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차원의 분식회계 개입 
검찰은 이미 증거 확보해서 영장 발부받아
이재용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에도 영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문재인 정부 내내 대접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죄 재판 3심을 남겨 놓고 있지만 정부 공식 행사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을 옥죄어 가고 있다. 

검찰이 지난 14일 삼성물산 본사와 미래전략실(미전실) 관계자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감찰 결과에 따라 삼성 바이오로직스(삼바)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편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검찰이 점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검찰 수사는 분식회계 과정에서 삼성 총수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 측은 2015년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의 콜옵션(미래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회계 방식을 바꿨을 뿐이지 분식회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전실은 명실상부 삼성의 컨트롤타워다. 검찰은 작년 12월 삼바의 회계를 맡았던 회계법인 4곳(삼정·안진·삼일·한영)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는데 미전실 차원의 합병 개입 단서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법원의 영장을 추가적으로 발부받은 것도 검찰이 미전실의 커넥션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최근 사법농단에 대한 대거 기소를 완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수부 인력에 여유가 생겼는데 이제 삼바 수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단순히 보면 삼성 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한 회계 부정이지만 <①삼바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제일모직 →②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이 부회장 →③삼바 가치 뻥튀기 →④삼바의 증권 상장 부정 의혹 →⑤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율 높이기>로 이어진다.

일종의 가정이지만 이 부회장이 세금을 안 내고 삼성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불법 뇌물성 승마 지원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 하기 위해 용인 에버랜드 땅값 부풀리기 △제일모직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바의 가치 뻥튀기 등을 자행했는데 모든 것의 독점 수혜자는 이 부회장으로 의심된다. 
 
검찰이 이번에 삼바 회계 부정과 이 부회장의 승계 사이에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보건복지부·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특혜 제공 △뇌물관계 등이 명확해져 향후 이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이 2016년 2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바이오 신산업 분야 회사인 삼성 바이오의 상장 관련 환경규제 완화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공소장)”면서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 CCTV 영상이나 녹취가 있지 않은 이상 직접 증거는 없고 오직 만남 직전 직후 상황 변화에 따른 묵시적 청탁 여부로 재판 결과가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  

일반 뇌물죄는 공무원과 청탁인 사이에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혐의가 성립되지만 이 부회장에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구성요건상 청탁 여부가 입증돼야 한다. 

이 부회장은 아직 대법원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를테면 한국 거래소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직후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서 적자 기업에 대한 상장의 길을 열어줬고 △2016년 3월에는 개정에 따른 상장 기준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직후 타이밍상 이례적인 공적 조치들이 이뤄진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데 검찰이 상당한 연결고리를 발견한다면 대법원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14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아마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고 아마 그걸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수사의 핵심은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관련된 점이고 분식회계가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느냐를 밝히는 것이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는 미전실에서 주도한 일이기 때문에 이번 수사 과정에서 미전실의 김종중 전략팀 사장을 포함해서 미전실 임원들의 관여 여부를 입증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이 여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마 검찰의 최종 수사 목적이 아닐까 싶다. 2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서 무혐의를 했던 것 중의 하나가 경영 승계 현안은 없었고 청탁은 없었다는는 것이다. 이게 분식회계 문제가 입증되면 경영 승계 현안이 있었던 것이고 분식회계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묵인되고 또 삼바가 특혜 상장 시비가 있듯이 상장 과정에서의 청탁이 있었다고 확인되면 이 부회장에 무죄(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중요한 논거가 무너지기 때문에 3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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