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외에 1단계 핵 리스트 신고
북한은 줄 듯 말 듯 고민하는 상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경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제재 완화를 거론했다. 북한과 미국이 내줄 수 있는 최대치가 핵 리스트 신고와 제재 완화라는 점에서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빅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핵 리스트와 제재 완화 모두 단계적으로 쪼개서 제공할 수도 있어서 일단 동시 교환에 합의한다면 그야말로 빅딜이다.

로이터가 가장 먼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우리 시간으로 21일 새벽 4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제재들은 전부 유지되고 있다. 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이 무언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이 행여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핵화를 위한 긴급한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 북한에 의한 핵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침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미국이 탑다운 식으로 제재 완화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열린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뭔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해줄 듯 말 듯 고민 중인 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은 상응조치로 △인도적 지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평화협정 협의체 구성 등을 꺼내놨는데 여기서 제재 완화를 환기하면서 북한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내놓을 카드로는 △영변 핵 시설 폐기 △핵 동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 폐기 등이다. 아마 미국이 더 나아가 뭔가 플러스 알파를 원하기 때문에 제재 완화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1단계 핵 리스트 신고 △리스트 검증 및 폐기 등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미가 상호 교환해야 할 것들을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필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경협으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현재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하노이에서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북미가 로드맵의 수위를 어디까지 채워놓느냐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부분적 제재 완화에 돌입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1단계 핵 리스트 또는 다른 주요 핵 시설 폐기 등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사실 온전한 남북 경협은 미국의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표현했지만 우회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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