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평양 기자회견
김정은 위원장 심경 변화 전달
비건과 볼턴 전면 압박
볼턴과 폼페이오 탓
강경 메시지는 최선희
일괄타결 시나리오가 꼭 나쁘지 않을 수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27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간 상호 비난을 자제해왔지만 끝내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이 기존의 동시 단계적 방식을 인정했던 것과 달리 일괄 타결(All in one)을 압박하자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고 핵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오전 평양에서 외신과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 짧은 기간 안에 (시험 재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위와 같은 소식은 우리 시간으로 정오 즈음 러시아 타스통신에 의해 타전됐다. 

이번에도 북미 관계에서의 악역은 최선희 부상이 맡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 부상은 △비핵화 협상 중단 △핵 미사일 시험 재개 등 2가지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북한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그 배경을 두고 미국의 무리한 요구와 강도같은 태도(gangster like)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부상은 “(2월28일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경을 대신 전달했는데 “미국의 기이한(eccentric) 협상 태도에 곤혹스러워했다. (하노이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라고 말했다”고 발언했다.

그럼에도 “두 최고 지도자(북미 정상)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며 “미국(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다른 설명을 내놓는지 그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다. 우리는 전체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전면에 등장해서 일괄 타결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지속됐었다. 폼페이오 장관도 그렇고 협상 재개의 시그널을 넌지시 던지기도 했지만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일괄 타결로 결론을 맺었다.

볼턴 보좌관은 강경파로 원래 그렇다고 치더라도 협상파인 비건 대표까지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무기, WMD(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를 원한다.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은 북한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 있다. 

최 부상은 “미국은 그들 스스로의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느라 바빴지 결과를 내기 위한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번에 황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도같은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번에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는 매우 다른 계산을 갖고 있음을 매우 분명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물론 일괄 타결 시나리오가 꼭 부정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비핵화의 의지가 불분명할 때 썼던 완전한 비핵화라는 이러한 빅딜 카드를 (미국이) 들고 나오면 북한 입장에서 완전히 무장 해제라는 건데. 그러면 (미국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꺼번에 하라는 그런 요구를 하려면 상응조치도 한꺼번에 줄 것인가”라며 “그러니까 수교도 하고 평화협정도 체결하고 (경제 제재도 완전 다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북한이) 핵시설, 핵물질 그 다음에 핵폭탄과 핵무기 실어 나르는 2라운드 수단 미사일 등(을 다 일괄 폐기하면). 미국이 그걸(제재 완화와 수교 등) 해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북한한테 그런 완전한 비핵화와 일괄 타결을 요구하려면 상응조치도 일괄해서 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향후 추가 3차) 회담이 나오는데”라고 전망했다.

최 부상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향후 액션 플랜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2차 북미 회담 이후 북한도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정상국가로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와대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고 기존 중재 역할에 힘쓰기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고 한정우 부대변인은 “최 부상의 발언만으로는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최 부상은 미국에 보내는 강경한 메시지 전달자의 역할을 해왔다.

최 부상은 작년 5월24일 1차 북미 회담 직전 담화문을 내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압박성 발언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표현이 거칠었다. 

최 부상은 “핵 보유국인 우리를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봐도 (펜스 부통령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 엄연한 현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 하고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가게 된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 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 했고 상상도 하지 못 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24일 서한을 통해 급 회담 취소 통보를 했고 최 부상의 비난을 사유로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은 원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만만치 않은 협상가라 강대 강으로 치달았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뒤(5월26일) 김 위원장과 깜짝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고 1차 북미 회담은 계획대로 열릴 수 있었다.

결국 키는 문 대통령이 쥐게 됐는데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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