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 초강경 반응
현 논의 수준에서 개헌 논의 시작
한국당 내에서 쌍욕
대결 정치 끝내기 원해
상호 불신 북미처럼 깊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싫든 좋든 4당이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올리면 한국당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의원직 총사퇴, 입법부 쿠데타, 의회민주주의 파괴 등 거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정개특위 간사회의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민주당은 게임의 룰을 가지고 패스트트랙 태워가지고 정치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물론 대통령께서 꼭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들이 있겠다. 그런 것들을 선거법을 받으면서 패스트트랙에 태울라고 하는 그런 통로로 활용하려는 마음이 있겠지만 1년 동안 차기 총선까지 아예 그냥 국회문 닫겠다는 게 아니면 패스트트랙 태우겠는가”라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제원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정안을 비롯 개혁 입법 9가지를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정말 의원직 총사퇴를 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0일까지 자체 모델을 제시해달라고 한국당에게 마지노선을 통보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것 외에 새로운 개정안으로 뭘 해보자고 당론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장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답답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나에 대한 쌍욕을 한다. 장제원이가 저거 당론을 갖다가 당론은 현행 제도인데 당론을 어기고 지멋대로 하고 있다고 욕을 하더라”라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장 의원은 4당과의 소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반발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정개특위 간사 깽판치라고 보냈느냐. 장제원 깽판치라고 보냈느냐. 깽판치고 오면 박수쳐줄 건가. 뭔가 거기서 우리가 지긋지긋한 대결 구도 좀 단절하고 새로운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등 이런 걸 모두 우리가 선거제도 개편과 맞물려 있는데 논의 구조는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 싫으면 자르라고 그랬다”고 밝혔다. 

이어 “(분권형 개헌에) 합의를 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또 선거제도이지 않나. 그럼 선거제도 문제에 대한 논의 구조의 틀을 깨버리면 이제는 또 20대 국회가 흘러가버리면 21대 국회에서 또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또 다음 대통령 선거 2년 밖에 안 남지 않은가. 얼마나 싸우겠나. 법안 하나라도 통과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대결 정치

장 의원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대해 문제의식이 깊다. 

장 의원은 “(국회에 온지) 4년 쉬었지만 11년째다. 초선 때부터 들어와가지고 그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돼 가지고 소위 촛불 집회하면서 끊임없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싸우는 게 국회다. 대통령 선거를 4년 내내 하는 게 국회다. 이거 한 번 지긋지긋한 대결 정치를 언제 한 번 바꿔보자라는 뜻”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까지 좌지우지했고 전혀 여당은 대통령 권력을 견제 못 하고 여의도 출장소 문제가 우리 새누리당 때 뿐만이 아니고 민주당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야를 떠나서 지긋지긋한 대결의 정치를 대화와 좀 타협을 할 수 있는 생산적 국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권력을 분점해야 된다. 이런 것이 실질적인 정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도 대결 정치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문제의식이 강하다. 다만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고 그 다음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그 반대다.  

장 의원은 “실제로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의 저해 요소가 뭔가. 대통령이 All or Nothing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거부터 우리가 논의를 한 다음에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개특 간사들과 심상정 위원장이 모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한국당은 국정농단 이후 집권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에 분권형 개헌으로 최대한 국회에 권한을 넘겨받으려고 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의 하지 않다가 정권을 잃고 나서 그렇게 됐다. 

그럼에도 장 의원은 대결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를테면 “나 원내대표나 지도부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한 의사는 있는 것 같다. 강한 것 같다. 그니까 우리 정치를 좀 오래 한 사람들은 국회의원 한 두 번이 더 중요한 게 아니고 진짜 이거 지긋지긋 하거든. 장제원 맨날 싸움질 하는 것도 피곤하고. 근데 정말 이거는 필요한 거라고 보여지는데 그 고리가 선거제도다. 이 불씨를 살려나가려고 윽박도 질러보고 힘든데. 아까 원내대표가 얘기했듯이 물꼬를 확 틔워주면 당내에서도 한 번 논의해봐라는 동력이 생길 것 같다”는 바람이다. 

한국당에게 연동형은 꼭 불이익이 아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때 수도권에서 덜 손해보더라도 영남권에서 타 정당들에 의석을 내줄 수 있기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물론 반대로 보면 도입하지 못 할 이유도 없고 불이익을 크게 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장 의원은 “솔직히 당내에 연동형을 하든 뭘 하든 간에. 수도권에서 이익 볼 지점이 있다. 우리가 35~40% 얻으면 그 득표율 정도의 서울경기 의석을 얻으면 TK(대구경북)에서 몇 석 손해보고 하는 것은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이해관계를 버려보면 따져봐도 우리가 100% 손해볼 것이냐(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개특위 논의 충분, 바로 개헌 논의할 시점

한국당은 분권형 개헌과 연동형을 동시에 논의한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5당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바로 개헌 논의에 들어간다고 돼 있다. 선후관계는 명확하다.

장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연동형을 구현할 수 있는 안은 다 나왔다. 뭐 보정, 준연동 등등 해가지고 그리고 의석수를 얼마나 뭐 지역구 의석을 줄일 것이냐 하나하고. 비례대표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연동형은 어느정도 선까지 줄 것이냐 딱 두 가지다. 그 다음에 정원은 300석 이상 못 늘린다는 것은 민주당과 우리 당이 같으니까. 그 두 가지만 조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당에서 안을 내놔라. 그러면 (새로 제출된) 그 안을 가지고 논의 구조를 더 복잡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미 나와있으니까 쭉 논의가 됐으면 내가 볼 때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함께 합의했던 권력구조 문제 개편 논의를 물꼬를 튀울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그렇다 그러면 동력이 확 생기지 않겠는가.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1월24일 열린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스타트 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본인이 제시하는 3가지 기준(의원정수 300석 유지·정수 감축을 위한 도농복합형 도입·민주당식 연동형 모델 중 택일)으로 정개특위에서 합의를 이뤄내면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총에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장 의원은 “그 안은 김종민(정개특위 민주당 간사) 안 장제원 안 다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그 중에 셀렉팅(선택)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셀렉팅하는 그 시간보다 권력구조 문제에서 내각제, 총리선출제, 총리협의제 여러 제도가 있을 수 있다. 권력을 분점하는 데 있어서. 이 논의가 더 오래 걸리지 않겠는가. 감사원 문제도 있을 것이고, 예산권 문제도 있을 것이고, 법안 발의권을 제외한다고 해도. 지난번에 헌법개정특위에서 정부에서 법안 발의권을 제한한다는 것. 그 다음에 예산 제출권 제한한다는 것. 감사원 문제 다 논의됐다. 이런 거 하나 하나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여당은 대통령이 또 허락을 해야 하는 문제고. 그렇기 때문에 이 논의가 오히려 더 늦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거를 선거제도 문제가 오히려 더 쉬울 수가 있는 것”이라며 바로 개헌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이 개헌 물꼬를 터라

사실 4당은 한국당에게 자체 모델을 당론으로 확정해서 발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장 의원은 “민주당 책임있는 지도부가 권력 구조 문제를 아주 실효성있게 논의하겠다는 물꼬를 틔워주면 이 정국 자체가 굉장히 그 논의로 빨려들 것”이라며 “권력구조 문제와 선거제도 문제가 함께 물려간다면. 그래서 오히려 그렇게 동력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이 논의 자체가 동력이 있겠는가. 권력구조 문제가 실제로 이해찬 대표나 이런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세게 논의에 참여를 해주면 된다”고 요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종민 의원에 대해 장 의원은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은 작년 개헌 정국에서 대통령제를 고수했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분권형 개헌에 응할 리가 없다.

장 의원은 “청와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나 정무수석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대통령제를 바꿀 생각이 없는 거다. 근본적으로 신뢰를 못 하는 것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우리 모 누구 찾아와가지고 그건(분권형 개헌) 말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받아들여줄 한계가 아니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김종민이나 일부 민주당 중진들은 해보자는 거거든. 그거는 정치권의 중진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걸 못 믿는 거다. 대통령의 얘기가 제일 중요한데 민주당이라는 게 대통령 후 불면 넘어가는데”라고 밝혔다. 

깊은 불신

정당들 간에 불신이 심각하다. 거대 양당은 물론이고 3당도 마찬가지다.

장 의원은 “(분권형 개헌 논의에 들어가면 연동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얘기한 게 아니고 어차피 상호적인 것이다. 우리가 만약에 선거구제 개편만 합의를 해주면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그걸 민주당을 어떻게 믿겠냐는 거다. 민주당도 우리가 권력구조 문제 개편 먼저 들어가면 선거구제 안 해주면 어떡하느냐 우리한테 의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 동시에 물꼬를 튀어서 가자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솔직히 민주당을 제외하고 3당의 입장을 이해하는 게 지금 패스트트랙에 안 태우면 또 이것은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게) 이해가 되더라고. 우리는 권력구조 문제 내놓으면 이거(연동형) 해준다니까 이러고 있는데 근데 얘네는 한국당 얘네들 하는 거 보면 그거 사기지. 우리도 민주당 사기친다고 생각한다. 현행 대통령 인기가 50%이고 다음 대권을 먹을 확률이 높은데 내려놓겠어? 쟤네들 이거 다 사기야. 지금 패스트트랙 태울려고 저러는 거야. 이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풀어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거듭 “결국 3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당을 못 믿는 거다. 얼마나 뒤통수의 달인들이야. 약속을 안 지키잖아 이 사람들은. 나중에 되면 깨고. 서로 신뢰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계속적으로 신뢰를 주는 거고. 좀 물꼬를 터달라 나 믿고. 간사들끼리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의외로 장 의원은 “김종민 의원을 내가 많이 이해했고, 김성식(정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 선배는 원래 친했고, 심상정 의원(정개특위 위원장)은 아직까지 못 믿겠지만 그래도 믿을라고 우리가 지금까지 밥을 몇 번 먹었어. 많이 먹고. 난 김종민의 진정성을 요즘 믿을라고 그래. 이러면 안 되는데. 그 사람은 욕은 먹더라도 할라고 하더라고. 이해관계를 떠나서. 그래서 김종민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있고. 이 틀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 여러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뭔가 해보기 위해 논의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의 룰’을 패스트트랙에 태운다고?

한국당이 선거제도 당론을 내놔라, 민주당이 분권형 개헌에 나서달라고 상호 요구하고 있지만 결국 패스트트랙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낸다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 정치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 아무리 그렇지만 이거는 게임의 룰이다. 지금까지 게임의 룰을 그 제1야당을 제외하고 한 적 있는가? 권위주의 시절에 했다”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의원은 한국당 내부에서 욕을 먹고 외부에서도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4당이 한국당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무슨 결단을 내릴까? 민주당이 결단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우리가 무슨 결단을 내릴까? 무조건 연동형을 해주겠다? 지금 완전히 국회가 올스톱 돼 있었다. 민주당이 권력형 의혹들이 터져나온 것 아닌가. 그래서 국회 정상화된지 이틀 됐다. 다음주까지 가부간을 내놔라?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걸 선거제도 문제를 이렇게까지 왜 밀어붙이는가. 밀어붙이는 것은 딱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자기네들 21대 총선에 연동형이 몇 퍼센트 구현될지 모르겠지만 연동형이 구현되는 순간 가장 정치적 이익을 보는 집단들이다. 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일방적으로 개혁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가?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한국당일 수 있는 거다. 그게 어떻게 개현인가? 한국당을 죽이는 게 개혁인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다음에 민주당은 급한 거다. 대통령이 하자고 하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부터 시작해서 이거 지금 패스트트랙 태우고 싶은 것 아닌가?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가는 게 정략이다. 3분의 1의 의원들이 (동의를 안 하는데) 그 게임의 룰을 갖다가 패스트트랙 태우는 것은 이해관계의 조합 아닌가. 이게 개혁이라고 포장할 수 있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장 의원은 “이 선거제도 개편 문제도 하나의 정치 개혁의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그래서 이 논의의 구조의 틀을 꼭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늘 대화하고 내 뜻을 전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도 계속 내가 소통을 하고 있고”라며 협상 테이블을 열어놨었는데 그 직후 민주당의 패스트트랙이 공식화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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