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술은 본래 귀한 음식이었고 고급 음식이었다. 옛날엔 그만큼 술이 흔치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가에서 관리하며 통제를 했다. 집에서 담가내는 가용주(家用酒)도 비밀리에 살금살금 만들어 누구든 남이 볼세라 쉬쉬하며 감춰두고 슬쩍슬쩍 먹었었다.

초근목피(草根木皮)가 주식이라 했을 만큼 곤궁했던 옛날, 식량수급이 열악하고 곡물생산량이 저조했던 옛 시절엔 쌀로 술을 빚어먹는다는 건 일종의 사치였다. 당시엔 찹쌀동동주야 두말이 필요 없는 최고급 술이었다.

특히나 글을 읽고 쓰며 풍류를 일삼던 양반가의 선비학자들에겐 교우와 교류에 없어서는 안 될 고귀한 음식이 찹쌀동동주이었다. 주선(酒仙)이란 말이 성행하게 된 계기가 당시의 술을 즐기는 음주문화에서 비롯됐다. 선비학자들의 풍류엔 언제나 술이 빠지질 않았었다.

그만큼 덕망 있는 학자선비들이 술을 마시며 즐기는 음주문화가 절제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술을 귀하게 다뤘던 것이다. 건전하고 건강하게 신사적이며 생산적이었던 술 문화가 시작돼 오늘날에 이르면서 요란스런 음주문화로 변질된 게 아닌가 싶다.

  술에 관한 문화를 되돌아보면 우리 현대인들은 옛날 선비 주선(酒仙)들의 건전한 음주문화에 대한 정도(精度)를 거슬리고 있다. 요즘의 음주문화는 광기와 광란을 불러들이는 요물이 됐다. 술을 마셔대고 술에 취해 싸움을 하고 폭행난동 질을 하며 실수를 하고서도 술에서 깨고 나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랬다는 식으로 사과하기 일쑤였다.

술을 먹어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했다고 그냥 받아주며 넘어가곤 해 온 현실이다. 법적판결 시에도 종종 그런 사례들이 있었다. 술은 술의 기운에 의해 폭력을 행사했던 고의 아닌 실수를 저질렀던 간에 자기의 잘못된 행실을 술로 핑계 대며 관용을 바라는 수단이었고 방편이었다.

이런 식으로 음주문화가 거꾸로 진화한 것이다. 옛 선비들의 음주문화가 비뚤어지게 잘못 전파된 것이다. 음주운전 역시 죄악의 행위이며 몹쓸 행각으로 건전한 음주문화에 역행(逆行)이 되어버렸고 악행으로 변한 것이다.

  여론과 원성에 밀려 마침내 윤창호법이 제정 시행됐다. 그간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나? 현대인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고쳐보자고 강화한 게 윤창호법인데 그 법안을 입안발의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현직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큰 망신을 당하질 않았던가.

심각하다. 율사출신이 머리가 모자라진 않았을 것이다. 머리가 돌지 않았다면 자만이며 착각이라 여겨진다. 더구나 그는 법을 전문으로 한 법사출신이다. 술을 마시고 자동차핸들을 잡는다는 것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지키기 쉽고도 간단하며 행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사안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 그런 범법사례들이 시도 때도 없이 끊임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걸까? 그간 법의 잣대도 느슨했었지만 술을 마시고 술을 즐기는 음주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인지의 결과이리라. 술을 자기가 맘껏 실컷 마셨다면 그렇게 즐겁고 흥겹던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고 행실을 제대로 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 잔머리를 돌리다가 잔꾀에 빠졌다.         

  결국 그간에 행해온 음주의 잘못된 버릇과 관행으로 여겨왔던 그릇된 음주문화의 인식이   건전하고 건강한 사고력(思考力)을 가로 막았고 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의 실책이다. 버릇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손과 발은 물론 언행에 이르기까지 인간 전체를 치명적인 인식오류에 빠지게 하게 한다.

잘못된 음주문화는 사람에게 있어서 병이 되고 폐가 된다. 술의 종류도 가지가지 수십 수백 종이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막걸리든 고관대작들이 즐겨 마시는 최고급 술이든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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