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민주당의 대치 정국 심화
민주당의 믿는 구석 4당과 패스트트랙
민주당 모델 3가지와 3당 모델
개혁 입법도 원하는 민주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갈수록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 정국은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요구하는 국회 정상화의 조건을 수용해주지 않고 나머지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공조하기로 했다. 국회 선진화법 체제이지만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제일 원하는 것은 개혁 입법(검경수사권 조정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국정원법·공정거래법·상법·경제민주화 법안 등)이고 3당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점에서 향후 어떻게 협상될지가 관건이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5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지만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했다. 그 이후 한국당을 제외한 4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고 여기서 오는 28일까지 선거제도 단일안을 도출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최종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갈지 모를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기로 했다.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그것(패스트트랙) 이외에 한국당을 압박하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 한국당의 자발적 협상을 기다리기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당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하루 빨리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비롯 개혁 입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비롯 개혁 입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4당이 주요 입법 현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논의에 착수했다”며 “앞으로 여야 4당간 의견 조율을 통해 민생 입법 및 개혁 입법 과제들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고 한국당의 반대로 지금까지 국회에서 처리되고 있지 못 한 논의 과제들을 테이블에 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정쟁을 키울 목적으로 온갖 조건을 내걸고 국회를 작동 불능 상태로 몰아가는 한국당에 더 이상 휘둘릴 수 없다. 한국당 때문에 2월 국회에 이어 3월 국회까지 식물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과 민생을 위한 절박한 마음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야 4당의 생각이다. 어떠한 조건도 내세우지 말고 국회 정상화에 자유한국당은 즉각 응해야 한다”며 한국당 압박용으로 패스트트랙 카드를 꺼냈다는 점을 환기했다. 

당초 한국당은 여러 조건(김태우 특검·신재민 청문회·손혜원 국정조사·김경수 지사 관련 드루킹 재특검 등)을 내세웠다가 손혜원 국조만 수용하면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민주당이 그것마저 거부하자 한국당은 26일 오전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그곳에서 현장 의원총회(문무일 검찰총장이 급 일정을 변경해 접견하지 못 해서)를 열겠다고 하는 등 초강경 모드로 나오고 있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이날 14시반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강력 규탄했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거대 양당이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형국에서 민주당의 믿는 구석은 4당 공조와 패스트트랙이다. 

결국 교섭단체이면서 3당과 공동 행동을 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최대한 한국당과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교섭단체이면서 3당과 공동 행동을 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최대한 한국당과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거제도만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면 3당이 끌려갈 수 있지만 민주당이 개혁 입법들도 올리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민주당은 어느정도 3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단일안에 합의를 해줘야 개혁 입법을 위한 협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3당과 공조하기 위해 방미 일정 직후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고 군불을 지폈고 그런 만큼 민주당이 내놓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모델과 3당의 모델 사이에서 합의를 봐야 한다. 민주당은 소위 한국식 연동형으로 3가지 모델(준·복합·보정)을 당론으로 발표했다. 3당은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100% 연동형을 내놨다. 나머지 의원정수와 지역구 의석 감축 방안 등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연동형의 기본 원칙에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 원내대표는 “단일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얘기를 해야 한다. 3당은 가능한 한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 이제 3당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독일식 순수 연동형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 않겠나. 어차피 우리 당과 협상 과정에서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겠지만 3당도 순수 독일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조금 접은 것 아닌가 싶다. 어쨌든 우리와 협상해서 안을 만들어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3당의 모델에 대해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종민 의원은 3당의 모델에 대해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8일까지 단일안을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렵다. (3가지 모델 중에 뭐든 괜찮은지?) 그렇다. (개혁 입법에 3당이 동조해주고 100% 연동형으로 갈 수는 없는가) 거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100% 연동형은) 한국에 맞지 않는데 뭘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3당이 주장을 해도 한국에서는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는가”라고 밝혔다.

100% 연동형으로 가면 한국 정치 현실에 맞지 않는다기 보다는 결국 거대 정당인 민주당의 확보 의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김 의원이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읽혀진다. 김 의원은 100% 연동형을 하면 큰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전혀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수정당 배려 제도”라고 일갈한 바 있다.

즉 300석 기준으로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30석을 확보해주는 게 100% 연동형인데 민주당은 그것이 한국에 맞지 않는 독일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 모델은 한국식 연동형이 아니라 민주당식이라고 일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 모델은 한국식 연동형이 아니라 민주당식이라고 일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러나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한국식 연동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2015년 발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라며 “정의당이 이야기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미 한국식 연동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와 지역구 (비율이) 1대 1로 구성돼 있지 않나. 선관위에서 독일식으로 선거제도를 빠르게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대 1로 한국식으로 조정하자는 안을 내놨다. 이걸 19대 때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받아들였고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놨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마치 기존에 이야기되던 연동형이 독일식이고 민주당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한국식이라고 말하는 건 사실 맞지 않다. 이미 한국식 연동형은 제출돼 있다. 지금 김종민 의원이 얘기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구분”이라고 일축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26일 방송된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각 당의 입장이 있고 당익이 있는 것이니까 민주당의 것은 안으로서 존중한다. 다만 이후에 협상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 그러니까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고 했던 그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의 의미가 최소한 살려질 수 있는 그런 방향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비롯 개혁 입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개혁 입법까지 패키지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3당 입장도 다 다르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선거제도는 몰라도 개혁 입법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단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고 다른 것들까지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것은 유예해야 한다. 유예를 한 상태에서 정개특위를 열어서 먼저 4당 단일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안 외에도 다른 개혁 법안들을 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야당들과 합의부터 해야 한다. 주고받는 문제가 아니라 믿음이다. 선거제 개혁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정미 대표는 25일 방송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세 가지(민생개혁·사법개혁·선거제도)를 묶어서 적어도 3월 중순까지는 패스트트랙을 걸어서 이게 이제 330일 정도가 걸리지 않는가. 그러면 내년 4월 총선을 2개월 앞두고 그 안에 사법개혁과 민생개혁 법안들 선거제도까지 전부 다 처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이걸 다 묶어서 국민들께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일하지 못 했던 것 남은 숙제 마무리하고 20대 국회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 입법 단일안에 대한 4당의 입장 차이도 있겠지만 이정미 대표는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서는 큰 틀에서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 다음에 민생개혁 법안도 지금 4당이 합의할 수 있는 공통 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의 공약 민생 법안 중에 상당히 공통된 내용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추려내면 되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비롯 개혁 입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대표는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3당 간에 상호 원하는 것을 절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궁극적으로 개혁 입법과 선거제도를 놓고 패키지 패스트트랙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고 민주당과 3당의 대타협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보다 개혁 입법에 관심이 많고 3당은 선거제도를 원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서로 딜을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단일안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상호 절박해지면 거기서 조금씩 양보가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고 예상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제도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3당이 요구해왔던 상응하는 몇 가지를 흘렸는데 그것을 (민주당이) 다 받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3당이 요구했던 개혁안에 상응하는 안을 (민주당) 지도부와 정개특위가 같이 해서 지도부의 의지로서 정개특위 안을 그 방향으로 내라고 해야 그걸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모델과 3당 모델 사이에서 최대한 3당의 모델이 우선 고려되는 쪽으로 민주당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심 의원은 3월10일까지 한국당을 포함해서 5당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심 의원은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한국당이 시간을 끌어서 지금 법적 시한을 넘기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3월10일까지는 합의 처리가 되어야 패스트트랙을 피해갈 수 있지 않나 이렇게 본다. 3월10일까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합의될 수 있도록 한국당 신임 당대표께서 유념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