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필자는 시골에 살면서 본인의 몸을 리모델링한다. 굳어진 체질을 바꾸는 용어를 ‘리모델링’이라 하면 올바른 비유가 될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아마도 근접했다고 할까?

그동안 객지생활 50년에 필자의 몸속에 생물과 식물들이 들어갔다. 그것들이 에너지가 되어 오늘의 내가 존재해 왔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먹거리는 취향에 따라, 기호에 따라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는 본인이 취해야 할 자세이다.

필자가 도시에 살면서 취했던 것은 대체로 동물성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시골에서 자라고 성장한 후 도시로 진출했다. 시골에서 그 흔한 채소나 과실만 주요 먹거리로 삼았던 지난날에 비해 육식은 구미도 당겼을 것이며 궁기든 에너지 부족 현상을 해결해 주었을 것이다.

이런 연휴로 필자는 정년퇴직하여 이른바 귀촌했다. 그러한 처신을 두고 누구는 회향(回鄕)이라 칭했다. 아무튼 필자는 지금 귀촌 8년차 시골농부가 되었다. 손바닥만 한 논밭이 마련되어 있고 거처해야 할 집도 소박하게 손수 지었다.

이런 환경에 고향이니 산천이 모두 익숙한 마을과 선후배로 이웃을 이루고 있다. 철마다 상추 아욱 시금치 배추 당근 가지를 심고 가꾼다. 싱그런 채소와 마주한다. 그리고 산나물이 지천이다. 원추리 고사리 고비 두릅 등 온갖 나물천지이다.

밭둑에는 쑥 냉이 고들빼기 민들레 구기자잎 이런 약용식물이 줄줄이 고개를 내밀면서 전원예찬에 충만해 있다. 마을회관, 부녀회관에 가면 점심 또는 간식도 무제한 공급을 한다. 정부에서 쌀과 난방용 기름도 제공한다.

한편으로 이러한 실버타운에 선심성 포풀리즘이 넘쳐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필자 자신도 공짜제공이 싫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이 그다지 축적돼 있지 않은 형편과 처지에서 선심성 문제는 한번쯤 재고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곁길로 나갔지만 시골에 살게 되면 가게나 마트가 도시에 비해 많지 않고 그곳을 가기 위해 면소재지나 군소재지를 가기에도 부담이다. 마트가 인근에 없다보니 부식이나 식자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석으로 푸드트럭에 고성능 마이크를 달고 방송으로 권장세목을 열거한다. 즉, 두부 콩나물 오징어 꼴뚜기 막걸리 라면 등을 외치는 소리에 잠자던 고라니가 놀라 기겁을 한다. 동네 개들도 덩달아 싱겁게 짓는다.

아무튼 이런 환경과 처지 속에서 뱃구레 속에 밀어 넣는 게 거의가 약선식물이다. 도시에 찌든 내 위장에 사철 나물먹고 사는 게 이제는 몸에 익숙해진다. 오늘도 신선한 약소를 베어 대처에 사는 문우들한테 택배로 보냈다.

논둑에 고개를 내민 원추리와 고들빼기로 입맛을 돋운 친구가 그립다. 누구든 폐허가 된 폐농가에 국가정책으로 시니어들이 활동하기 좋은 ‘전원교향곡’을 만들 정치인은 없는가? 정치꾼은 물러가고 진정한 정치인이 나타나는 농촌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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