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일축
5.18 망언, 태블릿PC, 탄핵 불복
진보와 보수 이념이 아닌 실용과 민생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 태도 지적
문희상 의장과의 국회 정상화 결단 공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6년의 관록을 지닌 제2야당 당대표가 정치권에 데뷔한지 두 달도 안 된 제1야당 당대표에게 고언을 쏟아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국회가 두 달이나 안 열리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네 탓하고 있다”며 거대 양당의 책임 공방을 지적했다.

손학규 대표는 황교안 대표에게 여러 쓴소리들을 쏟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로 이어 손 대표는 “당대 당 통합 이런 얘기하지 말라”며 “정당과 정당 간에 존중과 예우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언급을 하는 것은) 정당 정치는 물론 다당제라고 하는 민주 정치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다. 양극 정치이자 대립의 정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황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에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나 개별 입당설을 종종 거론했는데 이에 대한 손 대표의 단호한 반응이었다. 

더 나아가 손 대표는 “내가 정치를 꽤 오래 했는데 우리 정치가 자꾸 품격이 떨어진다. 정치인 말의 품격이 떨어지면 품위가 떨어지고 국회 권위도 떨어진다. 5.18 폄훼나 탄핵 불복, 태블릿PC 발언을 보면 정치인들이 과연 역사 인식이 있는가 싶다. 국민이 국회를 낮춰보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의 책임이다. 당대표 됐으니 당 의원들 말의 품격을 높여 정치가 존중받도록 하자”며 사실상 황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황 대표는 TV 토론회 및 유튜브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고 △탄핵의 기폭제가 된 jtbc의 태블릿PC 보도 조작설에 호응했고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언제까지 보수 진영이 이념 싸움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보수 재건이나 진보 혁신보다는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보수 이념의 기둥을 세워 자유우파 빅텐트를 치겠다던 황 대표를 재차 머쓱하게 했다. 

그러한 이념보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민생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인데 바른미래당의 성격 자체가 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손 대표는 황 대표에게 이념 선명성 경쟁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쓴소리가 이어지자 현장 분위기는 어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황 대표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이 정부의 폭정 또는 잘못된 정책이다. 잘못된 정책을 적절하게 비판하고 막을 건 막아내는 과정에서 양당이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 바른미래당이 그동안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는데 바른미래당이 가진 역량과 한국당의 역량을 합쳐 정부의 잘못된 폭정을 막아냈으면 한다”며 공감을 구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바로 호응하기 보다는 “정부의 잘못과 폭정은 막아야 되겠다. 그런데 우리가 야당이라고 해서 뭘 막겠다거나 그러기 보다는 지금 여야가 그냥 무조건 서로 대립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래서 모든 것을 국회에서 해결하고 막을 것은 막되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극복하고 합의제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터라 무조건적인 반대와 대립 정치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손 대표는 쓴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민망했는지 말미에 황 대표에게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어드바이스는 탄핵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가 처한 정치적 현실을 그대로 관통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국립 서울 현충원을 참배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 대표는 이날 아침 국립 서울 현충원을 참배하고 국회로 와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손 대표 순으로 예방했다.

우선 어딜 가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와중이라 관련 언급이 조금 있었지만 눈에 띄는 점은 국회 공전 상황에 대한 ‘결단 돌리기’였다. 

황 대표는 문 의장에게 “몇 가지 한국당에서 요청한 게 있는데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국회를 열기 쉽지 않다는 걱정을 한다. 의장께서 야당에 힘을 좀 달라”고 부탁했고 문 의장은 “취임 때부터 야당 편에 서겠다고 얘기했고 만날 때마다 여당을 먼저 질책했다”고 화답했다.

다만 문 의장은 “여야가 공동 책임이 있다. 지도부께서 크게 보고 중재안도 내고 양보안도 내고 그렇게 국회만 잘 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며 여야 가릴 것 없는 타협을 주문했다.

더 나아가 “지금이 딱 때가 좋다. 제1야당 대표가 당선된 날 국민적 관심이 모아질 때 활로를 뚫으면 출발로서는 A2 플러스(A+ 학점 두 배)다. 여당은 여당대로 내가 촉구할 것이고 제1야당도 할 수 있는 결단을 하면 틀림없이 잘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회 정상화의 키가 황 대표의 결단에 달린 것처럼 이야기되자 황 대표는 “그러한 양보안이 또 왜곡되고 받아들여지는 게 없으면 경색이 잘 안 풀릴 것 같다. 내가 볼 땐 결단해야 할 건 여당 같다. 문 의장께서 워낙 경륜있고 큰 정치를 많이 해오셔서 기대를 많이 한다”며 다시 키를 여당에 촉구할 문 의장에게 넘겼다.

문 의장은 심판자로서 최근 전체 297명 의원들에게 국회 정상화 호소 메일을 보낸 바 있는데 황 대표에게도 전달하면서 다시 한 번 결단을 촉구하는 모양새로 마무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황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황 대표는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국회의 어려움은 여당이 잘 풀어주셔야 정상화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한국당이 이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마감하고 정식으로 당대표를 선출했으니 좋은 국회, 생산적 국회를 해주시도록 리더십을 많이 발휘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황 대표가 (문 의장 주재의 월례 5당 대표 모임인 초월회) 정식 멤버가 됐으니 생산적인 논의를 하고 2월 국회는 열지 못 해 공전했지만 3월 국회는 빨리 열어 민생 법안 이런 걸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