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며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속초·강릉·동해·인제 등에 일어난  대형 산불에 소방공무원 공중진화대 대원들은 연기로 뒤덮인 깊은 산골짜기를 헬기를 타고 내려가 밤새 불과 사투를 벌였다.

또 민가를 향해 내려오는 불길을 잡고 방어선을 구축하느라 그을음과 땀범벅으로 녹초가 되었다. 이렇게 소방대원들이 밤새 사투를 벌이며 주민들을 지켜낸 것과 관련하여 소방관 처우 개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부쩍 높아지면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청와대 국민청원 나흘 만인 8일 현재 2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산림청 소속의 특수진화대기 소방관들이 일당 10만 원에 계약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방 관련 법률을 개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오전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 국민청원, 국회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7일 논평을 통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틀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재 소방관 국가직으로 전환 관련 법안은 국회에 2년 넘게 계류되어 있다.   

문대통령, 소방공무원 국가직 공약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은 소방공무원법과 소방기본법, 지방공무원법,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 등으로 지난해 11월에도 ‘의결 정족수 미달’로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이번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각 당 내부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권에서도 “4월 국회에서 최우선 순위로 소방공무원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황교안 대표도 지난 5일 화재 현장을 찾은 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산불진화가 완료될 때까지만이라도 각 당이 정쟁을 멈추고 피해방지와 신속한 지원을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되어야 되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방관 예산이 모두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관의 대우나 복지는 물론 화재 진압 등의 현장에서의 소방관의 보호범위가 열악하다는 평가다. 

4월8일 14시50분 현재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캡쳐)
4월8일 14시50분 현재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캡쳐)

화재 진압 등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일반인 10배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화재 진압 등에서 기물을 파손했다가 소방관이 변제한 사례가 총 54건에 달했다. 또한 업무 특성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및 알코올 사용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10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8일 정문호 소방청장은 세종시 소방청장실에서 “소방청의 연구 결과 소방사무 중 40%는 국가적 성격을 띤다”며 “현대 재난은 그 피해가 일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데 큰 화재가 발생하면 전국 소방관서에서 차가 와 진압하는 경우도 많고, 강원도에서 산불이 나도 마찬가지”라며 “지역의 인구수나 면적만 가지고 소방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면 대형사고나 특수사고에서의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소방업무 1970년대 수준

특히 그는 “소방예산의 99%를 지자체에서 부담해 각 시도별로 화재·구조·구급 서비스에 차이가 발생하여 ‘골든타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라며 “현재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소방업무는 1970년대 수준으로, 그 당시의 소방은 불만 끄면 그만이었으나 지금은 화재 외에도 구조·구급업무로 확대됐고 생활안전업무에 산불 지원까지역할을 담당 하고 있어 그만큼의 재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선의 한 소방관은 “소방관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는 시‧도 소방본부의 소속이라 솔직히  전국적 상황의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더욱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사투에서 장비의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을 때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또 실제로도 방화복이나 장갑 등 장비를 사비로 준비하기도 한다. 하루빨리 국가직으로 전환되어 실질적인 복지, 지원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 라고 호소했다.

소방관 가족들 열악한 환경에 늘 맘 졸여... 국가직 전환 시급

또한 소방관의 한 가족은 “대형 사고나 크고 작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만 국민들이나 소방관들에 반짝 관심을 보였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이지만 소방관을 아버지, 남편, 자식으로 둔 가족들은 그 열악한 근무조건과 환경에 하루도 맘 조리지 않은 날이 없다.”며 “재난현장의 최 일선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 국민의 생명과 재산 지키는 소방관들이 국가직으로 전환하여 그에 맞는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강원 산불에 투입된 특수진화대원은 산림청 소속으로 2017년 처음으로 발족해 지역마다 10~20명씩 전국에서 330여명이 일하고 있다.

특히 정규직인 소방관과 달리 특수진화대원은 매년 1∼6월 6개월씩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다. 특수진화대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며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이번 강원도 산불 진화 작업엔 특수진화대원 88명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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