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과 한국당, 3당과 민주당
정당 득표율 반영 비율로 협상
개혁 입법에 협조받아야 하는 민주당
100% 연동형에 노골적 반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예상대로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두 개 채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자유한국당과 4당이 맞서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도 단일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단 한국당은 4당의 패스트트랙을 저지할 수단이 없자 연일 의원 총사퇴를 언급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찌됐든 꾸러미로 내놓은 개혁 입법 리스트들이 많은데 이걸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키려면 3당이 원하는 선거제도 안에 호응해줘야 한다. 하지만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저녁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국회의원) 300명 다 소선거구제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00% 연동형은 안 되는 거다. (민주당 소속 김상희·박주민 의원이 100% 연동형 법안을 발의했는데) 반성 안 하고 있던가? 반성 안 하고 있어? 나는 대놓고 얘기했다. 정말 비례대표를 늘리는 게 개혁이라고 하면 이 개혁의 끝은 300명 모두를 비례대표로 뽑는 거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이어 “50명, 100명, 200명, 300명이 돼야 끝판왕인 것이다. 말이 되는 건가. 선거제도는 역사 속에 있는 것이다. 근데 만약에 그 논리대로 맞다면 300명을 다 비례로 뽑는 게 최고의 선이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100% 연동형에 대해 한국적 정치 현실과 맞지 않다면서 “선거제도라는 건 그 나라의 역사성이라든지 현실이라든지 그게 다 반영돼서 나오는 것 아닌가. 우리가 독일이나 북유럽과 다른 뭐 지역구의 대표를 뽑는 투표를 해온 (한국 선거제도의) 수 십년이 있는데 정당만 보고 투표를 해왔던 서유럽의 그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는 거다”고 거듭 역설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은 3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 연동형의 반영 비율을 가지고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정안과 개혁 입법 리스트 9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당론으로 결정했다.

일단 선거제도 안은 기존에 발표했던 모델에서 조금 수정됐다. 이를테면 지역구 200석 대 비례대표 100석을 주장했었는데 225석 대 75석으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현재 253석 지역구에서 28석을 줄여야 한다. 나머지는 △한국식 연동형 3가지(준·복합·보정) △권역별(전국을 6개 권역으로) △석패율제(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출마 허용 및 지역구에서 석패한 후보 비례대표로 당선) 등이다.

3당은 민주당의 자칭 한국식 연동형 중에서 준연동만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300석 기준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30석을 확보해주자는 게 3당의 주장이고, 15석만 주자는 게 민주당의 준연동이다. 정당 득표율이 확보 의석수로 반영되는 비율이 50%(민주당)≦X≦100%(3당)로 결정될텐데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7일 아침 열린 의총을 통해 박주현·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안으로 확정했고 골자는 △100% 연동형 △지방 비례대표 비율 30% △의원정수 316석으로 증원(지역구 253석+비례대표 63석) 등이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100% 연동형을 내세울 계획이다.

민주당이 풀어놓은 개혁 입법 리스트 9개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조정법 △검찰청법 △국가정보원법 △공정거래법 △국민권익위원회를 국가청렴위원회로 전환하는 권익위 설치법 △행정심판법 △패스트트랙 기간을 90~180일로 단축하는 국회법 △국민투표법 등이다.

결국 연동형의 핵심은 반영 비율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이 대목에서 어떻게 타결되느냐에 따라 3당이 민주당의 개혁 입법에 얼마나 협조할 수 있을지 그 범위가 결정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 원내대변인과 같은 민주당 내 연동형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상당하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 원내대변인의 반응처럼 민주당은 100% 연동형에 대해 정치적 손해라는 판단을 내리고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는 구실을 대고 있는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 김경협 의원, 우상호 의원, 설훈 의원 등은 일찌감치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3당과 원외는 민주당 주도의 패스트트랙 정국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최대한 100% 연동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분위기다. 

원외 시민사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해왔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의 3가지 모델에 대해 “짝퉁 연동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6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짜장면을 시켰는데 민주당은 짬뽕을 갖다 배달해 주고 그것도 면도 별로 없다”고 묘사했다. 

민주당과 3당의 줄다리기가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