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맵 없으면 양국의 약속 미이행
한반도 평화체제 3가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
미국의 상응조치
하노이 이행할 워킹그룹을 만들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싱가폴 선언이 총론이었다면 하노이 선언은 각론이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과 워킹그룹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15일 14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이걸 얼마나 협력해줄 수 있는가인데 미국은 기본적으로 로드맵을 만들고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특보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폈다. (사진=박효영 기자)

즉 “내년 말까지 언제까지 뭐 이걸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핵 시설, 물질, 그 다음에 핵 탄두까지. 미사일도 단거리가 있고 중단거리 중장거리가 있고 그 다음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이걸 언제까지 어떻게 폐기할 것이라고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로드맵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아마 두 정상이 이걸 합의하지 않으면 쌍방이 결국 배신때릴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로드맵을 만들고 그걸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전세계가 지켜봐야 양쪽이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특보는 “싱가폴 선언은 총론적 성격이 강하다. 하노이 선언은 각론적 성격이 나와야 할 것이고. 그 각론적 성격을 이행할 수 있는 워킹그룹을 만들어야만 가시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로드맵에 따라 이행할 실무팀이 꾸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양국이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북한의 비핵화 조치인데 문 특보는 “당장 가시적으로 북한이 1~2개월 이내에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게 나와야 한다. 그게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검증가능한 폐기 플러스 영변 이외에 북한이 가진 농축시설에 대한 리스트 신고하고 그걸 검증가능하게 폐기할 용의가 있으면 그걸 가지고 어느 누구도 그 정도로 실패라고 보지 않을 듯 싶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게 뭔가”라는 관점에서 ①정치적 보장(체제 보장과 연락사무소 설치) ②군사적 보장(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전략 무기 한반도 배치한 것 철수·불가침 협약·미국과의 군사적 파트너십 관계) ③경제적 보장(부분적 또는 완전한 제재 완화·IMF나 세계은행 등 국제 경제 체제 구성원 편입·국제 투자) 등 3가지를 거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행사를 주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근 들어 미국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로 북한과 타협하는 ‘스몰딜’이 자주 회자되고 있는데 문 특보는 “사실 그 얘기가 제기된 게 2017년 7월에 헨리 키신저 박사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만 바라지 않을 것이다. ICBM은 개발해서 15번에서 17번 시험 발사를 한 다음에 안정성과 적중도가 나타난 다음에 실전 배치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화성 15형 한 번 시험 발사를 한 것인데 그거 하나 (북한이)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겠느냐. 미국이 그렇게 어리석은 국가는 아니다. 그건 일부러 과장되고 논쟁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문 특보는 2018년 초부터 지금까지 남북미 비핵화 협상을 정리해보는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3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먼저 피스 키핑(Peace keeping)인데 문 특보는 “북한의 적대적 행동에 대해서 우리도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 군사적 억지력을 갖출 필요가 있고 한미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피스 메이킹(Peace making)이고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북한 간의 신뢰 구축을 통해서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겠다는 것”이고 문 특보는 이 대목에서 “상당한 진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작년 11월 이후 평양 선언의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JSA(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경계 초소 GP(Guard post) 폐기 →휴전선에 깔려 있는 지뢰 제거 →오솔길 구축 →한강 하구 공동조사 →서해 지역의 평화 수역 조성> 등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데 문 특보는 일련의 과정을 “운영적 군비 통제”라고 명명했다.

그 다음 피스 메이킹의 또 다른 핵심은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다. 문 특보는 “이 부분은 별로 진전을 못 봤다”며 “남북한 간에는 기본합의서가 있으니까 불가침이 합의돼 있다. 북미 간에는 그게 명시적으로 없다. (향후) 종전 선언을 하면 북미 간의 불가침에 대해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 체제를 세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 문 특보. (사진=박효영 기자)

세 번째는 피스 빌딩(Peace building)인데 그것은 독일의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가 얘기했던 ‘영구평화론’과 같다. 문 특보는 “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전재 공포없이 평화롭게 사는 동시에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그러한 상황을 평화 구축”이라고 한다며 “한반도 신 경제를 통해서 남북한 경제 교류를 정착시키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실상의 통일이 오게 되면 평화 구축의 모멘텀 어떤 계기도 마련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 노력은 사실상 국제 제재의 체제 때문에 완전히 정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지금 피스 키핑은 유지(국방비 증액 기조와 한미 동맹 강화)되고 있고 피스 메이킹은 진전을 보지 못 했다. 피스 빌딩은 사실상의 통일을 위해서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각인데 현 정부도 동일선상에서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수론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 누구보다 우리 문 대통령이 얼마나 염력을 쓸 것인가. 성공하라고. 난 그것도 상당히 작용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낙관적이라고 본다. 아직도 물론 지뢰가 곳곳에 깔려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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