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회담에서 분위기 나빠진 듯
현장 속보로 타전
업무 오찬과 서명식 취소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2시간 앞당겨져
제재 전체 해제 요구
미국도 많은 걸 요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예정된 업무 오찬과 하노이 선언문 서명식이 취소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2시간이나 당겨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확대 회담까지만 참석하고 회담장을 떠났다. 

베트남 하노이에 상주하는 풀 기자단에 따르면 우리 시간으로 28일 15시10분 즈음 백악관 공보실로부터 “프로그램 변경” 소식이 타전됐다. 

기자단에 따르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확대 회담에서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곧 마무리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JW 메리어트 호텔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메리어트 호텔로 돌아갔다. CNN 등 현지에서 취재하고 있는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이러한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술렁이는 하노이 현지 프레스센터 분위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돌아가보면 11시40분에 확대 회담이 시작됐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 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확대 회담에는 폼페이오 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함께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배석했다. 북한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3대 2로 숫자 균형은 맞춰지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이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어쨌든 13시55분 예정된 업무 오찬 이전에 뭔가 어그러졌던 것으로 관측되고 16시에 열릴 서명식은 취소됐다. 김 위원장은 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을 빠져나갔고 15시반에 숙소인 멜리나 호텔로 복귀했다. 

확대 회담에서 뭔가 경색된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8시에 할 계획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앞당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6시15분 메리어트 호텔 프레스센터에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대북 제재 전체 해제를 원했다. 그건 우리가 제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북한은 핵 시설의 큰 부분을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모든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없었다. 현재 (수준의)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무리한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저희가 더 많은 것을 바랐지만 김 위원장은 아직 그 정도의 준비가 안 됐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희는 낙관적이다. 향후 이견을 좁힐 수 있고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혀 미국도 영변 핵 시설 이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회견장에서 협상 결렬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개된 확대 회담 모두발언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는데 갑자기 상황이 악화되자 현지 프레스센터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8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도 있고 적대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김 위원장도 사실 비핵화에 대해서 군부나 여러 참모들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다 따라온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이 출연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북 내부에 강경파들의 반발이 많았을텐데. 물론 핵 경제 병진 노선을 얼마나 강조하고 선군 정치를 강조해왔는데 갑자기 핵을 없애겠다? 새로운 조미 관계를 만들겠다? 그랬는데 그런데 뭘 가져왔어?”라는 식으로 성과에 대한 압박감을 김 위원장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특사를 할 때 내가 우리 보수층의 반대가 있으니까 안 된다고 북측 특사한테 얘기를 하니까 남쪽만 보수 꼴통있냐? 우리 꼴통 보수들도 보통 들끓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게 (북한) 군부더라. 그러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도 상당한 북한 강경 군부 세력을 설득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북한이야 고난의 행군 등 죽어가면서 목숨을 바치면서 핵을 개발했는데 이제 어떤 보장을 받지 않고 경제 발전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내놓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포인트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제재 문제를 어디까지 완화하느냐 이게 상당한 성공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40여분 가까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뮐러 특검을 비롯 미국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 등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것을 받지 않으면 제재 완화를 해주기가 곤란한 정치적 상황 속에 있다.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두 정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 했고 추후 회담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직 두 정상이 하노이에 머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 워싱턴으로 떠날 예정이다. 

관례적으로 보면 실무 라인에서 거의 모든 협상의 밑그림을 완성해놓고 정상들이 만나는 것이므로 이번에 대타협에 이르지 못 하면 다시 북미 정상이 마주하기는 무척 어렵다. 물론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북미 비핵화 협상은 기존과 달리 탑다운 방식이라 실무진이 결정적인 내용을 공백으로 남겨놓고 두 정상의 결단에 맡겨놨을 수도 있다. 하노이 선언문에 대한 합의없이 두 정상이 헤어진 만큼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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