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행사에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17일 미리 열리는 정월대보름행사에 구로의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정월대보름날 아침, 해 뜨기 전 누군가에게 ‘내 더위’를 팔아본 적은 있는가. 혹은 이날 아침 친구의 한여름 무더위를 몽땅 샀다는 생각에 은근히 기분이 불편한 적은 없는가.

아마도 요즘 2~30대들에게 이 같은 정월보름날의 세시풍습의 경험을 묻는다면 어느 시대 개그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대의 무심한 격차를 강하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한국사에 따르면 이처럼 정월대보름날 아침 더위를 팔면 1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습을 ‘매서’라고 하는데 사람 뿐 아니라 심지어 가축들도 더위를 막는다고 해서 더위 예방으로 소나 돼지의 목에 왼새끼를 걸어주거나, 혹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꺾어 둥글게 해서 목에 걸어주었다. 

특히 이날은 다섯 가지의 곡식의 섞인 오곡밥과 귀밝이술, 묵은나물, 부럼깨기 등을 먹으며 1년 동안의 무사태평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했는데 묵은나물을 먹으면 그 해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믿음이었다.  

또한 복이 들어온다 하여 김이나 취잎사귀로 오곡밥을 싼 복쌈을 먹고 아홉 짐의 나무와 아홉 발의 새끼를 매 큰부자가 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정월대보름밤이면 다리밟기·횃불싸움·줄다리기·동채싸움·놋다리밟기 등으로 동네마다 결속력을 자랑했다.

정월대보름 윷놀이를 즐기는 주민들(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매년 음력 1월 15일에 있는 정월대보름이 올해는 2월 19일이다. 구로의 정영숙 주부는 오는 정월대보름을 대비해 지난 17일 동네 마트에 나섰다. 그동안 매년 보름날을 그냥 넘겼지만 올해는 미국인 사위를 맞이한 특별한 해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에게 한국의 문화를 체험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역시나 정영숙씨가 장보기에 나선 마트는 코너마다 정월 대보름을 겨냥한 상품들이 주부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쌀, 조, 수수, 팥, 콩 등 4인 기준 600그램에 1만원. 그녀는 보름나물도 함께 구입하기로 했다.

취나물, 피마자, 고구마줄기, 특히 호박과 가지 등은 불에 불리고 삶아 조리하기 간편하게 담은 4종류가 100그램 각각 2천원에서 3천원이었다. 모두 합해 13.000원. 땅콩, 밤, 호두, 밤, 잣 한 셋트 (13.900원)의 부럼도 카트에 담았다.

보름날 밤에 부럼을 깨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져서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세시풍속에 정영숙 주부는 사위 선물용으로 부럼 한 셋트를 추가로 구입했다. 
 
이날 이렇게 대보름 장보기를 마친 정영숙 씨는 “예전엔 어머니가 오곡밥을 지으려면 전날부터 물에 불리고 콩을 삶아 밥짓기가 여간 번거로웠던 게 아닌데 지금은 이 모든 일이 참 편리한 세상이다.”며“ 어릴 적 대보름날 밤이면 찰밥을 많이 먹어야 건강하고 부자로 잘 산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집집마다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며  찰밥을  많이도 얻어먹었다

참으로 행복한 정월대보름의 추억인데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되어 아쉽다. 이 같은 우리의 세시풍속이 계속되어 왔다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이런 삭막한 세상은 안 됐을 것인데 하지만 우리 사위에게는 옆집 친구집에 부탁해 우리의 세시풍속을 체험해줄 생각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우리 사위에게 찰밥을 해주는 조건으로 더위를 팔겠다고 우겨서 사위에게는 그 친구가 부르면 대답하는 대신  ‘내 더위 사세요’ 라고 미리 단단히 교육시켰다.“라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처럼 올해의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지역 200개 기관·단체에서도 이색 퍼포먼스를 곁들인 정월대보름행사를 알려왔다.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양동마을에서는 줄다리기, 풍물놀이 등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지고 포항 월포해수욕장과 형산강체육공원, 영일대해수욕장에서도 시민들이 풍물놀이와 달집태우기가 예정이다.

특히 선교개천 23년을 맞은 민족종교 선교종단 중앙종무원에서는 2019년 2월 19일 기해년 정월대보름 진향재를 봉행한다고 전했다. 

선교종단 중앙종무원에 따르면 정월대보름 진향재는, 민족종교 선교의 고유의례인 설날 대향재 · 정월대보름 진향재 · 단오 단향재 · 추석 추향재 · 동지 소향재 등 선교 5대 향재 중 하나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선교 수행대중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대동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선교선제들과 지역주민들은 정월대보름 음식인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을 제수로 올리고 부럼을 깨물며 이날 밤에는 정화수대법회와 달집태우기로 정월대보름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선교중앙종무원은 달집태우기에 앞서" 정화수에 하늘의 천기와 보름달의 정기를 담아 치성하여 정음의 기운이 충만한 가운데, 불씨를 봉수하여 달집에 점화하게 되는데, 이것은 인간생명의 본질인 불의 씨앗을 세상에 전하여 재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불의 씨앗은 곧 생명의 씨앗이며 빛의 씨앗인 바, 불씨는 선교의 신앙대상인 환인상제의 인에 해당하며 생무생일체의 근원을 상징한다"고 정월대보름 행사를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보름달이 뜨기 시작하는 19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에 전국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그 사이로 보름달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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