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수필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수필가

[중앙뉴스=이재인] 머언산 양지쪽에 할미꽃이 고개를 내밀면 산골짜기 계곡물소리가 속살거린다.

이 물소리가 들리면 들판이나 산기슭에 실낱같은 달래들이 부얼부얼 고갤 내민다. 이런 때는 떠난 임도 다시 온다는 속설이 있다. 겨우내 군둥내 나는 김치만 먹던 밥상에 달래간장이 오른다.

해묵은 진간장에 들기름 살짝 떨어뜨린 달래간장은 밥맛 잃은 나그네한테는 별미이다. 특히 고령 연령층에 속한 어른들은 이런 화창한 봄날 공부하기 싫어하는 손자에게 지청구를 해대곤 했다. 

"이 녀석! 공부하기 싫으면 들에 나가 달래나 캐오거라! 그게 보약인기라."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한 옛사람들한테는 달래가 봄날 특식에 약선 음식으로 으뜸이었다. 그러니 공부하기 싫은 손자 핑계로 달래를 캐오도록 하곤 했다.

봄철 입맛 떨어진 시골에서 달래를 잘게 썰어 넣곤 무채나물에 가루 김을 뿌린 다음 깨소금에 들기름을 친다면 최고의 별미이다. 이 별미에는 칼슘 ,철분, 비타민C 등의 성분이 풍부한 봄철 귀한 야채비빔밥이다.

봄이 되면 추위로 움츠렸던 신체에 활력소가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특히 에스트레긴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P에스로겐 이라는 성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달래는 갱년기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호로민이 풍부하다고 한다.

달래나물 영양학회에서는 냉이 두릅 씀바귀 취나물 참나물 등에 사포닌이 생성되어 있어 비빔밥으로 먹으면 위가 튼튼해진다고 보고한 바가 있다.

달래는 학명이 외떡식물로서 아스파라거스목 부추과이다. 여러해살이풀로서 한국 중국이 원산지로 밝혀져 있다. 달래는 들판이나 야산 기슭 약간 습한 곳에서 자생하는데 커다란 덩이를 이루면서 산다.

옛날 왕정시대 정치가들은 이 달래처럼 생존하면서 국가를 지켜야한다고 했다고 전한다.

겨울이 되면 기력이 떨어진 신체에 보양식이 필요해진다. 그러므로 우리 선조들은 주위에 시선을 돌려 약이 되는 식물을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원기를 회복하는 슬기를 보여주었다.

봄철 달래무침이나 비빔밥은 그 맛 또한 일미이면서도 영양가 높은 약선 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봄 찾아온 달래의 향연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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