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흡연자들과 그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흔히 젊음의 거리라 하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홍대앞거리를 지목한다. 일명 홍대거리. 젊은이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벽화와 클럽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실험적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개성 넘치는 공연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공간. 한 마디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세태와 문화를 한눈에 읽어볼 수 있는 곳이 홍대거리가 아닌가 싶다.

특히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펼치는 프리마켓에 홍대거리는 문화를 넘어 쇼핑의 재미까지 더하니 역시 역동적인 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 기존의 홍대문화가 퇴색되면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본지는 서울 지하철2호선 9번 출구를 나와 홍대 거리로 진입했다. 신학기 시즌답게 어느 때보다 거리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골목골목 다양한 갤러리와 악세사리 소품점, 술집과 카페가 즐비한 사이로 떠밀려가듯 인파가 서로에게  밀려 저절로 걸음이 옮겨지는 모습이었다. 

구청의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단속 중에도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구청의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단속 중에도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개성과 자유의 혼재에 각 매장의 상품들은 도로까지 나와 손님을 끌었고 인파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사이를  중국 관광객들로 보이는 한 무리가 요란하게 서로를 부르며 도로를 가로 질러 건너는 모습에 이어 그런 그들과 밀고 밀리는 어린 여학생의 무리도 보였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모습에 슬쩍 말을 건네니 역시 중학생들이 맞았다. 여학생들은 쇼핑을 나왔다고 말했다.  

“친구들이랑 쇼핑하러 나왔어요. 여기에 오면 예쁜 옷들이 많잖아요. 딱 우리 취향에 맞는 그런 게 여기 오면 다 있어요.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요.” 그 중 한 여학생은 홍대 버스킹도 즐길 거라며 몸을 유연하게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으로 봐 여학생들은 홍대거리가 처음은 아닌 듯 보였다. 더구나 학교에 있을 시간에. 그 여학생들을 지나 방향을 틀어 내려오니 카페 아도니스가 보이는  kfc뒷골목이었다. 

순간 골목입구부터 담배냄새가 역겹게 코를 찔렀다. 놀랍게도 바닥에 온통 하얗게 널린 담배꽁초였다. 마치 그곳이 흡연구역이라도 되는 듯 젊은 남녀들이 길거리에 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상당수 섞여 보였다. 

5일 다양한 연령층이 홍대거리를 누비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그런 그들 뒤로 경비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난감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옆 건물의 경비원이었다. 흡연을 제지하는 게 아닌 그가 근무하는 건물 화단에 투척되는 담배꽁초를 감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깐 사이에 담배꽁초는 여지없이 건물화단에 무자비하게 투척이 되고 있었다.

“아이고 징그럽게 말들도 안 듣고 뭔 저것들이 대학생여, 기본 도덕도 모르는 저것들이 무슨 대학생이냐고. 그러니 대학교를 나오면 뭐하냐고. 좀 뭐라고 하면 지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눈 부릅뜨고 덤비고. 그러니 무서워서 우리도 더는 어쩌지 못해.

우리 건물 쪽에 버리면 화재 위험 있으니 우리는 그것만 주위를 주는 거지. 외국인들도 뭘 알아. 눈치껏 자들 따라서 피우고 있잖여, 구청에서 단속 나와도 필요 없어. 그때 뿐이여, 그리고 어디 여기뿐인가. 보다시피 온통 길거리가 담배꽁초 천지잖여, 특히 금요일 밤에 한번 와서 봐. 아주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다고, 눈뜨고는 차마 못 봐준다니까” 라고 말하는 경비원 A 씨는 언제부턴가 홍대문화가 젊은이들의 사고를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같은 골목의 OO미용실 원장인 B씨도 홍대문화의 무질서한 행위를 지적하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여기 젊은사람들 길거리에 담배피우는 건 예사죠. 우리가 알아서 피하는 거죠. 인상 찌푸리면 왜 기분 나쁘냐고 덤비기까지 해서 겁나서 인상도 못 써요. 

또 어디 담배꽁초만 문제인가요. 발에 툭툭 차이는 게 먹다버린 1회용 종이컵에 플라스틱 물병이죠. 특히 금요일 밤이면 쓰레기가 골목골목마다 넘쳐나 여기가 과연 서울거린가 싶어요. 술에 떡이 되어 뒤엉킨 젊은 남녀들을 보는 것도 이젠 낯선 그림도 아니게 되었고, 아마도 이 지역 경찰아저씨들이 제일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술 먹고 지들끼리 싸우는 것도 예사이니.”  

(사진=신현지 기자)
지정된 장소에서 버스킹을 즐기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 (사진=신현지 기자)

그러니까 이들은 각종 쓰레기는 물론 홍대 밤문화가 무질서를 넘어 이제는 혼란하기조차 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가 아닌 일부의 문제'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일산에서 친구들과 놀러왔다는 김 모씨(여, 26세)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파가 붐비다 보니 안좋은 모습도 있지만 이는 전체의 일부일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이렇게 많은 인파가 찾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편의시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서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릴데도 없고 흡연공간도 없다보니 이런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편에서도 청년문화의 과도기에 소수가 그런 것이며 또 이는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문화와 홍대상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무질서는 이해해야한다면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C 씨였다. 그는 “1980년 화랑과 갤러리 등 다양한 예술 전시장들이 하나 둘 이곳에 자리하면서 패션숍, 소품매장, 맛집, 이색 카페 등이 젊은이들을 집결시켰고 홍대문화를 일으켰는데 지금은 아니다. 문화를 넘어 돈이 먼저라는 개념에 뛰는 임대료를 감당 못한 클럽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면서 알다시피 언더그라운드 등 상당수 클럽이 문을 닫았다.

마스터플랜이 사라지면서 힙합 음악인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서 활동하던 음악인 상당수도 망원동, 상수동 은평구 등지로 이동했다. 그러니 지금은 화려했던 문화적 전성기가 그리운 마당에 그나마 찾아오는 젊은이들마저 무조건 비난할 처지가 못 된다. ”라고.

한편 홍대문화는 1994년 홍대 앞에 드럭 (DRUG)이라는 클럽이 생기면서부터 홍대클럽문화가 형성이 되었다. 이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시인과 펑크족 등 행위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지만 현재는 청년문화를 형성했던 자생적 문화들이 빠져나가고 맛집과 술집, 의류업체,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숍 등 새로운 상권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홍대 인근의 소음 관련한 민원이 속출하면서 마포구는지정장소에서만 버스킹 공연을 하도록 홍보·계도를 강화하는 한편 모두가 '걷고 싶은거리'로 거듭나기 위한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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