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다 판을 깨기는 어렵다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공식화
빅딜과 스몰딜 사이의 굿 이너프 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용의있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어떻게 보면 한국 정부의 주가가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과 북한 그 누구의 편을 섣불리 들어줄 수 없다. 북미는 한국 정부에게 우리 편을 들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재자이자 협상가(Negotiator)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다시 깊어지는 순간이다.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한 주간 2.27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양쪽 다 분명 비핵화 협상 전선을 박차고 나가고 싶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달라진 계산법을 전제로 미국과 한 번 더 협상해볼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고수하면서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단 문 대통령은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를 위한 대북 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돌이켜보면 북미는 이미 비핵화 이행을 두고 합의문을 도출했었다. 하노이 회담이 성사됐다는 것 자체가 그걸 반증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이 있었지만 서명할 수 없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영변 핵 시설 완전 폐기와 부분적 제재 완화를 동시 교환하려고 했는데 막판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했고 급작스러운 +α 요구가 나와서 결렬됐다. 그 배경에는 뮐러 특검이라는 미국 국내 이슈가 작용했다. 

현재 뮐러 특검 정국은 지나갔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2020년 재선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야 협상을 타결시킬 수 있다. 결국 미국 내부에 언론, 야당, 여론 등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한국 정부가 중재안으로 제시할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위와 시점이 필요하다. 

미국이 원하는 빅딜(핵 리스트 신고)≦X≦북한이 원하는 스몰딜(영변 폐기)에서 미국 방향에 좀 더 기운 굿 이너프 딜이 X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북한이 내부 여론의 눈치를 덜 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굿 이너프 딜의 형태가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단계적 이행을 담은 로드맵인데 과연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발표 영상을 방영했다. 2019.4.13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해서 시정연설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무척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외세 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 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위원장도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고 북남 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 압박 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면서 남북미 협상 전선에 대한 현실 진단을 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남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승인에 얽매이지 말고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이 둘을 재개하기 위한 적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실제 대북 유엔 제재가 어느정도 완화돼야 가능한 측면이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고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면서도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고수하는 등 하노이 회담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선 상태다. (사진=청와대)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3일 저녁 트위터를 통해 “북한 김정은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 아마도 훌륭하다는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이라며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북미 상호 협상판에 들어올 용의는 있으나 한국 정부를 통한 명분쌓기가 잘 돼야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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