7일 오세훈 전 시장이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연기 불가라는) 당의 비상식적인 결정들에는 아직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당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이념만을 추종하는 정당으로 추락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번 5.18 공청회 사태에서 보듯 한국당은 과거 회귀 이슈가 터지면 수습 불능이 될 정도로 취약한 정당이다. 보편적인 국민 정서까지도 무시한 채 무모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 정당이 돼버렸다”고 밝혔다.

명분은 5.18 망언으로 휘청거리는 당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것이지만 정무적 판단으로 보면 △최근 유영하 변호사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고 ‘배박(박근혜 전 대통령 배신)’ 인증을 했고 △골수 친박으로 알려진 김진태 의원과 당내 주류인 극우 표심이 분열될 수 있고 △홍 전 대표의 불출마로 비박계 단일화 효과를 갖게 된 것 등이 출마 감행의 배경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던 황 전 총리는 필연적으로 친박계일 수밖에 없지만 유 변호사의 진박 검증으로 인해 지지 기반이 불안해졌다. 오 전 시장이 노려볼만한 게임이라고 여기게 된 커다란 맥락으로 읽혀진다. 향후 불출마 인사들(홍준표·안상수·주호영·심재철·정우택)의 지지 선언도 오 전 시장으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우택 의원 빼고 모두 비박계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진행됐고 보도된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와주실 분도 계시다. 누가 도울지 모르지만 각자가 출마를 생각하셨던 분들이고 그런 분들이 갑자기 나를 도와주겠다고 당장 입장을 표명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요청을 드려서 도움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5.18 발언, 태극기 집회의 상징, 한국당 내 조원진(극우 정당인 대한애국당 대표)으로서 김 의원이 포지셔닝 돼 있는 만큼 황 전 총리는 친박 표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점도 오 전 시장에게 반가운 일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달 31일 저서 '미래' 북콘서트를 연 오 전 시장.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친박과 비박 프레임에서 보면 내가 친박이 아니니 그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홍준표를 좋아하는 분들은 강성 보수다. 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합리적 보수다. 그 분이 출마를 안 한다고 해서 홍 전 대표 지지자들이 나를 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나는 그런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단일화 효과 자체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모양새다. 

이어 “친박 비박 프레임은 옛날 프레임이다. 강성 보수냐 합리적 보수냐로 봐야 한다. 황교안과 김진태 두 후보는 그런 점에서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 둘 다 친박에 가까운 색깔이 있지만 강성 보수와 정통 보수에 가깝다. 우리가 우파지만 그분들이 오른쪽 끝에 있다면 나는 스펙트럼 중 왼쪽에 가까운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5.18 망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는데 여기서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전당대회 출마 자격이 박탈된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1대 1 구도로 재편되는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친박과 극우 보수의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필패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오 전 시장이 개혁 보수와 비박계 이미지를 내세워서 전국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포부를 밝히고 이 지점에서 당원을 설득해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총리나 오 전 시장 모두 당내 계파를 갖고 있거나 세력이 큰 것은 아니다. 당선 배점이 당 선거인단 70%와 대국민 여론조사 30%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국민 지지의 향배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수권 정당을 노리기 때문에 당원들의 마음도 국민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전 시장은 거듭 최초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박근혜 극복론을 강조해왔다. 

어찌보면 대권 주자 여론조사 1위가 황 전 총리이고 당권 경쟁의 분위기가 박심 잡기로 기우는 측면이 있지만 오 전 시장은 간담회에서 “오늘 드린 말씀이 TK(대구경북) 정서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선거전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역설했다.

한국당의 핵심 기반인 TK 정서에는 어긋나지만 수도권을 비롯 전국적 지지를 얻기 위한 개혁 보수 노선을 걷는 것인데 그래야 당장 2020년 총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정책과 비전으로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출마를 결심한 것도 두 분이 경쟁을 하면 색깔이 똑같아서다. 중도층 지지를 받아야 승리하는 총선에서 두 분 중 한 명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치를 간판을 선정하는 이런 성격의 전당대회에서 중도층의 표를 가져올 내가 대표감으로서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 더 적합하다”고 어필했다.

이어 “내가 나서도 쉽지 않은 게 수도권 선거인데 이 두 분으로는 더 힘들 것이다. 이것이 황교안 김진태 수도권 필패론이다.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박근혜로 표를 얻으려는 영남에서만 통하는 정당이 되면 곤란하다. 수도권 패배는 총선 참패다. 이걸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제 14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합동 연설회 4회 △TV 및 유튜브 토론회 △책임·일반 당원 모바일 투표(23일) △당원 현장 투표(24일) △국민 여론조사(25~26일) △전당대회 대의원 현장 투표(27일) 등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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