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millennials)세대의 주부는 최대한 가사노동을 줄여 자신의 시간에 활용한다(사진=신현지 기자)
밀레니얼 (millennials)세대의 주부는 최대한 가사노동을 줄여 자신의 시간에 활용한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밥은 전자레인지로, 따끈한 국은 새벽배송으로, 바싹하게 구운 돈가스와 특제소스는 온라인 주문 배달로. 10분 만에 뚝딱 차려낸 밥상은 이제 주부의 가사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밀레니얼(millennials)세대가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태어난 20~30대들, 그들이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며 오늘날 막강한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통신 기술(IT)에 있다. 인터넷과 다양한 디바이스, SNS 등 컴퓨터에 친숙하다는 것, 또한 가성비와 효율을 중시하고 집이나 차를 사는 대신 공유경제에 민감하고, 편의점도시락, 가정간편식(HMR) 등 제품을 선호하며 잠들기 전에 아침 식사를 주문하고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에 냉동식품을 돌리는 그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에 활용하는 세대.

또한 그들은 자유분방하며 ‘나’를 중시하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며 일(Work, 워크)과 삶(Life, 라이프)의 균형(Balance)을 추구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세대다.

이처럼 차별화된 그들만의 문화적 공통분모를 가진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관이 다른 베이비부머 세대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최근 주부 황모(62세)씨는 출가한 아들내외의 집을 방문했다가 세대 간의 격차에 너무도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며 하소연이었다.  

“어머, 어쩜 요즘 젊은 애들이 그렇게 당돌할 수가 있어요. 우리 때와 달라도 너무 달라요. 윗사람 눈치를 볼 줄 아나 아랫사람 살필 줄을 아나, 그냥 자기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라니까요. 저녁 식탁을 차렸는데 모든 게 편의점 일색이더라고요. 

그릇만 바꿨을 뿐이지. 손에 물 한번 적시지 않고 식탁을 뚝딱 차리는데 내가 민망하더라고요. 애가 직장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할머니 시집살이 빗대어 훈계 좀 하려했더니 오히려 날더러 지금까지 왜 그러고 참고 살았냐며, 지금이라도 당장 이혼하고 집을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요. 기가 막혀서 이게 세대차이라고 하는 건지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이 같은 가치관의 또 한 사람, 김선영(59세)씨는 비혼을 선언한 딸 때문에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고 털어냈다. 

“우리 딸애가 성격도 좋고 학벌도 좋고 직장도 좋고 부족한 게 없는 아인데 왜 결혼은 못하는가 하고 얘기를 해보니 자신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 절대 결혼을 강요하지 말라네요. 좋은 사람이 있어도 연애만 할 거라면서. 

결혼을 하면 자신을 포기하는 게 너무 많아 그러고 싶지 않대요. 현재가 중요하지 왜 미래 때문에 걱정하냐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을 엄마처럼 안 살고 싶대요. 그런 애가 시간만 나면 여행이에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간편식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간편식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반면, 밀레니얼세대인 박숙희(32세) 방송작가는 그동안 주부들의 가사 노동을 가족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숭고한 역할자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라고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주장했다. 즉, 지금까지의 주부들의 가사 노동은 비효율적이라는 것. 

“생각해보세요.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데 1시간 청소를 하던 것을 2시간 청소한다 해서 집이 2배 깨끗해지나요. 

아니 좀 깨끗하지 않으면 어때요. 그리고 주부들이 매일 밥하고 청소하는 시간을 계산해보세요. 보통 밥 한 끼 준비하는데 1시간 넘게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 시간을 일주일, 한 달, 일 년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잖아요. 왜 그렇게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하나요. 

그리고 아직도 밥은 꼭 주부가 해야만 가족건강에 좋다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간편식들이 경제면이나 영양면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데 굳이 주부노동을 원하냐고요. 그래서 저는 반조리 식품으로 최대한 가사노동시간을 줄여 내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처럼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문화적 가치관을 주장하는 박숙희씨는 매일 하루 한 시간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피트니스도 빼놓지 않는다고 했다. “행복의 첫째 조건은 건강이잖아요. 최대한 가사노동시간을 줄여 남는 시간에 헬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건강을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사진 자료=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
(사진 자료=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

앞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10개의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밀레니얼 가족을 꼽았다. 어릴 때부터 물질적 안정과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자라 여전히 베이비붐 세대 부모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며 소비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어쨌든 이제는 부엌에서 벗어나 밥을 잘 사주는 엄마가 예쁘고 현명한 엄마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변화는 엄마만이 아니다. 탈며느리, 탈시부모를 선언하고 전통적인 고부갈등은 장서갈등으로 바꾸어지고 있다. 결혼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ㆍ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5.0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조혼인율은 지난 1970년 9.2건으로, 1980년(10.6건)을 기점으로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2015년 이후5건대로 하락했다.

(자료= 통계청 제공)
‘2018년 혼인ㆍ이혼 통계’ (자료= 통계청 제공)

특히 비혼족이 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통계청의‘201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46.6%로 나타났다.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의 3%로 조사됐다.   

한편 밀레니얼 인구는 세계인구의 4분의 1수준인 18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숫자가 베이비부머세대를 앞지를 시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 역시 그들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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