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의 공수처 기싸움
민주당 양보론
바른미래당 양보론
협상의 여지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열차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인해 멈춰 있다. 현재 4당은 3가지(준연동 선거제도 개정안+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를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 위해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자체에 회의적인 당내 의원들 12인(정병국·지상욱·하태경·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운천·박주선·이언주·권은희·김중로)의 반발을 봉합하기 위해 잠정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①공수처에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만 주고 기소권 배제 
②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은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3명) 외 국회 추천위원 몫 4명(여당 1명+타 교섭단체 3명)으로 하고 공수처장 인선은 추천위 5분의 3 이상의 동의 의무화 
③검경수사권 조정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불인정

위 3가지를 민주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게 받아들여지면 12인이 패스트트랙 자체를 못마땅해 하더라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

패스트트랙 자체에 가장 부정적인 지상욱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 자체에 가장 부정적인 지상욱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26일 방송된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론으로 이미 공수처법에 대한 입장이 정리됐다. 또 검경수사권 분리하는 부분에도 당의 입장이 정리됐다. 우리 당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은 함께할 수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이제 여당이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27일 14시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어떻게 바꿀 것인가? 선거의 비례성과 국회의 대표성>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당의 안이 더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른미래당이 지나친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서는 민주당의 양보만이 개혁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참여정부 당시의 안대로 공수처장에게 재정 신청권을 주는 선에서 4당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갖게 될 경우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참여정부 당시의 공수처 안은 공수처가 수사하여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고 다만 공수처장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 신청 권한을 갖도록 만들어졌던 것도 이같은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양보를 주문했다.

실제 공수처 모델로 평가받는 홍콩의 ‘염정공서’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도 수사권만 갖고 있지만 강력한 부패 방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천정배 의원은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 소속인 장진영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로 입장에서 양보를 하고 합의를 찾아가고 하는 거지 그렇게 뭐 원하는대로 다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되는 쪽으로 가야한다. 나는 민주당이 받을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했는데 그렇게 하면 제일 좋지만 민주당의 뜻이 그러하니까 반이라도 좋으니 50%로 가는 것 아닌가. 그럼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 다 있으면 좋지만 아니 그래도 수사권만이라도 갖고 출발하는 게 그나마 없는 것보다 낫다. 이렇게 절충해서 가야하지 않겠는가. 기소권없는 공수처라도 있는 게 낫다. 공수처장을 야당 추천으로 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다. 특검도 그렇게 하지 않는가. 우리 입장에서는 (12인의 압박이 있으니 공수처 내용에 대한 요구사항이) 그게 파이널이다. 더 이상 타협안이 없다. 아니면 결렬이다. (12인은) 이렇게라도 관철되면 맘에 안 들더라도 양보를 한다”고 정리했다.

핵심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줄 수 있느냐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24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합한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나뿐만 아니라 유승민·안철수 두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물론 개별 의원들 간에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고 또 바뀔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승민·안철수 두 대표가 통합한 당에서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지 그 맥락은 설명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7년 조기 대선에서 안철수·유승민 두 후보는 기소권이 부여된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유승민 의원은 기소권있는 공수처를 공약했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의당 입장에서 어떻게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5일 방송된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검찰 기소권을 다시 공수처가 보완하는 이런 방식의 타협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두 당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한 번 만들어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이 요구하는 핵심 2가지(①②)를 분리해서 민주당과 협상하면 될 것 같다. 나도 ①은 민주당이 약간 좀 뒤로 못 물러설 문제라 그건 민주당이 가져가고 대신 ②은 바른미래당이 가져가면 될 것 같다”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어 “바른미래당도 하나 정도는 양보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①은 공수처법의 원래 취지를 잃게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은 ①으로 기소권을 통과시킬 이유가 아무 것도 없다. 민주당도 국민 지지율이 떨어지고 하는 일이 없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인데 그 취지가 무색해지게 만드는 카드를 꺼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 민주당 지도부가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민주당 분위기는 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긴 하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살다보니 별소리를 다 들어본다.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빼라니! 검찰 적폐 청산하자고 공수처 만들자는데 검찰 산하에 공직비리 수사연구소를 만들자는 말씀? 국회에서 입법권 빼라거나 법원에서 사법권 빼라는 말처럼 들리는 건 나만 그런가?”라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5일 방송된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바른미래당에서 기소권을 뺀 공수처를 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기소권을 뺀 공수처는 공수처가 아니다. 이것은 공수처가 아니라 고위공직자비리경찰수사대다. 이미 약간 권한이 강화된 경찰 수사팀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국민 뜻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기소권을 검찰이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검찰이 모든 문제를 핸들링하기 때문에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하는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기소 독점권을 검찰이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결국 경찰이 (그렇게 되듯이 공수처가) 수사 열심히 하는데 해봤자 올리면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서 재수사를 하게 되는 거다. 저희도 여러 차례 설명했고 홍영표 원내대표께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협의 중에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현명한 선택과 합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당론은 확고하지만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27일 15시4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①을 수용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공식적으로 없다. 공식적으로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데 조금 지켜봐도 될 것 같다. 우선 기소권 부분이 풀려야 그 뒤에 뭔가 서로 주고 받고 할 수 있다. 근데 이제 조금 청문회가 지나면 아무래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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