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기 유리한 방식의 단일화 고수
불리한 쪽의 비난
서로 유리한 명분만 내세워
진보 2대 보수 2 구도
정의당과 민중당의 해묵은 역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막판에 어떤 정치적 결단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오히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창원시민들이 최종적인 진보 단일화를 모아주는 방식 이것만 남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8일 정오 국회의사당 근처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1차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먼저 시작했던 데는 민중당인데 그러나 방식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 했다”고 밝혔다.

창원 성산 선거에 올인했던 이정미 대표가 서울로 오랜만에 올라와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4.3 창원 성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진보 2대 보수 2로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진보는 △여영국 정의당 후보 △손석형 민중당 후보, 보수는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다. 물론 진순정 대한애국당 후보와 김종서 무소속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0% 대라서 전혀 판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하고 있다.

당초 바른미래당 내에서 정권 심판을 위해 한국당에 갈 표를 분산시키지 말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창원 토박이 이 후보와 지도부는 출마를 결단했다. 보수 전사로 불리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손학규 대표의 결정에 대해 “찌질하다” “벽창호”라고 비난해서 논란이 일었는데 보수 표심의 분산 때문에 과하게 자당 대표를 공격한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된 이상 보수 단일화는 진작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권민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일 여 후보와 단일화했고 현재 지역의 집권 여당 지지표는 정의당이 흡수했다. 단일화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자 구도일 때는 여 후보가 강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밀리고 있었지만 4자 구도로 압축되자 여 후보가 강 후보를 가뿐히 앞서기 시작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3월25일~26일 창원 성산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22.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여영국 41.3%·강기윤 28.5%·이재환 5.3%·손석형 4.6%·김종서 0.9%·진순정 0.6%·모름 14.5%·없음 4.2%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민중당과 정의당의 감정 싸움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1석(윤종오 전 의원)을 잃고 원내 1석(김종훈 의원)이 된 민중당 입장에서 진보 강세인 창원 재보궐 선거를 절대 놓칠 수 없다. 故 노회찬 의원의 빈자리로 민주평화당과의 공동 교섭단체가 무너진 정의당 역시 여러모로 기필코 수성해야 한다.

그래서 두 정당이 자기 후보로 진보 단일화를 쟁취하기 위해 각각 셈법과 명분을 내세우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2004년부터 케케묵은 진보진영 내 NL파(민족해방)와 PD파(민중민주)의 노선 갈등으로 인한 감정적 앙금은 상수로 남아있긴 하다(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민중당).

진보 단일화 방식에 관해 정의당은 모든 창원시민들의 표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100% 일반 여론조사를 주장했었고, 민중당은 노동자의 도시인 창원이기 때문에 △100%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투표를 주장했었다. 

여기서 정의당은 △50% 여론조사+50% 민주노총 투표로 양보했고, 민중당도 △50% 민주노총 투표+50% 선거인단 투표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일단 민중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크게 이런 거다.

①노 의원이 2016년 총선에서 노동자의 도시 창원에서 민주노총 단일화 방식을 수용했다.
②그때 당시에도 출마를 준비했던 손 후보는 노 의원과의 단일화 패배를 인정하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③노 의원은 선 진보 단일화 후 민주당(허성무)과의 단일화를 했다.
④현재 정의당은 그 순서를 어기고 진보 단일화를 하지도 않고 민주당과 먼저 단일화를 했다.
⑤그때는 다 야권이었지만 지금 민주당은 집권 여당인데다 여러 노동 역행 정책을 일삼았는데도 정의당이 단일화에 임했다.
⑥2012년 총선 때 손 후보와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가 동시에 출마해서 강 후보(새누리당)와 2대 1 구도를 형성해서 진보가 패배했는데 그 당시 김창근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인사가 여 후보였다. 그래서 여 후보에게 명분이 없다.

다만 민중당이 처한 현실은 이런 거다.

⑦여 후보가 손 후보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훨씬 높다.
⑧정의당에 대한 전국적인 대중 호감도와 인지도 면에서 민중당은 상대가 안 된다.
⑨2012년 총선에서는 손 후보가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민주통합당(변철호)과 선 단일화를 한 선례가 있다. 
⑩결국 이번에는 민중당의 대중 인지도로 정의당을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돌파구로 민주노총 100% 단일화 경선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고 과거 여러 선거에서 다양한 진보 단일화의 방식들을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의당의 명분과 관련 이 대표는 “이게 창원시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에서만 뽑은 후보를 가지고 시민의 대표성을 밀기에는 너무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며 “우리가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진보 정당이라 하더라도 민주노총 바깥에 있는 분들의 참여 문제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를 주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노총만으로 가려놓고 경선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결국 (민중당과의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이 안 찾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와중에 민주당이 3당 단일화 원샷을 제안했다. 창원시민 전체의 요구는 민중당과 정의당 어떻게 할래? 민주당과 정의당 어떻게 할래가 아니라 그 결과가 이길 수 있는 단일화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결국 목표는 단일화가 아니라 이기느냐가 목표이기 때문에 결국 민중당과 단일화를 하더라도 민주당과의 단일화라는 산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거를 민주당이 3자 원샷으로 요구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수용하겠다. 근데 민중당은 그것도 못 받겠다. 이렇게 돼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불가피하게 민중당과의 단일화 협상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있는 그대로 보면 여 후보가 과거 노 의원만큼 스타 정치인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민중당(2016년에는 NL 당권파만 남은 통합진보당)의 노동계 조직력에 비해 불리한 현실을 뛰어넘을 만큼 압도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주노총 총투표 단일화 방식을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표는 “시간은 점점 가고 있고 벌써 공보물 인쇄가 들어가 있던 상황이어서 그럼 민주당과 먼저 단일화를 하겠다고 해서 결정이 된 것이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그 끈을 놓지 않고 민중당과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그 폭을 열어놓고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25일 기준으로 4.3 선거까지 10일이 채 안 남았고 더 이상 전화 투표 방식의 단일화 모델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러자 민중당은 몇몇 진보 시민사회의 지지선언(한국진보연대 등)을 부각하면서 여 후보의 포기를 촉구하고 정의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여 후보와 손 후보의 캠프를 비롯 두 당의 대변인들이 내놓는 코멘트를 보면 표현의 수위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여영국·손석형·강기윤·이재환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대표는 “근데 아시다시피 1주일 밖에 안 남았다. 투표 용지 인쇄가 다 들어갔다. 그러면 여론조사를 하려고 해도 열흘이 필요하다. 안심 번호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지금은 그런 경선 방식으로 단일화가 추진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민중당도 그걸 너무나 잘 알지 않겠는가. 손 후보가 며칠 전에 KBS 토론회에서 단일화 방식으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양보를 해라. 이런 요구를 했다. 포기를 하라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정리했다.

결국 4자 구도로 가게 될텐데 진보 2대 보수 1이라면 모를까 양 진영에서 똑같이 표가 분산될 2대 2 구도이기 때문에 여 후보의 대세론에 힘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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