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이 민주당과 협상 모델로 ‘복합’
위헌 논란은 근거없어
초과 의석 안 나와
의원 정수 안 늘리고 지역구 축소없이도 가능
지역구 후보 내기 어려운 소수 정당은 매우 불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결국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소위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②준연동③복합연동④보정연동) 중 하나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물론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①온전한 연동형이 되면 좋겠지만 거대 정당인 민주당이 기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식을 원하고 있어서 3당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③이 가장 합리적이고 3당에게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실 3당 내부에서 본격 논의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③과 ④은 논외로 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나마 절반만 연동하는 ②으로 협상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초기 견해가 주류다. ②은 의원정수 100석 기준으로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10석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일단 5석만 할당받는 것이다. 그러면 준연동의 반영 비율을 50% →60% →70% →80%로 늘려가는 협상 전략을 짜는 게 3당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일단 시간이 없다. 2020년 4월15일 총선에 새로운 선거제도를 적용하려면 5당 합의를 이뤄내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자체 모델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빼고 4당만의 선거제도 합의안을 만들고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후 본회의 표결)에 올려야 한다.
유 교수는 “전국구 명부로만 하는 것① 보다 ③이 더 우월하다고 본다. ③이 더 훌륭하고 이론적으로도 더 낫다. 3당에도 더 유리하다. 물론 ③은 ①보다 거대 정당에 유리하고 군소정당에 불리하다. 당연히. 그런데 절반씩 하는 것② 보다는 (3당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절반씩 하는 것은 너무 구차하다. 내 논문에서는 (③을) 통합연동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군소정당에게도 더 유리한데 그걸 걷어차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예로 들면 재외국민 요소를 고려해서 지역구(2436만756표)와 비례대표(2443만746표) 총 투표수는 4879만1502표다. ②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한 총 득표수를 전체 비율로 환산해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고 지역구 당선자 수에 맞게 배분해준다. 아래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이렇게 된다.
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3당 입장에서 ①〉③〉②으로 이해관계의 순위를 매길 수 있고 무엇보다 ③은 “비례성 확대와 정치적 안정성 도모를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거대 정당들과 군소 정당들 간의 상충하는 이익의 타협이라는 측면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20대 총선을 예시로 현행 병립형 제도와 ①②③에 따른 각 당 최종 의석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현재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역구 의원들은 다 반대한다. 의원정수 확대하는 것은 국민 여론이 반대해서 어렵다. 그러면 일단 전국 단위로 해야 한다. 권역별로 할 이유가 없는 것이 (권역별 연동형을 시행하고 있는) 독일은 연방 국가”라며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연동형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즉 “권역별로 하자는 게 지역주의 완화를 추구한다는 건데 사실 지역주의 완화 효과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다 있다. 권역별로 지역주의가 고착화되는 측면도 있다. 영남에 민주당이 소수가 되고 호남에 한국당이 소수가 되긴 하겠지만 지역 대항전이 된다. 그래서 뉴질랜드처럼 전국 단위로 해야 한다. 독일은 연방 국가라서 (권역별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전국 단위로 ③을 하자는 것이 유 교수의 최종적인 제안인데 무엇보다 △현행 정수 300석을 유지할 수 있고 △비례대표와 지역구 비중을 미세 조정만 해도 가능하고 △초과 의석이 발생하지 않고 △현행 병립형에 비해 비례성을 확대할 수 있는 점 등 여러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취약점도 있다. 먼저 위헌 논란이 있다.
유 교수는 “지역이나 전국구나 다 정당이 추천한 인물이다. 즉 어느 하나만 정당을 대표한다고 보는 것은 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지만 2001년 7월19일 헌법재판소는 당시 공직선거법 146조 2항의 1인1표제에 대해 위헌 판정(2000헌마91)을 내렸다. 그러니까 현재는 재외국민이 아니라면 누구나 지역구와 정당에 총 두 번 투표를 하게 되는데 당시에는 지역구 투표 한 번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했다.
헌재의 근거는 △유권자의 후보와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가 불일치할 가능성 △신생 정당에 불리하고 거대 정당에 유리 △후보에 대한 직접 투표 외에 정당의 비례적인 의석 확보도 중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한 표로 한 표의 가치만 행사하고 정당 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한 표로 두 표의 가치를 행사할 수 있어 불평등함 등이 있다.
③은 지역구와 정당에 총 두 번 투표를 할 수 있게 보장하되 의석을 배분할 때는 합쳐서 계산하는 것이다. 헌재의 정신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한 번의 투표로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면 과연 따로 투표해서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논지로도 인정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인정된다면 따로 투표해서 합쳐서 계산하는 ③은 위헌 소지가 있다.
유 교수의 주장도 있겠지만 민주당이 의원총회의 추인을 거쳐 내놓은 당론이기 때문에 섣불리 위헌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배경도 있다.
두 번째는 작은 정당이 지역구 후보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거대 정당에만 유리하다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정당별 20대 총선 지역구 후보 등록 규모를 보면 새누리당 248명, 더불어민주당 235명, 국민의당 173명, 민중연합당 56명, 정의당 53명, 무소속 137명이었다. ③은 후보를 많이 내야 일단 의석수 다량 확보 가능성을 늘려주기 때문에 기탁금이나 여러 현실적인 면에서 거대 정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호남 기반으로 지역구 후보를 많이 냈던 국민의당, 지역구 보다는 정당 득표율에 경쟁력이 있는 정의당이 각각 ③과 ②에서 더 높은 의석률을 달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③에 대해 “전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야만 되는 선거제도다. 그러니까 재정이 모자라는 소수 정당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아마 (유 교수가) 소수 정당의 처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듯 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세 모델 중에 뭐든 다 선택될 수 있다고 했으니 당장 3당이 치열하게 탐구해보고 가장 효율적인 안으로 협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유 교수의 제안은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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