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지역구 축소 감내
민주당의 속내
헌법재판소 선거구 인구 격차
바른미래당 내분
민주평화당은 교통정리 완료
패스트트랙 이후 추가 협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어쨌든 민주평화당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호남 기반의 정당임에도 지역구 축소를 감내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전선이 회의적으로 비춰지자 평화당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로 해소가 된 것이다. 평화당은 올렸다 끝! 했으니까 우리를 뭐 더 이상 그렇게 가져갈 수 없다. 깔끔하게 정리를 잘 했다. 물론 우리 당에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부터 비협조적으로 연동형도 싫어하던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에 드러났다가 그래도 어쨌든 다행히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가 (비교섭단체) 연설을 하고 해서 잘 무마를 했다. 잠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타사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타사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평화당의 뼈아픈 심정을 담아서 논평을 냈다. 일단 지역구 축소를 상정하는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빨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시키되 추후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비수도권 지역구 축소 최소화를 위해 다시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역구를 축소했을 때 흔히 거론되는) 영남 8개 호남 7개 이게 말이 되는가? 영남 인구(약 1300만명)가 호남(약 550만명)의 두 배다. 그것도 말이 안 되고 전체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균형발전이나 그런 낙후된 곳에 대한 신경을 너무 안 쓴 것 같다”며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우리한테 따로 와가지고 설득할 때 그렇게 하자. 예를 들면 호남에서 3석 영남에서 5석 이렇게 하고 그 빈 것들을 경기도에서 줄여라. 그렇게 원내대표 간에 합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까지 얘기했다. 이게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박 수석대변인은 재차 “지역구 축소에 관해서 (우리가) 매일 얘기할텐데. 왜냐면 이제 연동형이 되는 순간 인구 편차라는 건 원래 의미의 2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연동형으로 비례성과 등가성이 확보됐는데 그 지역구에서 엄격하게 할 필요가 없다. 행정 구역을 좀 더 고려하면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좀 더 고려하고 어차피 지금 편차가 있는 건데 그거를 적어도 연동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 너무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이 걱정하는 것은 이런 거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선거구 인구 편차가 3대 1을 넘으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예컨대 총선이나 대선에서 서울시 관악구민의 1표(25만분의 1)와 전라남도 담양군민(18만분의 1/담양·함평·영광·장성)의 1표가 갖는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표의 등가성에 편차가 너무 벌어지면 안 된다는 것인데 갈수록 도심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도농 격차를 단순히 인구수로만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면 지방의 여러 군들을 7개 이상 붙여서 한 선거구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박 수석대변인은 연동형이 도입되어 지역구에 준 표가 죽은 표가 되는 현상이 예방되고 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성이 강화되면 헌재의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호남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리가 있다. 

4당의 협상 과정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심 위원장이 그걸(민주당의 준연동과 권역별 고수) 좋아서 했다기 보다는 합의를 어떻게든 만들어내기 위해서 불가피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권역별이라는 그 카드를 줘가지고 이렇게 복잡한 안이 나오게 됐다”면서 민주당의 속내를 추정했다.

즉 “(민주당이 권역별 정당 득표율로 의석수를 할당하게 되면) 원래는 전국적으로 (어디든) 휩쓸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국적으로는 좀 아니고 (전국 정당 득표율로 의석수를 할당하고 권역별로 배분하면) 여전히 영남에서의 권역별 효용성이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러니까 뭐 나는 민주당이 너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권역별 카드 오더주고,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와 검경(검경수사권조정법) 오더주고.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보이고 심 위원장이 불가피하게 그렇게 협상하게 된 측면이 한 80%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고 말했다.

현행은 지역구 253석 대 비례대표 47석인데 4당의 합의문은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으로 됐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정안과 함께 개혁 입법 2가지(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입장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어쨌든 우리는 대의명분을 위해 (지역구 축소를 수용하기로) 결단을 한 것이다. 이제 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이 서로 양보를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개혁 법안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민주당은 내 방안을 받아야 되는 거다. 그렇게 해서 가면 서로 깔끔하고 좋고 문제가 안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바른미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 관련 입법 내용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들어가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전선에서 이탈하기로 결론내렸다.

공수처는 △영장청구와 수사 가능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은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3명) 외 국회 추천위원을 4명으로 하고 여당 1명과 타 교섭단체에 3명 할당 △공수처장 인선은 추천위 5분의 3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함 등이고, 검경수사권조정은 △피신조서(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불인정이다.

하지만 8인(정병국·지상욱·하태경·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운천)의 바른정당 출신과 이언주·김중로 국민의당 출신 등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자체에 반감이 여전하다.

오히려 박 수석대변인은 바른미래당 내 반대 움직임을 협상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차원으로 “바른미래당이 버텨가지고 (민주당에) 일단 선거제도만이라도 빨리 올려놓자라고 하는 것이다. 공수처나 검경이나 5.18 이런 거는 추가로 해서 다시 합의를 하자. 그 과정에서 지역구 축소 문제 플러스해서 선거제도 안을 추가 합의하는 그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바른미래당은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을 설득해야지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박 수석대변인은 “바른미래당에 있는 바른정당 출신들을 공격(압박)해서 그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떨어져나가거나 아니면 이쪽에 동의하거나 떨어져나가거나 양 선택 중에 하나를 하도록 하면 어떨까”라며 “바른미래당이 바른정당 출신들에게 손학규 대표의 단식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냐. 과연 정체성이 맞느냐 이러면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꼭 이번 패스트트랙만이 아니라 바른미래당 내 두 세력이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과 특별재판부 설치법 등 사안마다 도저히 중론을 모으지 못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박 수석대변인의 가정법이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바른정당 출신들이 한국당으로 복당하면 나머지 국민의당 출신들은 평화당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박 수석대변인의 개인 바람도 담겨 있다.

결론적으로 박 수석대변인은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은 합의를 위한 안이다. 이게 뭐 최종이 아니라 언제든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좀 설득을 한 것이다. 이게 최종안이어서 바로 올라가서 통과라고 하면 난리난다. 근데 일단 그게 아니고 시간적인 것 때문에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걸로 했다”면서 향후 추가 협상의 필요성을 재차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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