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거론된지 두 달 흘러
바른미래당 의총 또 유보
홍영표의 밥상 엎기
민주당의 속내
바른미래당의 상황
안철수의 선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선거제도 개혁의 정국이 개헌,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넘어서 이제는 바른미래당의 내부 사정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사실 지난 2월 5당 지도부가 미국에 갔다와서 처음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이 거론된 이후 두 달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하나만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없다면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을 패키지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공수처의 내용 설계를 두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샅바 싸움이 부각됐다.

지난 5일 방송된 노무현재단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이 완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지만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건너 가는 걸로 보는 견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며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구미시의원을 지낸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쨌든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아예 빼버리는 것은 좀 힘들 것 같으니 결국 바른미래당에 공이 넘어온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패스트트랙 추인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 하고 추후로 미뤘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18일 오전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끝내 결론이 도출되지 못 했다. 일단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의 신경전이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는데 결론이 유보된 사유는 △의총 출석 의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할지 견해 대립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공수처 합의안 부인 발언 등 2가지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타결한 잠정 합의안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는데 골자는 검사·판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3개 대상의 사건에서만 공수처의 기소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고위공직자의 경우는 수사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의총 중에 홍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그런 제안을 한 적 없다.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나는 그런 거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고 이 소식이 의총장에 전해졌다. 안 그래도 패스트트랙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불쏘시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무 소득없이 의총이 끝났지만 김 원내대표는 “조만간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최종적으로 공수처안에 대해 문서로 작성할 것”이라며 “합의문을 기초로 해서 다시 당의 총의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총 중에 바른미래당과의 공수처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완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총 중에 바른미래당과의 공수처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완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바로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싣고 “김 원내대표와 홍 원내대표 간에 협상이 있었고 합의에 어느정도까지 도달한 것은 분명하다. 협상이 없었는데 어떻게 김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협상안을 보고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협상이 있었는데도 바른미래당 의총이 진행되는 중에 이를 전면 부인한 것은 정치 신의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 개혁의 판을 깨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바른미래당 의총을 전후해서 패스트트랙에 대해 어떻게든 결론이 내려지면 1987년 이후 최초로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 개혁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과제가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홍 원내대표에게 “정녕 이것이 촛불로 탄생했다는 정권의 여당이 할 일인가? 판을 깨면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은 물론이고 만 18세 선거권도 물거품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던 공수처 설치도 물거품이 된다”고 재차 규탄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오랫동안 선거제도 문제를 고민해왔다. (캡처사진=SBS cnbc)
김수민 평론가는 오랫동안 선거제도 문제를 고민해왔다. (캡처사진=SBS cnbc)

김 평론가는 민주당의 내부 사정에 대해 풀어냈다.

먼저 “한다 안 한다 전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의원들이 있고 특히 지역구가 줄면서 자기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해찬 대표나 홍 원내대표 입장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더라도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양보하는 성격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성과를 못 낸 게 야당 탓이라고 하면 너무 옹색해진다.

“민주당도 고민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왜냐면 정권 4년차에 내년 총선이 치러지는 거고 지난 총선도 (박근혜 정부) 4년차 총선이었는데 야당탓 국회탓 하다가 오히려 여당이 심판을 받았다. 그럼 민주당이 우리가 힘이 없어서 못 했다는 캠페인은 설득력이 없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런 판단을 민주당이 하게 된다면 진척의 여지는 조금은 열려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청와대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본다. 청와대의 입장이 조금 알쏭달쏭한 게 얼마전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의 공수처 처리를 강력히 주문했다. 그 뜻이 협상을 해서 타협해서라도 통과시키라는 것인지 원안을 고수하라는 것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유시민 이사장은 민주당에 2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캡처사진=노무현재단)

민주당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기소권 없이 공수처를 출발해보고 나중에 기소권을 부여하도록 다시 협상하는 방법 △선거제도 개혁을 먼저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성과로 만들고 공수처는 야당 반대로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는 대국민 캠페인을 하는 방법 2가지를 제안했다.

김 평론가는 ​“정치는 생물이라서 (민주당이 고수하는 공수처 원안을) 한 글자도 안 바꾸고 그냥 간다 이렇게는 장담을 못 할 것 같다. 결국 공수처 문제를 선거 전에 어떻게든 협상해서 기소권이 있든 없든 간에 현실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공수처를 못 만들었으니까 총선 때 국민들한테 야당들 방해로 못 만들었다. 그걸 캠페인으로 가져갈건지 거기서 좀 결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나 이 대표가 계속 완전한 공수처를 위해 바른미래당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어떻게 보면 바른미래당에 다시 공이 넘어간 게 아닌가. 이 대표가 그렇게 넘긴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공수처는 당연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해왔다. 최근에 와서 분리해서 수사권만 갖고 기소권을 안 갖는 공수처를 만들자는 그런 주장이 나왔는데 저희 당에서는 아직 그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수사에 한계가 있다. 사찰하는 것처럼 비춰질 문제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바른미래당에서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서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는데 조만간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하니까 지켜봐야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해찬 대표는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대해서 단호하게 반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대해서 단호하게 반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바른미래당에는 당원권이 정지돼 있는 이언주 의원을 제외하고 8명(정병국·지상욱·하태경·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운천)+3명(권은희·박주선·김중로) 도합 11인이 패스트트랙 자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반대 사유는 다르지만 크게 보면 바른정당 출신들이 주로 비판적이다.

김 평론가는 바른미래당 내부의 여러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먼저 “바른미래당이 만약에 당내 균열이 심각해져버리면 손학규 대표가 그것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못 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그 사람들(바른정당계)까지 배려해서 공수처 포함한 패스트트랙이 지연됐는데 공수처의 기소권을 절충해서 해야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 “바른정당계도 안에 격차가 좀 있는 것 같다.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 자체를 하지 말자고 했다”고 밝혔다.

즉 유 의원은 강경 반대지만 이혜훈 의원이나 오신환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편이면서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다.

현재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대해 강경 반대를 표방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대해 강경 반대를 표방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학규 대표는 작년 12월 선거제도 개혁 관철을 위해 단식을 감행하는 등 올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학규 대표는 작년 12월 선거제도 개혁 관철을 위해 단식을 감행하는 등 올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에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에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평론가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선택에 대해서도 여러 가능성을 예상했다. 4.3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하다. 손 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손 대표 체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패스트트랙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우선 김 평론가는 “안철수 대표도 캐스팅보트를 쥔 것 같다”는 전제 하에 “안철수 쪽에서도 손학규 퇴진에 나섰다고 하는데 안철수 대표는 이미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이미지가 구겨진 상태에서 굳이 조기에 국내 정치에 발을 담그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철수의 오더라든지 교감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래 안철수계는 공통점이 있거나 이념적으로 굳건한 게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이면서 호남계는 아닌 뭐 이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안철수의 입장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측면이 있는데 안철수가 그대로 (퇴진하도록) 놔둘 건지 손 대표 체제를 존중해야 한다고 할지 이 부분이 관건이다. 복귀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안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연락해서 교감할 수는 있을 거다. 안철수계 의원들이나 원외위원장은 조기 복귀가 맞지 않다고 보는 입장도 꽤 있기 때문에 그러면 이제 안철수가 당분간 질서는 필요한데 그래도 손학규 체제를 존중해줘라. 이렇게 나올 것인지 (계속 공격받다가 퇴진하도록) 알아서들 하시라. 이렇게 나올 건지. 아니면 손학규를 적극 끌어내리려고 할 것인지 이 선택도 결국 바른미래당 내에서의 세력 분포에 따를 것”이라며 “안철수의 물밑 선택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