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패스트트랙의 핵심으로 떠올라
심상정이 던진 중재안 2개
과연 중재안 수용될 수 있을까
사실 의원들 공수처 진지하게 논의 안 했을 듯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3년 유예기간 OK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중재안 2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과연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멈춰있는 선거제도 개혁의 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8일 정오 국회의사당 주변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미 심 위원장이 중재안을 내놓았다”며 “원래 공수처 기소권과 수사권 문제는 쟁점이 되지 않는 문제였다. (2017년) 대선 당시 유승민 대표(바른정당)부터 시작해서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모든 당의 대선 주자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를 공약했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가 오찬 간담회에서 심상정 위원장의 공수처 중재안 2개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이게 정치적으로 얽히고 설키다보니 이 문제가 쟁점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심 위원장의 중재안 2가지를 소개했다.

①공수처에 일반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되 검찰이 공수처의 기소 의견을 거부하면 공수처로 다시 사건을 가져올 수 있도록 보완 장치 마련 
②여권이 공수처장에 대한 칼자루를 쥔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수처가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갖는 모델을 통과시키되 3년 유예기간을 두도록 함

일단 공수처가 왜 쟁점이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2월 중순 5당 지도부의 방미 일정 직후 선거제도 개혁의 열차가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지도 6주가 지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릴 선거제도 단일안(3월17일)을 발표했지만 공수처가 복병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승자독식인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해야 가장 이익이라는 셈법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당초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요구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이고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 의석수로 확보해주는 4당 합의안(전국 준연동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는 없고 뭔가 얻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려면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9개(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검찰청법·국가정보원법·공정거래법·국민권익위원회설치법·행정심판법·패스트트랙단축국회법·국민투표법)를 제시했다가 2개(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로 줄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위원장은 공수처에 대한 중재안 2개를 제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핵심은 공수처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자체에 회의적인 당내 의원들 12인(정병국·지상욱·하태경·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운천·박주선·이언주·권은희·김중로)의 반발을 봉합하기 위해 잠정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③공수처에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만 주고 기소권 배제 
④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은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3명) 외 국회 추천위원 몫 4명(여당 1명+타 교섭단체 3명)으로 하고 공수처장 인선은 추천위 5분의 3 이상의 동의 의무화

위 2가지를 민주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게 받아들여지면 12인이 패스트트랙 자체를 못마땅해 하더라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
 
이 대표는 “사실 이 문제는 어떤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이미 뛰어넘었다”며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80% 넘는 국민 여론이 찬성하고 있다. 이것을 의제로 올려놓고 합의점만 찾아나가면 되는데 이걸 합의를 못 해서 패스트트랙이 무산돼 버린다면 사실 그 책임은 집권 정당 또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 한 다른 당들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마지막 개혁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접점을 찾기 위해 오늘 이 시간 지금도 어디에선가 계속 협의를 하고 계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창원성산 보궐 선거 준비로 인해 정신없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직 두 당이 4가지 옵션으로 타협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뭔가 입장이 분명히 드러난 것도 아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③으로는 민주당이 도저히 안 받을 것 같은데 바른미래당이 ①을 받을 수는 없는지) 그런 걸 포함해서 협상 중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몰입하다가 지금 시점에서) 솔직히 공수처에 대해 고민을 누가 해봤겠나. 그니까 이거는 결국 지도부가 협상을 했고 그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내용적으로 웬만한 분들은 그것에 대해서 반대를 강하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사실 모든 의원들이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고서야 어떤 사안이 급부상했을 때 자체 견해를 형성하기 어려워서 보통 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따라가는 정당 내부의 사이클이 있다. 채 의원은 이런 지점을 풀어냈다.

이를테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뉘어 당론 결정하기가 어려운 바른미래당임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입장을 따르는 것은) 항상 그래왔고 솔직히. 누가 공수처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결국 의총에서 보고하고 이런 정도 수준에서 지도부가 많이 얻어낸 거다. 만족한다. 이렇게 하면 많은 의원들이 동의를 해서 (12인도) 받아들일 수 있고 또 논의과정에서 다른 잘 아는 의원들이 그건 너무 조금 받았다. 그건 받으나 마나다.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면 듣고 (다른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채이배 의원은 의총에서 의원들이 자기 상임위가 아닌 이상 자세히 알기 어렵다고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 나아가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들어가는 두 사람(오신환·권은희)이 가장 잘 아는 문제이고 보통 상임위에서 논의되는 법안에 대해 해당 의원이 얘기하면 다른 의원들은 그렇지라고 하지 누가 공부하고 와서 맞다 아니다 하겠는가. 예를 들어서 검찰 출신인 박주선 의원이나 이런 분들이 잘 알고 있으니 얘기하면 의견이 존중되고 그럴지 몰라도”라고 덧붙였다.

특히 채 의원은 “유승민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기소권과 수사권 포함한 공수처 공약을 한 것에서)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 새로운 입장을 만들어서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쉽지 않다고 본다. 우리 의원들 내에서 기소권까지 포기하면서 이걸 해야 되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을 거라고 본다. (①②으로 중재하려고 하면 민주당 내에 분위기가 어떨지) 복잡하고 안 할 것 같다”고 회의적으로 예상했다.

송기헌 의원도 (사진=박효영 기자)
송기헌 의원도 공수처의 기소권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법사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우리 입장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인데. 지도부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데 내 생각은 그렇다. (③이면) 사실상의 특별수사검찰을 하나 더 만드는 것밖에 안 돼서 얘기가 안 된다”면서도 “(①②은 어떻게 보는가) ② 같으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기소권있는 공수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법사위(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의견이 다 달라가지고. 당 지도부에서는 하나로 밀고 나갈 수 있는데 지도부가 정하면 다 따라는 가는데 개별적으로 의견을 물으면 다 다르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12인이) 선거법을 안 하려고 하는 건지 그런 생각도 들고. (12인이 패스트트랙 자체를 워낙 싫어하니까) 공수처나 이런 걸로 시비를 거는 것 같은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통크게 ③④을 받으면 12인의 반대 명분이 사라질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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